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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24. 2015

청춘의 온도에 ‘심쿵’... 솔루션스의 성장 비망록



솔루션스? 대중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대에서 꽤 ‘핫한’ 록밴드라고 했다. 록 문외한이 알 리가 없다. 레드 제플린과 롤링 스톤즈의 프로듀서인 지미 더글러스와 작업해서 화제를 모았다고 했다. 어머, 지미 더글라스도 모른다. 레드 제플린은 들어봤다. 물론 이름만. 록 무지렁이임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에세이집<Do it, 그냥 해봐!>를 출간한 그들을 인터뷰하기에 앞서, 얼른 그들이 만들고 부른 음악을 들어보았다. 록앤롤을 모르는 뻣뻣한 몸도 경쾌한 리듬에 움찔거리며 반응한다. 몇 소절만 들어도 느껴진다. 그들 음악은 젊음이고 청춘 자체라고. 

한솔(드럼), 오경(베이스), 솔(보컬), 나루(기타). 음악밖에 모르는 네 청춘의 꿈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다 보니 밴드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생기고 유럽투어로 이름을 알리며 소소한 ‘성공’을 누리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삶의 의지를 마구 내뿜었다. ‘세상의 때’가 탈까봐 경계하고 있다는 말에 그들은 마흔이 되어도, 예순이 되어도 소년처럼 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삶이 버겁기도, 또 마냥 신나기도 한 그 청춘의 온도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린다.


Q 굉장히 바쁘게 활동하고 있으신데, 어떤 계기로 책을 쓰게 됐는지 궁금해요. 


 :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희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밴드인데, 유럽투어나 해외 섬머소닉페스티벌에도 나가고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했어요. 거기에 흥미를 가지신 것 같아요. 처음 제안을 받고 우리보다 더 훌륭한 팀도 많은데 이걸 해도 되는 일인지 고민을 했죠. 그런데 이게 우리의 기록이라고 생각하니까, 우리가 한 걸 곱씹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고, 또 이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생각해서 그냥 한번 해보자고 한 거죠.


Q 말 그대로 ‘DO IT’이네요. 책 제목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 일단 시작부터 그냥 했잖아요. 우리가 음악을 시작할 때도 어떤 원대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접했고 좋아서 시작한 거였으니까요. 솔루션스가 했던 활동도 계획을 하고 철저하게 준비했다기보다 그냥 시도해보고 좋은 기회를 얻고 그랬거든요. 우리 네 명의 이야기를 포괄할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20대를 다 쏟은 것이 음악... 이것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어”


Q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두려운 건 없었는지 궁금해요. 


나루 : 제일 재밌어 했던 게 음악이고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시작을 했죠. 예전엔 재미있는 것만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오히려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한솔 : 음악을 하면서 과정들이 있잖아요. 음악뿐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할 때나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시기마다 두려움이 좀 있는 것 같아요.  


 : 음악을 못하게 되는 상황을 자주 상상했는데, 진짜 사는 게 재미없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뭘 하더라도 살 수는 있겠죠. 음악이 아니라면 뭘 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Q 아까 밴드를 하면서 서로가 성장하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어떤가요?


나루 : 처음엔 자기가 재미있어서 시작했는데, 점점 듣는 사람, 같이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자기를 돌아보고 또 상대방도 헤아리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 관계 때문에 성장하는 걸 느껴요. 관계를 통해서 음악도 사람도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보통은 투어 갔다 오거나 그러면 깨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희는 오히려 단단해졌어요.


Q 오경님은 무대를 무서운 곳이라고 표현하셨는데, 다른 분들에게 무대는 어떤 곳인가요?


 : 저는 무섭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음원과 다르게 무대는 변수가 많으니까 자기의 것을 온전히 보여주기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두려울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저는 무대에 서는 게 음악을 하는 여러 이유 중에 가장 커요. 70%는 되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나를 다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고 멤버들한테 미안할 때도 있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만큼은 좋아요.   

한솔 : 솔이 형이 70%라고 했는데 저는 100%. 공연을 하지 않는다면 음악도 안 할 것 같아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떨리는 것도 좋고. 그런데 무대에서 느끼는 재미는 매번 달라요. 멤버들과 합을 맞추는 게 재밌을 때도 있고, 나 잘났다는 걸 보여주거나, 관객과 소통하는 것도 재밌어요.

나루 : 무대에서 들리는 소리, 거기서 느껴지는 공기가 좋아요. 무대 때문에 음악을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만든 소리와 분위기를 관객이 즐겨준다는 사실은 늘 좋죠.

오경 : 무대에는 긴장감이 있어요. 그런 긴장감이 있어서 무서웠던 건데, 이제는 무섭지 않아요. 지금은 무대가 제가 놀 수 있는 공간이 됐어요. 관객들이 많이 호응해줘서 그런 것 같아요. 전 고래 같은 존재여서 옆에서 칭찬해주면 ‘이거 해도 되나 보다’ 싶어서 더 잘하거든요.(웃음)


Q 책을 읽으면서 제 20대가 많이 떠올랐어요. 네 분은 자신의 20대를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해요. 


나루 : 고민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뭐든 지르고 보는 거죠.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고민했다기보다 당장 어떻게 음악을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 고민이 지금 하고 있고 앞으로 해야 할 것에 대한 초석이 됐죠. 무작정 음악 많이 듣고 연주하고. 그때는 딱히 겁을 내지 않았어요. 뭘 하든 무모하게 했던 게 오히려 기반이 됐어요. 

오경 : 전 나루랑 반대예요. 걱정이 되게 많아요. 이를테면 음악 작업을 하더라도 이게 세상에 나갈 수 있을까 확신이 없어요. 군대에서 겪은 일이 영향을 많이 미쳤어요.(그는 해군 홍보단에서 선임병의 부조리를 보고했다가 ‘이 바닥’ 선배들에게 찍혀 한동안 방황했다 - 기자 주) 그런 일 없었으면 그런 고민 안 했겠죠. 상황에 안주하고, 꼰대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겪은 일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 지금은 꼰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웃음) 전 예전에는 어렵게 책임지는 일에서 도망 다녔어요. 순간의 재미나 어렵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 선택했어요. 그래서 음악을 바로 시작하지 않았는데,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게 음악을 할 때 도움이 됐어요. 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했을 때 더 소중하게 느껴졌죠. 음악을 시작한 뒤에는 책임을 피하지 않고, 책임의 과정을 배우고 있어요. 


Q. 솔루션스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20대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제 코가 석자예요.(웃음) 지금도 배울 게 많거든요. 배울 게 많아서 하루하루가 버거울 때도 새로울 때도 있는데, 어쨌든 배울 수 있는 것도 시작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계획한 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걸 위해 움직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움직여야 떨어지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하잖아요. 움직이지 않으면 하고 머물러 있어야 하니까, ‘DO IT!’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솔 : 저도 음악을 그만해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될지 안 될지 모르는데 안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어쨌든 되려면 해야 돼요. 안 될 수도 있지만 그게 겁나면 못하는 거죠. 저도 멈추지 않고 계속 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요. 

나루 :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데. 대회에 나간다든지 자기 실력을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건 다르거든요. 기력 낭비도 엄청나고 좌절감도 크고요. 그런 기회를 준비하고 사람들한테 평가받는 것 자체가 연습이 되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아요. 

오경 :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건 아니고,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다른 걸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느 쪽을 선택하든 고민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고, 일단은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Q 그런 고민을 네 분도 하셨는데,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 같은 게 있나요? 


나루 : 달리 할 줄 아는 게…(없어요).

한솔 : 사실 이게 제일 커요. 음악 하는 게 힘들 때 다른 일 하는 상상을 하면, ‘이것도 못하는데 내가 다른 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이) 제일 오래하고 제일 잘 하는 건데. 

 : 우리 20대를 다 쏟았잖아요. 음악을 하면서 우리만의 노하우와 커리어를 쌓아온 거죠. 다른 걸 다 떠나서 이것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록은 생각이 늙지 않는 것... 늘 소년처럼 살고 싶어”


Q 사실 네 분 다 음악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신 거잖아요. 그렇다고 이게 끝은 아닌 것 같아요. 솔루션스의 다음 꿈은 무엇인가요?  


나루 : 음악 계속 해나가는 거죠.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위로를 받을 수 있게. 개인적으로는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어요. 작곡도 그렇고, 다양한 분야에서 재밌고 새로운 것, 제가 지치지 않는 것을 했으면 좋겠어요. 좀 더 나이가 들면 재즈를 하고 싶어요. 재즈는 부담이 좀 없는 것 같아요.


Q 재즈를 하는 게 왜 부담이 없는지 잘 모르겠어요. 록과 다른가요? 


나루 : 우선 앉아서 편하게 할 수 있잖아요. 체력도 그렇고, 록은 젊음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도 록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따로 있어요. 

한솔 : 믹 재거도 그렇고요. 약간 양아치 같은 이미지? 날티가 나야 돼요.(웃음)

 : 철들면 안 돼요. 테크닉이 아니라 마인드가. 그런 마인드를 유지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한솔 : 저는 그렇게 늙는 게 꿈이에요. 로커가 아니어도, 음악을 하지 않아도 철들지 않고 살고 싶어요. 최근에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소년처럼 늙고 싶은데, 그렇게 사는 것도 노력이 필요해요. 

일단 철없는 거랑 생각 없고 예의 없는 건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걸 구분 짓고 선을 지키려는 노력도 있고요. 그리고 세상에 필요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현실적인 것들에서 눈을 돌리는 노력도 필요해요. 솔루션스 멤버로서 큰 사고 없이 안 싸우고 아프지 않고 계속 음악 하고 싶다는 꿈이 있죠. 엄청난 성공도 좋지만 다른 힘든 뮤지션에 비하면 지금도 굉장히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오경 : 솔루션스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신데, 서태지씨 보면 팬들과 같이 늙어가는 게 좋더라고요. 그런 목표가 있고, 개인적으론 음악을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 넷이서 함께 음악 하는 게 오랫동안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이런 이유가 아니라 같이 무대에 서고 함께 작업하는 게, 과정이야 힘들 수 있겠지만 즐겁고 행복했으면 해요. 그런 노력을 하고 싶어요. 또 음악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해요.


Q 솔루션스는 어떤 음악을 하는 밴드로 기억됐으면 하시나요?


 :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해요. 우리가 주는 정서가 누군가 들었을 때 삶을 살아가는 데 에너지가 되는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따듯함이든 슬플 때 보듬어주는 느낌이든, 또는 기운 없을 때 같이 응원해주는 음악이든 에너지를 줄 수 있으면 해요.



사진 : 마리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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