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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Sep 22. 2016

삶의 가장 위대한 스승, 죽음

                      

벨기에에서 불치병을 앓던 17세 청소년이 미성년자로서는 처음으로 안락사했다고 AFP통신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불치병으로 인해 이른 나이에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고인의 운명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안락사에 대한 논쟁이 또 한번 불붙었다.

인생의 끝을 알리는 죽음. 그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을 한다 해도, 언제나 누구에게든 죽음은 유쾌한 주제일 순 없다. 하지만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탄생, Birth)와 D(죽음, Death) 사이의 C(선택, Choice)"라고 했다. 탄생과 더불어 죽음 사이에 삶이 있고, 그것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죽음은 거대한 비극이기도 하지만 삶을 성립시키는 필수 요소라고도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죽음을 무조건 부정하기보다는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보다 풍성하게 하는 열쇠이다.

여기, 죽음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개중에는 급박하게 생사를 다투는 환자를 대하는 응급실의 의사도 있고, 죽음에 임박해 있거나,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추적해 내려간 사람도 있다. 죽음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이들의 고백을 통해 삶에 대한 교훈을 한 수 배워보자. 

<숨결이 바람 될 때>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 <숨결이 바람 될 때> 중

폴 칼라니티라는 서른여섯 살 젊은 의사가 있다. 신경외과 의사였던 그에게 2013년 청천병력 같은 암 선고가 내려진다. 평소 치료하던 환자들 입장에 그가 서게 된 것이다. 담당의사는 "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말해줄 수 없어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는 계속 살아가기로 결심을 한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고. 그래도 나는 계속 나아갈 거야"라는 사무엘 베케트의 대사를 되뇌이며 수술실로 복귀했고, 인공수정으로 그의 아내는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딸이 태어난 지 8개월 뒤 소생 치료를 거부한 끝에 사랑하는 가족들 품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생전 ‘무엇이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외과의사 생활을 시작했던 그가 죽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남긴 기록은 전 세계인에게 삶의 의미에 대한 통찰과 감동을 전해왔다. 


<만약은 없다>

"그곳에는 날것의 죽음이 있었다. 응급실에서 나는 감정과 육체의 한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 <만약은 없다> 중

시분을 다투며 수많은 생명의 생사가 오가는 응급실은 긴급함만큼이나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응급의학과의 의사인 남궁인이 그 한복판에 서서 극적인 이야기들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1부에서는 죽음에 관해, 2부에서는 삶에 관해 썼다. 1부에선 죽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찬 남성, 1개월 시한부 인생을 남겨둔 채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환자처럼 죽음과 연관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2부에서는 모텔 가운을 입고 나타난 성기 골절 환자나, 조현병을 앓고 있는 50대 여성, 2010년 월드컵 당시 응급실 분위기 등 보다 유머를 곁들인 에피소드들이 등장해 무겁지만은 않게 응급실의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본인 스스로도 죽으려 한 적이 있었고 그래서 응급의학과를 택핸다고 고백하는 저자가 털어놓는 생사에 대한 통찰은 그 누구보다 날카롭게 빛난다. 

<고맙습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 <고맙습니다> 중 

오토바이와 주기율표를 사랑했고, 암페타민에 중독되기도 했으며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뮤지코필리아> 등의 베스트셀러를 써서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뇌신경학자 올리버 색스. 지난해 8월 30일은 그가 여든 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가 남긴 마지막 에세이집이다. 

사람이 나이 들어가는 것, 사고처럼 맞부딪히게 되는 질병, 그리고 결국에는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에 대해 네 편의 에세이 속에 특유의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담담히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희망적으로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의 태도는 올리버 색스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까지 전이되어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한다. 

<바이올렛 아워>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것이 삶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가장 현명한 답을 찾게 해 줄 것이다." - <바이올렛 아워> 중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작가가 다시 생활 현장에 돌아와 위대한 작가들의 마지막 순간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예외 없는 죽음, 지그문트 프로이트, 수전 손택, 존 업다이크, 딜런 토머스, 모리스 센닥의 마지막 나날들은 어떠했을까? 작가마다 철학이 뚜렷했던 만큼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각기 달랐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평소 모습을 유지하며 품위 있게 죽기를 바랐고, 결국 그 바람을 실현했다. 암을 두 번이나 이겨내고 다시 암과 싸워야 했던 미국의 사상가 수전 손택은 끝까지 '죽음'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으며 죽음에 저항했다.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존 업다이크는 죽음이 두려울 때마다 글을 쓰고 섹스를 했다고 전해진다. 이 책은 이처럼 지식인들이 죽음에 맞서는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해준다.  


취재 : 주혜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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