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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ug 18. 2016

입안의 껌이 사라졌다! '분자'의 마술

사이언스 하우스

원자(atom)는 원자핵에 양전하인 양성자(+)와 중성인 중성자가 있고 핵 주변에 양성자와 동일한 개수의 음전하를 가진 전자(-)가 있기 때문에 외부의 에너지에 의해 전자를 뺏기거나 얻어오지 않는 한 전체적으로 전기적 중성을 띤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의 원자가 모인 분자의 경우에 중성이 아닐 수도 있다. 즉 전기적 성질을 가지는 것이다.

책이나 각종자료의 분자 모형은 분자마다 전부 다른 모양이다. 특정 분자 구조에서 생긴 비대칭과 원자 간의 전기 음성도의 차이로 전자구름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양극과 음극을 가진 '이중극자(혹은 쌍극자, dipole)'나 전자구름이 나눠진 형태인 '다극성(multipolar)'을 갖는다. 이렇듯 분자가 부분적으로 전기적 성질을 띠는 것을 극성(極性, Polarity)이라 한다.

반대로 무극성(無極性, nonpolar)도 있다. 사실 무극성은 극성이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으로 대칭이기 때문에 극성을 거의 가지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극성 분자는 극성 분자에 비해 분자 간의 인력이 적다. 하나의 분자에 전자구름이 몰려 있는 쪽을 마이너스(−), 그 반대편을 플러스(+)로 정의하는데, 각 분자의 서로 다른 극성끼리 끌어당기는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분자끼리 잘 뭉친다. 무극성 분자는 분자간 인력이 약하지만 '반데르발스의 힘'이라는 유사극성으로 결합력을 강화한다. 

극성이 없는데 어떻게 인력이 생길까? 무극성 분자에서 전자의 운동으로 순간적인 짧은 시간 이중극자가 형성되면 그 옆의 분자도 일시적으로 전자 구름이 몰려 유발 이중극자가 생성된다. 이런 순간적인 인력을 반데르발스의 힘이라 한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은 극성 용매에 극성 분자들이 잘 녹고 비극성 용매에는 비극성 분자들이 잘 녹는다. 

오랜만에 아들과 영화관 나들이를 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팝콘과 탄산음료를 잘 먹이지 않지만, 오랜만의 영화관 나들이라 크게 인심을 썼다. 역시 영화관은 팝콘의 고소한 냄새가 한층 기분을 좋게 한다. 자리를 찾은 후, 팝콘 먹기 전에 씹던 껌을 버리라고 말했다.


"싫어요. 그냥 입 한쪽에 잘 넣고 있다가 팝콘을 먹을 거예요. 나중에 또 씹을 거예요."

그 순간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네가 팝콘을 다 먹고 나서도 그 껌이 입안에 있으면 아빠가 용돈 줄게. 아빠는 너에게 손도 안 대고 네 입안에서 껌을 없앨 수 있단다. 

아들은 말도 안 된다며 무슨 마술이 있는 줄 알고 한번 해보자며 팝콘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참 팝콘을 먹던 아들이 영화가 시작할 무렵 귓속말로 말했다. 


"아빠…. 입안에서 껌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하하! 그럴 줄 알았다. 아빠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만 했지, 너처럼 껌을 입에 넣고 팝콘을 먹어본 적은 없어서 솔직히 사라지는 그 느낌은 정확히 몰라. 

"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그건 모든 물질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지식은 지혜를 낳는 법이란다. 이제 껌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해줄게.

우선 껌에 대해 알아볼까? 껌은 사포딜라 나무 수액인 '치클'과 같은 천연수지나 인공 '합성수지'에 감미료와 향료 등을 섞어 향미와 씹는 기분을 즐기게 해주는 거야. 쉽게 말해 씹을 수 있는 단맛의 고무란다.

껌의 주성분은 바로 수지(resin)인데, 수지는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진같이 끈적거리는 것 같은 거야. 수지는 치클·젤루통·소르바 등의 천연수지와 폴리아세트산비닐·에스테르 등의 합성수지가 있어. 처음에는 치클 덩어리를 껌의 재료로 많이 사용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후 여러 종류의 밀랍, 플라스틱, 합성고무가 치클 대신 쓰이고 있지.

최근에 많이 사용하는 껌의 주 성분인 '폴리아세트산비닐'은 고분자 화합물인데, 무극성 유기화합물이란다. 침의 주성분은 물이지? 물은 극성을 가지고 있어서 침에 껌이 녹지 않아. 하지만 팝콘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은 무극성 액체인데, 기름이 폴리아세트산비닐과 만나면 고분자 구조가 풀려. 그래서 껌의 점성이 없어져서 녹아버리지. 범인은 바로 팝콘의 기름이야. 만약 옷에 붙은 껌 찌꺼기가 깨끗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식용유나 로션 같은 것으로 문지르고 비누로 기름을 씻어내면 깨끗하게 닦을 수 있어.

"이해가 갈 것도 같은데…. 극성·무극성이란 말을 잘 모르겠어요."

아! 극성 물질끼리 잘 섞이고, 무극성 물질끼리 잘 섞인다는 말이 어렵구나? 이건 네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긴 하지만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건전지의 양극(+)과 음극(-)처럼 물질을 이루는 분자는 전기적 성질을 가질 수 있어. 쉽게 말해서 분자가 이런 전기적 성질을 가졌다면 극성이고 무극성은 이런 전기적극성이 없음을 뜻해. 모든 분자는 극성과 무극성으로 나뉜단다. 극성에 대한 부분은 고학년이 되면 자세하게 알려주마. 

실수로 넘어뜨린 등유 램프에서 드라이 클리닝 기술이

지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용해'라는 개념이야. 우리가 '녹는다'로 받아들이기 쉬운데 어떤 물질을 녹이는 물질을 '용매'라고 하고 그 용매에 녹는 물질을 '용질'이라고 하지. 지금 마시는 콜라의 경우에 설탕이 용질이고 물은 용매란다. 물질이 용해된다는 것은 용질이 용매에 의해 분리되어 본연의 성질이나 형태를 갖추지 않고 분해되어 용매에 섞여버리는 거야.

그런데 용매와 용질은 궁합이 있는데 극성이 바로 그 궁합이야. 쉽게 말하면 끼리끼리 뭉친단다. 일반적으로 극성 용매에는 극성 분자들이 잘 녹고 비극성 용매에는 비극성 분자들이 잘 녹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친구를 사귈 때에도 마음 맞는 친구와 더 잘 친해지는 것처럼 분자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끼리 잘 붙는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이런 극성을 활용하는 가장 쉬운 예가 있단다. 우리 몸이 더러워지는 이유는 기름과 먼지가 뭉쳐져 있기 때문이야. 보통 기름은 무극성인데, 때 같은 기름이 물에 잘 씻기지 않는 이유가 서로 극성이 다르기 때문이야. 몸을 씻기 위해서 물로만 씻으면 잘 떨어지지 않지. 그래서 비누나 세제와 같은 계면활성제를 이용해서 씻어야 해.

계면활성제는 하나의 분자 안에 물을 좋아하는 부분(친수성, hydrophilic)과 물을 싫어하는 부분(소수성, hydrophobic)을 모두 가진 분자란다. 계면활성제의 소수성 부분은 무극성이고, 친수성 부분은 극성이지. 계면활성제의 분자 모양이 콩나물과 닮아서 콩나물 모양으로 설명하는데, 콩나물 머리가 물을 좋아하는 친수성 부분이고, 콩나물 줄기는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부분이야. 친수성은 기름을 싫어하고(lipophobic), 소수성은 기름을 좋아한다(lipophilic)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머리를 감거나 샤워할 때 사용하는 용품이나 빨래할 때 쓰는 세제 모두에 이런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어. 몸이나 옷에 붙어 있던 기름은 콩나물 줄기에 붙고 물로 씻어내면 콩나물 머리가 물에 섞여 씻겨나가면서 몸이나 옷의 기름을 떨어뜨리는 거야.

“아~ 극성이 어떻게 생기는지는 모르겠지만, 극성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것 같아요.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요, 엄마가 물빨래 못하는 옷을 ‘드라이 클리닝’을 한다고 하시던데요. 드라이 크리닝은 물을 사용하지 않는데 어떻게 세탁하는 거죠?”

드라이 클리닝은 기름과 아주 소량의 물을 사용해서 세탁하는 거야. 세제 역할을 하는 솔벤트 같은 석유계 유기용제를 세제로 사용해서 빨래하는 거야. 옷에 기름과 결합된 때가 유기용제에 의해 녹아서 제거되는 것이지. 용제는 보통 휘발성이라서 공기 중으로 날아갈 때, 때가 함께 없어져. 극성 때문에 기름에 기름이 녹기 때문이야. 그래서 땀이나 음료수 같은 얼룩은 수용성 때라서 물세탁을 해야 잘 씻기고, 삼겹살 기름이나 화장품 같은 지용성 얼룩은 드라이 클리닝을 해야 때가 잘 씻긴다고 생각하면 되지. 

글자나 그림이 프린팅 되어 있는 옷을 드라이 클리닝 했을 때 프린팅이 지워지는 것도 이 극성 때문이야. 그리고 아웃도어 제품을 드라이 클리닝 하지 말라는 이유도 이런 극성 때문인데, 아웃도어 제품은 방수나 방한을 위해 유기화합물로 특수가공 된 천을 사용하는데 드라이 클리닝에 의해 그 유기화합물이 제거되기 때문이야. 즉, 드라이 클리닝은 팝콘에 의해 껌이 사라진 원리와 같은 거야. 

"사람들은 대단해요. 어떻게 이런 기술을 만든 거죠?"

사실 이런 드라이 클리닝의 아이디어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특히 과학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는 것)의 하나란다. 프랑스 염색 공장 사장인 '장 바티스트 졸리'는 가정부가 식탁에서 등유 램프를 넘어뜨려 등유를 쏟았는데 한참 후에 등유가 쏟아진 식탁보가 깨끗해진 것을 발견하여 드라이 클리닝 기술을 만들었어. 과학적 발견에는 이렇게 우연한 현상을 관심 깊게 봤다가 원리를 찾아낸 경우가 무척 많아. 

"아아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늘 주변을 잘 관찰하고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하란 거잖아요? 저도 이제 다 알아요!"

위 일러스트는 책 속 배경을 가상의 공간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각각의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 속 과학원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김병민·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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