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요리도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

에그 인 헬 만들기

by 우연양


요리에 꽤나 경험이 있으면 가끔은 곤란한 부탁을 받기도 한다.

"배고픈데 뭐 좀 맛있는 거 해줘."

조금은 무식한 부탁 아닌 부탁 같은 그런 말.

그런 말은 같이 밥을 먹으러 나와서 "뭐 먹을까?" 하는 질문에 "아무거나"라고 답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대화였다.

"뭐 먹고 싶은데?" 내가 그렇게 다시 물으면, "글쎄? 맛있는 거."라고 대답이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꽤나 달랐다.

"혹시 그거 알아? 최근에 그 카페 거리에 유행이 있던데."

"무슨 유행? 커피?"

"아니 식당의 메뉴인데. 검은 냄비 위에 매워 보이는 빨간 소스에 계란이랑 고기가 빠져 있는 듯한 사진들이었는데, 이름이 에그 인 헬 이렇게 부르더라고. 엄청 매운가 봐."

보통 음식 이름에 헬이라고 들어가 있으면 맵다는 인식이 생기니까 그렇게 말하는 게 이해가 갔다.

결코 어려운 요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오늘은 웬일인지 아무거 나가 아니고 무엇을 하나 콕 집어서 이야기를 하니 기분 좋게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말했다.

"그게 요새 유행이래?"

"그런 거 같아. 여기저기에 그런 사진들을 붙이고 있던데."

"근데 그거 매운 거 아닌데. 뭐 물론 맵게 할 순 있지만."

"뭐 진짜? 엄청 매워 보이던데."

선입견이라는 건 이런 점에서 꽤나 무섭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주문을 한 사람들이 왜 맵지 않냐고 불만을 터트린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네가 싫어하는 베이컨도 들어가는데 괜찮아?"

"뭐 진짜?"

"그래도 베이컨 특유의 향은 없어져. 그것 때문에 싫어하는 거잖아."

"그렇긴 한데... 음."

선입견은 그래서 늘 어렵다.

이미 앞서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점은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더 어렵게 만든다. 그렇기에 겉만 보고 판단하는 건 늘 어려운 법이다. 사람이든 그 어떤 요리든.




예열된 펜 위에는 기름을 살짝 둘러준 뒤, 자잘하게 썰어낸 베이컨 조각들을 약한 불에서 느긋하게 볶아내어야 한다. 그러면 베이컨이 가진 특유의 향은 앞으로 씌워지게 될 소스와 다른 재료에 잘 어우러져 그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 조차 베이컨이 들어갔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약한 불에 점점 바삭한 모습의 베이컨이 보일 때쯤, 다진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는다. 거기서 파프리카나 감자 혹은 다진 배추나 버섯 다른 채소들도 함께 넣어도 괜찮다. 조금 매운 것을 원한다면 페페론치노나 매운 고추를 넣는 것도 추천된다.

이렇게 재료들을 볶는 과정엔 아주 소량의 소금도 넣어주면 좋다. 뭐든지 밑간이 되어야 그 재료들만이 가진 맛을 끌어내는 게 소금이니.

그렇게 볶아낸 재료들 위에는 토마토소스를 부어준다. 보글보글 끓일 때쯤엔 그 위에 계란을 깨뜨려 올려주고 다시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들을 뿌려주고 냄비 뚜껑을 덮어 계란과 치즈가 익을 때까지 약한 불로 기다려주자.

에그 인 헬은 그렇게 요리가 끝난다. 끝으로 향신료와 바질이나 덤으로 슬라이스 치즈를 더 올려도 괜찮다. 에그 인 헬은 빵과 곁들여 먹는 음식이기에 좀 자극적이어야 입안을 풍족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식사라기보다는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안주나 브런치로도 괜찮은 음식이다.



정작 그 요리를 해달라고 한 그는 정작 숟가락을 잘 들지 못했다. 그는 베이컨은 물론 페페로니에서도 나는 특유의 소시지와 햄들의 훈연의 향을 싫어했다. 그렇기에 그게 들어간다고 하면 기피하는 게 먼저였다.

"이거 어떻게 먹는 건데?"

정작 먹어보고 싶어 하던 모습과는 반대로 내어주니 먹고 싶지 않은 티를 물씬 내고 있었다.

"그냥 계란과 치즈 소스를 퍼 올려서 빵에 얹고 먹으면 돼. 감바스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돼"

반대로 감바스를 좋아하는 만큼 감바스로 비유를 하니 먹는 방법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쭉쭉 늘어나는 치즈를 들어 올리며 빵 위에 계란 노른자와 토마토소스와 뒤얽힌 에그 인 헬을 떠올렸고 가볍게 한입을 먹었다. 그러자마자 그는 정말 의외라는 얼굴로 한 입 더 먹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정말 다르긴 하네. 베이컨 냄새도 안 나고 오히려 씹히는 맛이 있어서 더 좋아."

그렇게 그는 한입 도입 그리고 새로운 빵을 들고 다시 에그 인 헬을 올려 다시 한입 두입 넣었다.

그의 선입견이 조금은 바뀌는 순간이었다. 애초에 베이컨이 특유의 향을 내는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서 오히려 단점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한번 선입견을 가진 이상 그걸 바꾸기라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겉만 보고 판단만 하면 안 되는 거야."

사람이든 요리든 그 어떤 것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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