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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재다능르코 Jun 04. 2018

讀書, 책 먹는 코끼리의 책 이야기

나의 독서 이론




어느새, 책을 좋아한지 24년 -책이 좋아서 도서관을 다니고, 책이 좋아서 가방은 항상 무거운, 책이 좋아서 타지를 갈 용기를 가지고, 책이 좋아서 블로그를 시작한, 책이 좋아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책이 좋아서 문화행사도 기획하게 된 "31살 책덕후", 인생을 함께하는 좋은 친구, 좋아하는 책을 돌아보다. 



프롤로그



읽을 독(讀), 나에게 처음 독서는 읽는 것이였다. 그림을 읽는 것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글자보다는 이미지를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였다.

그러다보니 집에 있던 만화로 된 교육도서를 좋아했다. 주인공들이 뭔가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만화들이 좋았다. 집에 있던 만화를 거의 다 봐갈쯤 초등학교 근처에 있던 도서관을 학교에서 가게되었다. 집보다 더 많은 책들이 눈에 들어오던 그 날이 아른거린다. 키가 유난히 작던 꼬마 초등학생에게 도서관은 성 같았다. 그 많은 책들을 우리집에 다 데려갈 수 없었으니 초등학생인 나는 그날부터 도서관을 집삼아 찾아갔다. 집을 이사가고도 도서관을 가는 일은 정말 좋았다. 작은 초등학생에게 왕복 1시간이 걸리는 그 거리를 혼자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그림이 많은 책을 찾아서였다. 그렇게 노오란 대출카드를 3개나 채우게 되었을 쯤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만화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교육만화에서 만화로 넘어간 나는 도라에몽, 김전일, 명탐정 코난,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등 만화를 좋아했다.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는 만화, 주인공들이 뭔가 해결해나가는 만화를 좋아했다. 그렇게 또 그림을 읽으면서 책을 좋아했다. 그러다 중학교 수업으로 '도서실'에서 다시금 책을 만났다. 수업의 일환으로 읽는 시간이였지만, 그렇게 그림을 쫓는 독서를 해와서일까. 어느새 나는 텍스트를 이미지로 떠올리면서 글을 읽게되었다. 만화책과는 또 다른 '재미'를 만났다. 


글 서(書), 나에게 책은 사는 것이였다. 사는 즐거움이 있는 것

유복하게 자란 적은 없었다. 무언가 항상 결핍이 있었고, 항상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에게 '문제'가 없던 것은 한달에 한번 타지에서 오시는 아버지가 사주시는 책이였다. 책을 좋아하게 된 나에게 아버지가 오시는 날은 공식적으로 서점을 가는 날이였다. 생각해보면 이건 굉장히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였는데, 아버지는 그것만큼은 귀찮아하시거나 싫어하지 않으셨다. 아버지에게 가진 나의 가장 좋은 기억은 서점과의 일화들이였다. 타지에서 항상 지역을 옮겨가며 일하셨던 아버지는 나에겐 홍길동이였다. 전화를 할 때마다 다른 지역에 계시던 아버지가 신기했다. 아버지는 한달에 한번 정도 오셔서 항상 외식을 시켜주셨다. 그리고 외식후에는 항상 백화점에 있는 '서점'을 가주셨다. 내가 몇개의 책을 골라와도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주셨다. 다른 형제들은 백화점에 가도 책 1-2권을 골라오곤 했는데, 나는 이 때다 싶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골라오곤 했다. 때마침 MBC"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을 한참 좋아할 때였고 프로그램 추천도서를 사고, 도서실에서 보고 싶었던 책을 사곤 했다. 텍스트였던 책은 나에게 사는 것이였다. 어른이 된 요즘도 서점에 가면 행복해진다. 책을 사는 그 순간은 내 인생에서 언제나 배신하지 않는 '즐거움'이다. 



살필 . 천천히 (督徐), 천천히 돌아보다. 

책이 가득한 집에 드러서면 왠지 모르게 근심걱정이 잠깐 밀린다. 독서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독서법에 관련된 책은 굉장히 나중에서야 읽게된 1인이다. 나에게 책은 그냥 천천히 살피는 시간이였다. 집중력이 높지 않은 나, 그런데 유일하게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그렇게 집중을 잘할 수가 없다. 어두운데서 책읽지말라고 혼이 나고, 밥먹을 때 책보지 말라고 혼이 나고, 가방에 책 좀 그만 넣어다니라고 혼이 났었다. '책'은 나에게 유일하게 주는 선물같았다. 누군가가 나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고, 누군가가 나에게 훼방질을 놓을 수 없는 유일한 시간을 선사했다. 부모님께서는 독서습관이 없으시다. 그러니 부모님이 책을 좋아해야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는 말은 조금 다른 의미인 것 같기도하다. 형제들도 지금은 책을 좋아하지만, 어린 시절엔 유난히 나만 책을 좋아했다. 왜 였을까 돌아보는데, 그냥 좋았던 것 같다. 다른 시간을 만나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좋았다. 지금의 현실이 아니라 '소망'을 만나볼 수 있게 해주는 책, 지금의 고민을 언젠가는 이겨낼 수 있다는 '미래'를 만나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서 좋았던 것 같다. 24년 한결같이 나의 삶을 함께 걸어준 책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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