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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3] 상식을 깬 공룡, 날다

by 인터파크 북DB


'무서운 손' 공룡의 실체


1965년 폴란드 여성 4명으로 이뤄진 탐사대가 몽골 고비사막을 간다. 이 용감한 여성들은 어느 공룡의 앞발 화석을 발견했다. 앞발의 길이는 2.4m. 발 크기가 사람 키를 훌쩍 넘는다. 참고로 티라노사우르스의 앞발이 1m 정도다. 그럼 녀석의 몸통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발견 당시 학계가 크게 흥분하는 것은 당연했다.


사람들은 이 공룡을 데이노케이루스라고 명명한다. '무서운 손'이란 뜻으로 긴 발톱 모양에서 나온 이름이다. 나머지 부위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학자들의 이 공룡에 대한 상상력은 갈수록 커진다. '데이노케이루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사나운 공룡이었을 것이다.'


20161116164101389.jpg 데이노케이루스의 앞발


이후 수많은 공룡학자들의 꿈은 데이노케이루스의 나머지 화석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2006년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에 나선 이융남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탐사대가 우연히 그 꿈을 실현한다.


경기도 화성시엔 공룡알 화석지가 있다.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후 화성시는 공룡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이융남 교수의 탐사대를 후원하게 된다. 2006년 시의 지원을 받아 몽골 고비사막 탐사에 나선 박사는 처음엔 데이노케이루스의 화석을 발견하고도 그것의 화석인지 몰랐다고 한다. 2009년 또 다른 부분을 발견하면서 마침내 흩어져 있던 조각이 하나둘 맞춰진다.


2016111616414562.jpg 골반과 대퇴골(넙다리뼈)를 통해 본 데이노케이루스의 생김새(출처 : 이융남 교수 강연자료)


그런데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다. 모든 뼈 화석을 맞춰보니 몸길이 11m로, 티라노사우르스(몸길이 12.3m 추정) 버금가는 크기이긴 하나 가장 큰 공룡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 덩치에 이빨이 없다. 그럼 사나운 육식공룡이 아니란 이야기. 주로 풀과 물고기를 먹고 산 잡식성 동물이었다. 앞발이 지나치게 크고 발톱이 길었던 이유는 다른 공룡과 결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으러 물에 들어갔다 나오기 편하게 진화된 것이다. 그간 데이노케이루스에 대한 인간들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이 결과는 2014년 네이처지에 실리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20161116164216257.jpg 데이노케이루스(Deinocheirus) 상상도


저 하늘을 나는 공룡을 보라!


강연 도입부에 이융남 교수는 두 장의 인물 사진을 보여준다. 다윈과 코페르니쿠스다. 이들은 인간의 잘못된 고정관념을 과학을 통해 깨주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룡 강연에서도 사고의 대반전이 있다. 거친 육식공룡이라 여겼던 데이노케이루스가 잡식성 동물로 변하는 과정만큼이나 짜릿한 반전이 여기 또 있다. 우리 곁의 닭이, 참새가, 까치가, 비둘기가 사실은 말이다. 공룡의 후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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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깃털과 날개가 있고, 항온동물이고 알을 낳는다. 어느 하나 공룡과 일치하는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1861년 독일 졸렌호펜의 아주 오래된 암석(석회암)에서 깃털 자국 하나가 발견된다. 그 다음해엔 이곳에서 시조새 화석도 발견된다.


시조새는 깃털이 있고 겉모양이 새 모양이라서 시조새라고 불리지만, 현생 새와는 구조상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조새엔 이빨이 있지만 새에겐 없다. 그리고 시조새는 몸통 흉골이 굉장히 작아서 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조새는 지금의 새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여겼다.


그러다 1970년 예일대학에 있는 존 오스트롬(John Ostrom) 교수가 ‘데이노니쿠스’라는 공룡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공룡은 시조새와 100가지 공통적인 요소를 갖고 있었다. 이때부터 공룡 연구는 활기를 띤다. 활발한 연구 덕분에 밝혀진 다음과 같은 사실은 새의 위상을 다르게 만들었다.


20161116164320812.jpg 시조새 화석(출처 : 이융남 교수 강연자료)


지금까지 공룡은 현존하는 파충류와 유사해서 변온동물이라 여겼다. 그러나 공룡은 항온동물과 변온동물의 중간인 중온동물로 밝혀졌다. 또한 공룡의 뼈 속에는 기낭이 있었다. 기낭은 새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중생대 시작 시점엔 산소의 양이 현재의 절반 정도였는데 공룡은 몸 속에 기낭이 있어서 이 시대를 점령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점차 새는 공룡의 후손이 된다.


강연 준비를 하면서 뒤늦게 새가 공룡의 후손이란 사실을 알았다. 새가 공룡의 후손이라니. 수만 개의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시조새는 새이자, 공룡이었다. 그러고 보니 새는 척추동물보다 훨씬 더 많은 종인 1만 종이나 번성하고 있는, 저 하늘을 나는, 지구상의 진정한 점령자였다. 공룡은 저 하늘에 날아올라 많은 것을 살펴보기 위해서 몸을 축소시키고, 전두엽도 발달시켰다고 한다.


사람들은 공룡이 다 무지하게 크다고만 생각하시는데 사실 큰 공룡보다도 작은 공룡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진화된 공룡들로 갈수록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요. 그 얘기는 뭐냐 하면 새로 진화해서 하늘을 날 수 있을 정도의 크기까지로 줄어들었다는 얘기인 거죠. 그러니까 하늘을 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죠. (중략) 그리고 공룡들의 머리를 쭉 조사해보면 전두엽이 점점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새로 진화하면서 모든 감각기관들이 더 발달해야겠죠. - 이융남 교수의 강연 중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카오스 강연스케치·지구 3] 상식을 깬 공룡, 날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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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카오스재단 김수현 팀장/ 사진 : 카오스재단 제공


참고
KAOS ‘지구’ 강연 중 3강 ‘경이로운 진화의 산물, 공룡’
강연자 : 이융남(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패널 :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윤신영(월간 ‘과학동아’ 편집장)
사회자 : 이은영(사이언스북스 편집장)
강연 영상 : 카오스재단(http://www.ikao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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