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비밀을 찾아라
예술 비평가 곰브리치(Ernst Gombrich)는 ‘미술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존재할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미술을 단순한 시각적 산물이 아닌 예술가의 철학과 메시지를 담은 창조적 행위로 바라볼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술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요? 작품을 바라볼 때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작품의 담긴 시대적 맥락과 작품 속에 담긴 예술가의 생각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고대 이집트와 고대 그리스의 미술을 통해 그들의 세계관과 철학적 차이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미술을 감상하는 시각을 넓혀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을까?
고대 그리스는 기원전 8세기경에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부근 나라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문명을 잘 배워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스는 산악 지형으로 인해 여러 작은 도시 국가, 즉 폴리스로 나뉘어 발달 되었습니다. 그들은 농사지을 경작지가 부족하여 일찍부터 바다로 나가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거나 무역 활동을 하였습니다. 해상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온 사람들은 노예가 되어 그리스의 생산적인 일의 대부분을 담당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그리스인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온화한 기후와 생산을 담당하는 노예, 부유한 경제 활동 속에서 그리스인들은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인들은 신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여 내세를 준비하기보다 변화하는 세상에 집중하여 대처하고 이 세상을 탐구하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지금 살고 있는 현세의 삶에 만족하여 매우 긍정적이고 진취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인들은 모든 것의 중심에 인간을 놓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며, 이성을 사용하여 사물의 이치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그리스인들이 인간이 세상의 기준이라고 생각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인간 중심적 사고는 그리스 미술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신체의 아름다움과 비례를 중시한 현실적인 표현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전기 : 아르카익 미술
그리스 초기 미술은 이집트뿐 아니라 근동 지방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작품에 동양적인 분위기를 많이 풍겼습니다. 위의 작품은 <아나비소스의 쿠로스>입니다. 쿠로스는 그리스어로 ‘청년’이라는 뜻입니다. 쿠로스와 이집트 조각상들은 신체의 비율까지도 동일한데 이것은 이집트 미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두 팔을 양옆에 붙이고 한 발을 약간 앞으로 내디뎌 대칭을 강조하는 자세는 다소 딱딱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집트 미술에서 볼 수 없었던 잔잔한 미소가 보이시나요? 이 미소를 ‘아르카익 스마일’이라고 합니다. 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양쪽 입꼬리를 끌어올린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딱딱한 자세여도 입가에 드러난 미소 때문에 온화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고대 그리스 중기 : 고전주의 미술
만물 가운데 인간이 가장 아릅답다고 생각한 그리스 사람들은 인체의 이상적인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구한 결과 가장 아름다운 비율을 찾아냈습니다. 예를 들면 머리와 신체의 비례를 1대 8로 나눌 때에 가장 아름답다고 여겼습니다. 또한 그리스 미술의 중요한 발전 중 하나는 ‘콘트라포스토’ 자세입니다. 이는 신체의 무게 중심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기법으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습니다. 폴리클레이토스의 '창을 든 사람'은 이러한 비례와 균형을 완벽하게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그는 조각의 비례를 과학적,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인간 신체의 이상적인 비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스 미술에서는 인간의 신체뿐만 아니라 동작의 자연스러움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원반 던지는 남자와 같은 조각은 인간의 역동적인 동작을 포착하며, 그들의 운동과 생동감을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이집트 미술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자세로 원반을 던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자세로 원반 던지는 사람을 표현했을까요? 그리스인들은 현세를 중시했던 만큼 인간의 신체를 가장 이상적인 존재로 여겼습니다. 이 멋진 포즈는 신체의 아름다움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자세와 근육과 힘줄에서 느껴지는 운동감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고대 그리스 후기: 헬레니즘 미술
헬레니즘 시대로 오면서 사람들은 미술작품을 다양한 주제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은 <라오콘과 그 아들들>이라는 작품입니다. 라오콘은 트로이의 제사장이었습니다. 트로이 전쟁이 한창일 때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 성벽 앞에 목마를 남기고 갑니다. 라오콘은 그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그리스 연합군의 편이었기 때문에, 이 사실에 노여워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라오콘에게 큰 바다뱀을 보내고 이에 라오콘은 두 아들과 함께 죽음을 맞게 됩니다. 라오콘과 두 아들의 표정을 보세요. 바다뱀에 칭칭 휘감겨 괴로움에 일그러진 표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말해줍니다. 두 아들의 공포로 절망스러워하는 표정과 라오콘의 온몸이 뒤틀려 표현된 힘줄들과 근육들이 그의 괴로움을 더욱 부각시켜줍니다. 이처럼 이 시대에 표현된 조각들은 자유로운 자세와 격렬한 움직임, 생생한 표정으로 인간의 감정까지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미술을 통한 문화와 철학의 이해
이처럼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미술작품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이 차이는 시대적 기술의 차이가 아닙니다. 그들의 세계관과 철학적 사고가 보여주는 차이입니다. 고대 이집트 미술과 고대 그리스 미술은 각기 다른 철학적 배경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미술은 내세와 신성, 불변성을 강조하며 영혼의 영속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면, 그리스 미술은 인간 중심의 사고와 신체 비례, 자연스러운 동작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의 아름다움과 이성을 찬미했습니다. 이처럼 미술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 이상의 것을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당대 사람들의 철학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술을 감상할 때, 우리는 그 작품이 그려진 배경과 예술가의 철학을 함께 탐구해야 합니다. 앞으로 미술작품을 보실 기회가 생긴다면 오늘 배운 것들을 기억해 보세요. 이를 통해 미술작품에 담긴 깊은 의미와 메시지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예술가의 창조적 사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