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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5. 2016

02. 상사는 반품이 안 되나요?

<직장 정글의 법칙>


나신입(나몰라 신입) / 허대리(허당 대리)/ 이과장(이기적 과장) / 백차장(백여우 차장) / 장부장(장남아 부장)


이과장이 외근 나가는 허대리를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허대리, 허대리, 혹시 이따 점심 먹고 들어오는 길에 우리 딸 머리핀 좀 사다줄 수 있어?”

옆에서 듣고 있던 백차장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이과장을 바라봤다.

“이과장 딸 머리핀을 왜 허대리가 사?”
“제가 사다 주겠다고 큰소리쳐놨는데 여자애들 머리핀은 뭐가 예쁜 건지 봐도 봐도 모르겠어요.”

허대리는 마침 선물을 하려던 참이었다고 흔쾌히 말했지만 백차장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야.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면 안 되지. 허대리가 거절하기 힘들잖아.”

이때다 싶었는지, 신입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설 앞두고 엄청 바쁠 때 있었잖아요. 그때 부장님이 조카들 세뱃돈 줘야 한다고 신권 바꿔오라고 한 것보단 훨씬 낫네요. 은행마다 신권이 부족해서 전 일곱 군데 돌아다녀서 겨우 금액 맞췄거든요.”

이과장도 맞장구치며 한마디했다.

“난 철야한 다음 날 아침에 부장님이 속옷 사 오라고 해서 편의점 갔다 왔어. 그때 사무실에 나랑 허대리밖에 없었는데, 여성 직원에게 시키기 그렇다고 나더러 다녀오라잖아.”

질 수 없다는 듯 허대리가 받아쳤다.

“저는요, 지난 연말에 부장님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콘서트 티켓이 금세 매진된다고 해서 오전 내내 예매 오픈하길 기다렸어요. 사이트 열리지마자 광클해서 겨우겨우 VIP좌석 예매 성공했잖아요. 휴, 그거 실패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오싹해요.”

한번 이야기가 시작되니 봇물 터지듯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신입이 아,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입사 동기한테 들었는데요. 경영지원팀 최과장님은 휴가 가면서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를 맡기고 가셨대요. 고양이가 밤새 우는 바람에 며칠 동안 동기가 한숨도 못 잤다고 하더라고요.”

허대리도 한마디 했다.

“내 동기는 크리스마스 때 부장님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산타클로스 할 사람 없대서 수염 붙이고 산타 분장하고 가서 하루 놀아줬대.”

그때 이과장이 의자 밑에서 박스 하나를 꺼내들고는 허대리에게 다가왔다.

“저기 허대리. 이거 말이야, 내가 큰맘 먹고 산 어린이 동화 전집인데…… 홈쇼핑에 전화해서 반품 좀 시켜 줘. 애들이 책을 통 안 봐서 말이야, 하하!”

순간 사무실 안이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허대리와 신입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마주 보았다. 백차장이 이과장을 쏘아보며 말했다.

“이과장, 그만 좀 해. 자꾸 사적인 일 시키면 널 반품해버린다!”

직장정글의 법칙

'회사 보고 왔다가 상사 보고 떠난다.'는 말이 있다.
좋아서 선택했던 회사를 포기하게 할 만큼 상사의 비중은 크다.
흔히 상사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순응하게 만드는 상사와 반발하게 만드는 상사. 둘의 차이는 딱 하나다. 부하 직원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느냐, 못하느냐.
결국 핵심은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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