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을 퍼즐로 바꾸는 기발한 상상력
죽음을 소재로 한다는 말만 들으면
대개는 무겁고 음울한 이야기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구라치 준의 '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는
그 상식을 가볍게 비틀어 버린다.
제목 그대로, 시체는
일반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퍼즐을 완성하는 하나의 조각,
기묘한 상상력을 증명하는 재료가 된다.
불경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읽다 보면 오히려 아이디어 게임을 즐기듯
웃음과 놀라움이 교차한다.
네 편의 단편 속에서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는
트릭으로 재해석되고,
억지 같던 전제도 결국
논리와 추리에 의해 설득력 있게 수렴한다.
‘좀비 미스터리’라는 전무후무한 발상조차
정통 미스터리의 문법 속에서 살아난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이 작품집은
구라치 준이 여전히 실험과 장난을
멈추지 않는 작가임을 보여준다.
죽음을 가볍게 다루면서도
그 끝에 남는 건 정교한 퍼즐이 주는 쾌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을 두려움의 상징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낳는
창의의 원천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배운다.
가볍게 읽히지만 쉽게 흘려보낼 수 없는
묘한 여운이 남는다.
여러분은 어떨까.
죽음을 다룬 이야기가
꼭 비극적일 필요는 없다는 이 시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