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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01. 2017

01. 나를 믿어라.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처럼>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는 여왕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궁전도, 도시도, 나라도 없었다. 신하는 물론이고 백성도 없었다. 그녀는 피로하고 지친 얼굴로 전갈과 가시덤불로 가득한 중동의 사막 지역을 떠돌고 있었다.

     
약 3년 전 그러니까 기원전 51년, 그녀는 이집트 여왕에 즉위했다. 그런데 그것은 반쪽짜리 즉위였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그녀의 남동생도 이집트 왕에 즉위했기 때문이다. 남매는 이집트의 공동 통치자였다. 이집트 국민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이집트 궁정의 실력자들은 그녀를 증오했다. 그녀가 왕의 보조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왕을 지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집트 궁정 실력자들에게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왕을 조종해서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늘려나갔기 때문이다.
     
만일 왕이 여왕의 통제를 받게 된다면 그들 모두는 기득권을 잃게 될 터였다. 아니, 그들 대부분은 여왕과 적대관계였기에 잘못하면 처형당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음모를 꾸몄다. 삽시간에 이집트 전역으로 소문이 퍼졌다. 여왕이 로마인들에게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한다는. 여왕은 하루아침에 반역자가 되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그녀는 몰래 왕궁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비록 비참한 몰골로 사막을 헤매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신까지 사막을 헤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사막 위로 내리꽂히는 직사광선보다 더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녀는 오직 하나만 생각했다. ‘내가 이집트를 되찾을 수 있는 강한 군대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군대를 양성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자신을 따라서 도망쳐 나온 몇 안 되는 측근을 부양할 돈도 부족했던 클레오파트라는 역사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결단을 내린다. 자신의 얼굴 초상이 새겨진 화폐를 발행, 용병을 사서 군대를 조직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광경을 한번 상상해보라. 한국의 평범한 스무 살 젊은 여성이 대기업의 횡포에 분노,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기업을 세우고자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은행에 수조 원대의 대출을 신청하면서 “도대체 당신의 뭘 믿고 우리가 이토록 큰돈을 빌려줘야 합니까?”라고 묻는 은행 임원진에 확신에 찬 얼굴로 “나를 믿어라!”라고 말하는 장면 말이다. 당시의 클레오파트라가 이러했다.
     
클레오파트라의 도전은 성공했다. 그녀가 발행한 화폐는 정상적으로 유통되었고 그녀는 군대를 거느리게 되었다. 얼마 후 그녀는 군대를 이끌고 남동생들과 그 측근들이 장악한 이집트의 수도 알렉산드리아를 향해 진군했다. 아니, 그녀는 역사 속으로 진군했다. 이때의 결단으로 인해 그녀는 이집트에서 추방당한 떠돌이 여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클레오파트라가 되었다.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의 내면을 가득 채웠던 것은 태양처럼 빛나는 자신감이었다. 비록 세상은 그녀를 실패자로 낙인찍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빛나는 태양으로 인식했다. 물론 그녀가 권력 다툼에 패배해서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태양이 잠깐 구름에 가린 사소한 사건에 불과했다. 
     
이 세상에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한번 생각해보라. 만일 누군가가 태양 앞에 직접 서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먼저 눈이 멀고, 이어 온몸이 녹아 없어질 것이다. 나는 말하고 싶다. 사막을 떠돌던 스무 살 클레오파트라를 만났던 사람들이 바로 이와 같았다고. 그들은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클레오파트라의 자신감에 눈이 멀고, 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녹아버리고 말았다고. 그랬기에 그들은 클레오파트라에게 복종했고, 그녀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까지 바치고자 전쟁터로 향했다.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세상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 정도의 자신감이다. 오프라 윈프리를 보라. 한때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우울하고 슬픈 여자 중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아홉 살 때부터 쓰레기 같은 남자들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했고, 열네 살에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출산했고, 그 아이가 불과 몇 달 만에 사망하는 거짓말 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녀의 삶을 가득 채운 것은 우울증, 폭식증, 비만, 자살 충동, 마약 등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태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우리가 아는 오프라 윈프리가 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여자가 자기 내면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은 보지 못하고 그 태양을 가린 어둡고 깊은 구름만을 본다. 그러고는 너무나 섣불리 저주스러운 구름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래서 세상에는 영혼이 아픈 여자들이 너무도 많다.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공허감과 우울증의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를 파괴적으로 사는 여자들이 많다. 이제 삶의 비밀을 깨달아야 할 시간이 왔다. 당신이 허무하고 우울한 구름이 아니라 빛으로 충만한 태양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순간이 왔다.
     
오프라 윈프리는 성공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항상 마음의 눈으로 내 미래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너무 눈부셔서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오프라 윈프리보다 1억 배는 강력한 삶을 산 클레오파트라는 마음의 눈으로 미래를 바라볼 필요도 없었다. 그녀 자신이 위대한 미래였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은 마음의 눈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인가, 아니면 어두운 구름인가. 당신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기를 바란다. 당신은 이미 빛나는 태양이다.
     
※ 일러두기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으로 유명한 그리스인 작가 플루타르코스가 남긴 기록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는 기원전 69년 또는 68년에 태어났다. 만일 클레오파트라가 기원전 69년에 태어났다면 그녀가 알렉산드리아에서 도망쳐 사막을 떠돌았던 기원전 48년에 그녀는 스물한 살이고, 만일 기원전 68년에 태어났다면 스무 살이다. 여기서는 후자를 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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