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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26. 2016

07. 삶을 담은 공원_노르웨이

<내 차로 가는 세계 여행 1>

달리다가 차를 세우고 셔터만 누르면 엽서 사진이 나옵니다.
자연을 중시하는 나라답게 트램길도 잔디로 뒤덮여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 노르웨이

‘북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름처럼 노르웨이는 국토 절반 이상이 북극권에 속해 있습니다. 그래서 4월부터 7월까지는 백야로 종일 밝다고 합니다.

노르웨이는 9세기부터 바이킹의 나라였다고 합니다. 말을 번드르르 좋게 해서 바이킹이지 바다에서 노략질을 일삼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국토 대부분이 험준한 산악 지대인데다 해풍이 따스한 해안 지역이 그나마 살기 좋았으나, 겨울엔 종일 어둡고 추워서 바다를 타고 늘 다른 곳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르웨이 자연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그대로입니다.



인간의 삶을 담은 프로그네르 공원


이튿날 이른 아침에 여장을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오랫동안 가슴에 새겨둔 곳을 드디어 가본다는 기대감에 밤을 설쳤습니다. 단숨에 프로그네르 공원으로 갔습니다.

구스타브 비겔란은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조각가입니다. 죽기 전에 자신이 일생 동안 만든 작품들을 오슬로 시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시 당국은 기꺼이 그와 그의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공원을 만들 것을 결정하고 모든 것을 그에게 일임했습니다. ‘프로그네르 공원’으로도 불리는 이 공원은 그런 멋진 화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공원의 랜드마크인 심술쟁이 소년상. ‘오줌싸개 소년’이란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린답니다. 


공원 곳곳에는 청동과 화강암, 주철 등을 재료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늙은 조각가가 임종을 앞두고 만든 작품답게 대부분이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과, 희노애락을 주제로 만들어졌습니다. 때문에 나같은 문외한도 쉽게 작품의 의미를 수긍하고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작품은 공원 중앙의 탑 ‘모놀리트’입니다. 약 17미터 높이의 화강암으로 된 작품입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큰 기둥처럼 보이지만 121명의 남녀 군상들이 뒤엉켜 고통과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들이 실제 사람의 모습인 양 생동감 넘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고통을 견디며 정상으로 올라가려고 애쓰는 군상들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자니 많은 느낌, 많은 생각들이 교차되었습니다.

오슬로에 오면 꼭 보겠다고, 아니 이 조각상을 보기 위해 오슬로만큼은 꼭 가겠다고 진작부터 다짐을 했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대해 온 이상으로 큰 감동으로 받았습니다. 이런 감명과 행복감을 주는 예술가들에게 정말 감사를 드리고픈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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