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이 가능하면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웃기지마

by 사회중년생


퇴근 후 심심하면 인스타그램을 뒤적뒤적거린다. 스크롤을 내리다 문득 피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90만 원으로 50조 회사를 만든 성공신화의 주인공 댄 페냐의 인생 조언이었는데 그는 워라밸이 가능하면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며 아래 조언을 덧붙였다.



전 워라밸 없어요.
세계적인 부자들은 아무도 워라밸 안 하는데 당신은 하겠다고요?
당신은 당신이 열심히 일한 것만큼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직장인들의 핫이슈 키워드인 워라밸,
하지만 워라밸을 외치는 순간 여러분들은
‘평균’ 또는 ‘도태’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잭 웰치,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핸리포드 등
최정상에 있는 사람들은 워라밸 최악의 환경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피드 글을 읽자마자 순간 짜증이 났다. 업무 외에도 내 생각과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버티는 것도 힘든 직장생활에서 워라밸을 외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




Nope!! 직장인이 워라밸을 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회사는 급여를 받고 내 기술을 파는 곳이니 받는 만큼 주어진 업무를 해야 하고, 답답해도 내 권한 밖의 행동은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일의 의무는 당연시하면서 업무 시간 외에는 좀 맘 편히 쉬겠다는데 왜 도태된 사람이라 말하는 것일까.

워라밸을 따지는 게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칼퇴만 노리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업무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그 외 시간에는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나의 정서적 건강을 챙기는 것. 그게 진짜 워라밸이다.

기계도 충전을 해야 에너지가 생긴다. 하물며 사람인데 일만 빡세게 할 수 있나. 워라밸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효율적으로 오~래 일도 잘한다. 할 일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든 칼퇴만 하려는 사람은 예외. 하지만 대부분 맡은 일을 해내며 짤리지 않고 하루하루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니 직장인의 워라밸은 건들지 말자.

워라밸 없이 일한다고 직장인이 다 부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다 그런건 아니지만 미친듯이 달려서 성공하고 나면 꼭 아프더라..? 건강 잃고 성공한거 못누리면 무엇하리. 건강이 우선이지)




그래도 부자는 되고 싶어 생각해봤다.

댄 페냐씨의 조언이 틀린 말은 아니다. 세계적인 부자들이 과연 여유 있게 일하며 성공했을까? 당연히 놀고먹다가 성공하진 않았겠지. 열심히 했겠지.

하지만 스~윽 봐도 그들은 단순히 '워라밸 없이 일만' 죽어라 열심히 해서 부자가 된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해 자신의 일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니 남의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다짜고짜 "워라밸을 추구하지 말고 열심히 일해라! 열심히 일한 만큼 너의 가치가 올라간다."라는 조언은 회사에서 불만 말고 노예처럼 일하라는 말로 오해받을 수 있다.


워라밸 없이 일해야 하는 것은 직장인이 아니다.

우연히든 꾸준한 고민을 통해서든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ex. 사업가)이 잠시 해이해졌을 때 비로소 덴 페냐의 조언은 설득력이 있다. 자연스레 그 일에 몰두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그 일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것. 회사에서의 워라밸과 또 다른 의미로, 일과 삶이 하나가 되는 Work = life 구조의 워라밸이 형성되면 그 일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렇게 지속하며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부자가 아니어서 확답은 못하겠다)

자신이 워라밸을 따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일은 단지 내가 소유하고 성취하고 싶은 영역이 아닐 뿐이다.




‘일’이 아니라 '나'에게 먼저 집중하기로 했다.

덴 페냐씨의 조언을 곱씹다 보니 워라밸을 포기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워라밸을 잊을 만큼 내가 빠질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더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Work = life 구조의 삶을 만들어 줄 만큼의 흥미로운 일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나의 삶을 어떤 일로 채우고 싶은 걸까? 에 대한 답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달리고 싶은 곳이 있어야 열심히 달릴 힘이 생긴다. 그러려면 먼저 나 자신을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요즘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는 중이다.

취미로 꽃꽂이 학원을 다니다 흥미가 생겨 퇴사 후 꽃가게를 차린 고딩 동창의 이야기. 디저트로 유명한 나라로 해외여행을 다닐 만큼 빵을 좋아해 직접 빵을 만들기 시작했고, 집 앞에 천막을 치고 빵을 팔기 시작하던 것이 점점 확장돼 백화점에 입점하게 되었다는 대학 동기 지인의 이야기.

주변에 들리는 사연들을 보면 다들 소소한 ‘취미’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막막했다. '요즘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말문이 막힌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봐도 '맥주 마시면서 넷플릭스 보기'나 '인스타 피드 보기'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퇴근하면 멘탈이 다 소진되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뭔가 제대로 된 취미도 하나 없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면 좋아하는 것이 없다기보다 직장생활에 치여 나 자신을 잠시 까먹고 산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새해를 맞아 뇌가 가장 신선해지는(?) 아침시간을 골라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알고 보니 나는 조금은 엉뚱한 스타일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일상에 불편하고 아쉬운 것들을 발견하는 생각 습관이 있었다. 지금도 계속 내 자신을 탐구하는 중이다.

자신의 생각과 취미들을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는 덴 페냐 씨가 언급한 것처럼 워라밸 없이(=워라밸을 잊을 만큼 몰두할 수 있는) 일하는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직장 생활보다는 훨씬 더 미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