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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5. 2016

01. 월급을 받으려는 자, 무조건 견뎌라.

<직장 정글의 법칙>

나신입(나몰라 신입) / 허대리(허당 대리)/ 이과장(이기적 과장) / 백차장(백여우 차장) / 장부장(장남아 부장)


“이과장은 사람이야, 굼벵이야? 지난주까지 내라던 보고서를 뒤늦게 내면서 이게 뭐야? 앵무새도 아니고 어떻게 보고서가 맨날 똑같아?”

장부장이 소리치자 옆에 있던 백차장도 슬쩍 거들었다.

“이과장. 모름지기 보고서란 변화가 필요한 거야. 영어로 variation. 아, 무식해서 영어를 알지 모르겠네?”

부장과 차장의 타박에 잔뜩 기죽은 이과장이 겨우 목소리를 냈다.

“저는 나름대로 변화를 준 건데…….”

이과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장의 말이 이어졌다.

“잔소리 말고 다시 써. 또 이러면 보고서가 아니라 사표 쓸 각오해. 알았어?”

잠시 후 허대리가 이과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과장님. 보고서 쓰시는 거 제가 좀 도울까요?”

그러자 이과장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

“히이이힉? 허, 허허, 허허허허대리, 언제 왔어?”

“보고서 수정하시는 거, 제가 좀 도와드릴까 해서요. 근데 과장님, 웹서핑하시네요? 도시 텃밭 동호회라도 가입하셨어요?”

그러자 이과장이 울분을 토하며 말했다.

“인신공격에, 막말에, 하루도 빠짐없이 까면서 사표로 협박까지 하는 부장도 싫고, 옆에서 거들면서 살살 약 올리는 차장도 얄미워서 보란 듯이 사표 던지고 나서…….”

깜짝 놀란 허대리가 이과장에게 물었다.

“네? 이직하시게요?”
“아니. 귀농하려고. 지금 막 귀농 카페에 가입했어!”

지나가다가 그 말을 들은 백차장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끌끌찼다.

“쯧쯧쯧. 작년에는 확 사표 내고 치킨집 한다더니 이번엔 귀농이야?”

신입이 옆에서 거든다.

“과장님, 저희 부모님이 농사지으시는데 농사가 생각보다 힘들어요.”
“알아.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겠지.”
“사표 낸 사람 둘 중 하나는 후회한다는 통계도 있던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러나 이과장은 신입의 말에 끄떡 않고 힘주어 말했다.

“생각해볼 때마다 확신이 생겨. 월급은 쥐꼬리보다 작은데 오르는 속도는 달팽이보다 느리고, 그나마 잡으려고 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비전도 없고. 결정적으로 난 조직 생활이랑 안 맞아. 나, 이번엔 단단히 결심했다고!”

그때 이과장의 전화벨이 울렸다.
이과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통화가 길어질수록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마지막엔 가냘픈 외침이 들려왔다.

“여보. 사표 낸다고 돈 안 버는 거 아냐. 내 말 좀 들어봐. 여보. 여보오오오!”

전화를 끊고 자리에 돌아온 이과장의 표정이 안 좋다.

“사모님이 뭐라세요?”

신입이 묻자, 이과장이 사표를 찢으며 힘없이 말했다.

“사표고 귀농이고 다 집어치우고 열심히 회사 다녀서 돈 벌어오래.”

직장 정글의 법칙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부당한 대접이나 모욕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견뎌냈느냐다."라고.
직장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견뎌냈느냐가 아니라, 견뎌낸다는 사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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