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여사는 킬러를 읽고 느낀 마음
심은옥 여사는 51살에 정육점 일을 접고 뜻밖의 경로로 흥신소에 들어가,
칼솜씨를 인정받아 킬러로 활동하게 된다.
생계를 위해 시작된 일은 여러 인물들과 얽히며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번지고,
심여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선택을 이어간다.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흘러가며,
중년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설정 속에서 삶의 단단함과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심여사는 킬러 中]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응원’이었다.
심여사는 불행을 의식적으로 외면한 사람이 아니라,
그 불행을 끌어안고도 여전히 손을 움직여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일상을 무너뜨리는 사건 앞에서 사람은 흔히 멈춰 버리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살아야 한다는 단순하고도 절박한 이유 하나로,
칼을 쥐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 선택을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삶을 붙잡고 있는 손의 힘만은 이상하리만큼 진심으로 느껴졌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자꾸 응원하게 된다.
어떤 인생이든, 버티면서 나아가려 할 때 그 마음의 결은 닮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여사는 자신의 고단함을 과시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규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누군가가 ‘애쓴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괜찮다’며 마음을 다독인다.
그 모습이 책 속에서는 코믹하게 묘사되다가도,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겠구나.
내 주변에도, 어쩌면 나에게도.
칼날을 다루는 장면을 읽을 때마다 이상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심여사가 느끼는 묘한 쾌감은 단순한 폭력의 감정이 아니라,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감각의 회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극적인 맥락 속에서만 가능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우면서도, 이해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불행을 의식하는 대신 ‘움직이는 것’으로 숨을 이어가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보다 응원받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올랐다.
삶은 때로 방향을 잃은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문을 열어준다.
문이 옳은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을 통과하는 힘은 분명 그 사람의 몫이다.
심여사가 걸어간 길은 누가 보아도 조심스럽고 위험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으며 그녀는 ‘자신을 다시 쥐는 법’을 배웠다.
타인의 불행을 끊어내는 칼끝이 아니라, 자신의 생을 다시 잡아 올리는 손의 힘을.
책을 덮고 나서 이런 생각이 남았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다.
사람들은 서로의 사정을 다 알지 못하지만, 각자 버티며 하루를 만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심여사를 이해한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응원하는 마음 하나만큼은 끝까지 남았다.
그녀가 다시 칼을 들든, 내일을 향한 아주 작은 꿈을 품든,
그 길의 끝에서 다시 웃을 수 있기를.
당신은 어떨까.
심여사처럼, 불행을 의식하지 않고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을 보면
그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