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양 Mar 03. 2020

8년 후, 지나갔던 첫사랑이 고백을 해왔다.

예스 24

책을 출간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또다시 퇴사를 했다. 

 그래도 다른 회사에 이직하기 위함이긴 하지만, 경력직으로 입사하는 게 아니라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것이기에 마냥 좋아할 것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도 여럿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곤 했지만, 대부분이 대리급을 달고 있었고 나는 그 대리를 달지 못해서 "서 대리님"이라고 불려본 적이 없었다. 그 외로는 결혼을 하거나 모아둔 돈으로 여행을 가거 나하는 모습을 인스타로 통해 엿볼 수 있었지만, 내 인스타에는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하거나 배달음식을 찍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내 것도 보여주기 싫어서 서로 맞팔로우가 되어 있는 사람만 볼 수 있게 일부 비공개 모드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나에게 팔로우 요청(친구 신청)이 들어왔었다. 이 사람에게선 내 게시물이 아무것도 보인 게 하나 없을 텐데 왜 이러는 걸까 싶었지만, 별생각 없이 그냥 수락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이직하기 전까지 여유를 만끽하기로 했다.

 대부분은 게임 CD를 사서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가끔은 외출을 해서 외식을 하는 약속도 잡곤 했었다. 그렇게 친구와 시간을 보내다가 어디서 밥을 먹을지 정하려고 인기 있는 맛집이 어디인지 SNS에서 찾아보기로 했는데, 한 가지 끌리는 사진이 있었다.


 스테이크가 맛있는 집으로 유명한 모양이었다. 

 한쪽에는 부드러워 보이는 오일을 뿌린 건지 매끄러워 보이는 매쉬포테이토(으깬 감자)와 썰려있는 고기의 틈에 보이는 소고기 육즙. 그리고 사이드로 구워져 나온 토마토나 각종 야채들과 접시 끝부분에는 트러플 소금이 뿌려져 있는 게 보였다.


출처 본인

"야. 이거 비싼데? 한 접시에 3만 5천 원이야."

 확실히 비쌌다.

 그렇다고 여기저기에 하는 스테이크와 비교해서 그렇게 비싼 것 같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이 스테이크 집을 방문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스테이크는 내가 살게. 너는 파스타를 사"

 나는 그렇게 친구와 협상하고 그 맛집으로 향했다.

 우리가, 아니 내가 이 스테이크 집으로 향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음식보다는 다른 이유가 하나 있었다. 그 가게가 이뻐서 사진을 찍거나 기분을 내고 싶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에 내가 비공개 모드로 바꾸고 나서 들어온 팔로우 요청(친구 요청)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건 아마 그 사람도 나를 알고 있기에 그런 신청을 보낸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가 그때의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이 그 스테이크 집에서 일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의 얼굴이 그 안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길로 가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야? 그러면 그동안, 비공개로 돌리기 전에는 몰래 내 일상을 봐왔다는 거야?'

 그렇게 말이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비공개로 돌리는 바람에 결국 그렇게 팔로우를 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는 정말 그 가게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눈빛이 서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누구인지를 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인사를 해야 하는 건지 그냥 모른 척을 해야 하는 건지 조금 미묘했다.

 그를 만난 건 8년만이 되는 것 같았고, 마냥 친하게 지내는 것도 묘한 사이였던 것 같다고 느꼈다.

 그도 의식을 하는 건지 안에서 요리를 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곤 하며 그러곤 그 주방 안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왠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신경이 더 쓰이곤 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한 서버가 다가와 음료 두 잔을 서빙하면서 말했다.

"실장님 서비스입니다."

'실장님이요?' 나는 그렇게 물으려다가 한번 그쪽으로 살펴보곤.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이게 뭐냐고 물었다. 아는 사람이 있었던 건지 그래서 오자고 한 건지 그런 등등.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흘러 넘겼다.


 그렇게 비싼 음식이 나오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나오자 친구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나는 그냥 멍하니 바라보았다. 평소에 먹어보지도 못한 것들을 앞에 두고 맛을 음미하긴 커녕 그게 어떻게 넘어가는지도 모르고 씹어 넘겼고, 계산할 때는 지인 할인을 30% 할인까지 지원받기도 했었다.

 그가 직접 카운터에서 계산을 받으면서 말이다.

"잘 지냈어?" 그는 그렇게 물었다.

"어... 어 그냥. 야.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

"그래? 나는 이렇게라도 만나길 바랐었는데."

 그 말 한마디가 어떤 의미를 하는지 왠지 짐작이 갈 것 같았다. 

 물어보긴 그렇지만, 그는 그동안 내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지 sns로 통해서 보고 있었다는 짐작이 거의 확신으로 느꼈다. 더 이상 내 일상을 볼 수 없으니 팔로우를 해온 것이고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던 건지 보여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는 계산을 끝으로 영수증과 함께 명함을 하나 건네주었다.

"이거. 내 명함이야. 나중에 시간 될 때 연락 줄래?"


 그 모습을 본 친구는 가게를 나오면서 난리를 쳤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남자 친구냐고. 썸남이냐고.

 대체 몇 년 전의 일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싶었다. 분명 대학교 아니 고등학생 때였다. 아직 카카오톡도 없고 일정한 메시지가 쌓이면 밀리는 순서대로 차례대로 삭제가 되는 폰이 보급형 핸드폰인 시절. 마냥 꽁냥꽁냥 하다가 대학생이 되어서 연락이 뜸해졌던 그런 남자였다.


 그때 그 순간에는 분명 마음에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의 연락은 그의 휴대폰 전화보다는 sns의 메시지 기능을 이용해서였다. 어째서인지 카카오톡은 불편했다. 아직은 경계가 되는 편이었기에 나의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은 채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그는 주말이 아닌 평일 목요일에 시간을 내어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이다.

 왠지 선뜻 수락해도 괜찮은 건가 싶었다.

 평일날 시간을 쉽게 내준다는 게 괜히 백수가 백수가 아닌 듯 표시를 내고 싶어 하는 괜한 자존심을 세우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괜히 일정이 있는 것처럼 6시 반 이후로 가능하다며 7시에 만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는 그게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날이 오기 전까지 그가 어떤 일상을 보내왔었는지 그의 sns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는 참 근사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직접 가보기도 했지만, 그 주변을 살펴볼 여유는 왠지 없었다. 무엇보다 기억도 잘 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실장'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보아 꽤나 인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보였고 규모도 꽤나 있는 것 같아서 잘 지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그렇게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상까지 받던 애가 요리하는 쪽으로 직업을 골라 지내고 있었다니. 그 부분은 이제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놀라운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만나보니, 그는 역시 그때 학창 시절과 달리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때보다도 더 고개를 들어 올려보게 되기도 했다. 

 목소리는 조금 변해있었고, 왠지 모르게 떨고 있는 그의 다리를 보기도 했다. 

"너. 사실 내 인스타, 그동안 보고 있었지?"

 나는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했다. 

"왜 그랬어? 아니 뭣보다 어떻게 알고 그래 왔어?"

 나는 더 물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말해주었다.

"나는 예전부터 널 봐왔어. 좀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페이스북을 할 때나 인스타를 할 때나, 가끔은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메시지를 보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 그렇게 어떻게 지내나 궁금할 때가 많았어. 용기가 없다고 그냥 보기만 했었지. 만약에 내가 그렇게 역으로 보이고 있다면 역시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기분 나쁜 건 없었다. 그를 배려해서 받아들인다기보다는, 나는 sns에 쓸데없이 그 순간순간 유행하는 것들이나 화젯거리나 음식 사진 같은 것을 올렸을 뿐이지 나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비공개가 되니까.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괜히 걱정되고 그랬어. 그래서 그렇게 다가가 보기로 한 거야."

"그랬.. 구나."

 나는 얼버무리며 대답하면서 말을 흩트렸다.

 뭔가 분위기가 묘했다.

 왠지 옛날 남자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렇다고 그렇다 할 관계까진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말이다. 

 우리는 친구와 친구로서 이렇게 만나는 건지, 어떤 관계로 이렇게 자리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적어도 나로선 말이다. 마치 데이트하는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다음에 그와 또 만나기로 하고 10시가 되기 전에 헤어졌다.



 나는 학창 시절의 그를 떠올렸다.

 그는 공부를 꽤나 잘했던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수학을 잘했고 모르는 게 있으면 수학 문제를 물어보곤 했었다. 굳이 그 애한테 그렇게 묻고 접근한 건 역시, 그때의 그 애에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는 만우절에 힘을 도움 삼아서 고백을 했고, 만우절이니까 장난을 치는 게 아니냐는 답장에 아니라고 말 못 하고 장난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문자메시지의 시스템이 아닌 시대다 보니까 그런 것을 찾아볼 수도 없었지만, 그런 기억은 뚜렷하게 남아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게 아닐까 싶었다.

 뭔가 이전과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였고, 괜히 어색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흐지부지한 관계는 고3이 되고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고, 주변에는 우리가 사귀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각자 다른 대학을 가고 연락이 점점 줄어들다가 끊어져버렸다.

 예전에는 별거 없는 이유로 연락을 걸곤 했는데, "뭐해?"라는 시작의 문자를 보내는 것도 낯설어지는 관계가 될 정도로 말이다.

 그때 든 나의 마음은 그랬다.

"그냥 이정도였었구나."

 지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잊힐 수 있다는 걸 체감한 뒤론 '사실 이 정도에 불과했다'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내가 괴로워할 필요도 없었고, 편하면 편한 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관계였을 뿐이었다고 느끼며 그저 나의 대학생활을 즐겼다. 더 이상 그 애의 모습을 찾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 이후로 8년이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이렇게 만났다.


 그는 그의 방식대로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같았고, 나는 그대로 잊고 있었고, 지금은 또 이렇게 어정쩡하게 만나고 있었다. 

 왠지 이렇게 추억을 되새기게 되는 게 왠지 설레게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을 또 인지하게 될 때쯤이면. 나는 또다시 그를 좋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스스로에게 의심을 품곤 했다.


 우리는 대체 무슨 관계인 걸까. 무슨 관계가 되려는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에 들었다.




 그 와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 만나게 되었고, 그는 직업상 평일에 만나거나 주말 늦은 밤에 만나 거나했다. 나는 점점 그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기 시작했었고 sns가 아닌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어떤 날에는 전화통화를 한 시간이나 넘게 통화하기도 했다.


  그다음 주에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며 영화를 보기도 하며, 나의 선물 거리를 사기 위해서 백화점도 같이 둘러봐주기도 했다.


 나의 입사일은 다가오고 있었고, 입사의 기대감과 동시에 그의 존재는 왠지 남자 친구를 둔 것 같아 늘 기분은 부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와의 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친구라기보다는 든든한 사람이 옆에 있어주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았고, 묘하게 설레는 것도 있었다. 이게 내가 그동안 외로웠기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 정말로 이 사람이 좋아지기 시작해서 그런 건지 잘 헤아릴 순 없었다. 나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면서. 내 방식을 유지했다.

 그래도 남들이 보기엔 커플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저 친구인지, 최소한 썸의 관계인지도 미묘하게 유지한 채 한주 한주를 만나서 보내고 있었다. 아마 썸의 관계도 미묘하다고 느끼는 건 분명 내가 생각하는 과거의 기억들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도 분명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왔다.

 


 그리고 그다음 주가 지나가 그는 고백했다.


"그때. 네가 대학교에 가고 나서 나에 대한 관심이 끊겼다는 걸 느꼈거든. 그래서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는 게 좋은 걸까 하면서 고민했어. 결국엔 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했다.

 나도 어떻다고 말하긴 분위기가 묘했다.

 사실 나는 그때의 우리는 그저 그렇게 끝날 그런 관계에 불과했었다고 스스로 받아들인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내가 많이 좋아했었거든. 그렇게 망설이기만 하다가 어느 날 네 미니홈페이지에 남자 친구랑 사진 같이 찍은 거 올린 걸 보고 멍해지더라."

 그는 그래서 포기했다고 했다.

 계속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만을 했다면서 말이다. 

 어찌 보면 그게 습관이 되어서 최근에도 나의 sns를 계속 바라보곤 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왜 지금 해?"

 나는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가 나에게 고백할 여지를 주고 싶었다.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예전에는 그렇게 좋아했었으니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었거든, 애인은 없는지 또는 결혼을 한 건 아닌지. 그랬으면 어쩌나 싶기도 했었고."

"어쩌나 싶었다니..."

"그랬어... 그땐 정말 그렇게 좋아했거든. 오랫동안."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방금 그가 말한 내용 중에서 이질감이 드는 말이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뭐였는지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말했다.


"그때의 너는 나에게 지루하다고 말했어. 지금은 어땠어? 지루했어?"

 그러지 않았다. 어느 정도 설레기도 했고 기대감도 들었다. 얘가 날 좋아하는 게 아닐지 말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는 불편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제야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많이 좋아했어. 그래서 의식도 많이 하다 보니까, 너에게 맞춰보려고 그때도, 지금도 이리저리 해봤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아."


 이 녀석은 나에게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확실하게 썸 관계도 연인관계도 아니었는데, 완전히 관계 자체를 정리하듯 말이다.

"그냥... 이정도였었구나. 싶어."

 그리고 그는 그렇게 비수가 되는 말을 했다. 8년 전에 내가 품었던 마음을 그대로 가져와서 말이다.


"야. 너 지금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

 나는 주먹을 떨리도록 강하게 쥐었다. 아끼던 가방끈이 구겨지면서 까지.

"아니. 그런 마음은 아니었어. 나도 처음엔 널 마주하고 만나보고 싶었었으니까."

"야. 그렇게 좋아했다고. 만나자고 하고서 이제 와서? 지금 장난해? 나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이게?"

"미안해."

 그는 그 이후로 말하지 않았지만, 자꾸만 귀에 맴도는 말이 있었다.


'그냥 이 정도였구나 싶어.'

 그래 납득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이 그렇다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저 내가 그렇게 너를 취급했던 만큼, 너 또한 과거에만 사로잡혔던 거에 불과했던 거야.


 정말 최악이었다.


 처음 좋아했던 녀석이 다시 나타나서 이렇게 나를 혼쭐을 내주고 말이다.

 이렇게나 찢어지는 첫사랑 상대가 있을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가 미웠다.


"우리 이제 진짜 연락하지 말자."

 그리고 그는 말했다.

"그래."

 아무런 거부감 없이.





안녕하세요. 글쓴이 우연양이라고 합니다. ^^!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연재되었던 '사랑할 때와 사랑하고플 때'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했으면>으로 책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

브런치의 추천작품으로서, 또 연재되기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던 이야기가 책으로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너무 기쁘네요.

사랑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겠습니다.

단순한 연인들간의 사랑이 아닌 '사랑'이라는 그 자체를 주제로 삼은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많은 분에게 다가가 많은 사랑을 받을 책이 되길 바라며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관심 부탁드려요.^^


알라딘

예스 24

교보문고


매거진의 이전글 썸에는 책임감을 묻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