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영어 공부 방법은 무엇일까?
영어 공부 비책, 외우지 마라! vs. 달달 외워라!
“이것만큼은 꼭!” 연초가 되면 누구나 계획을 세웁니다. 학생이나 직장인 가릴 것 없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싶어 하지요. 때마침 영어에 일가견이 있는 두 분이 저마다의 영어 공부 비책을 내놓았습니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사를 전제로 하기에, 저절로 손이 갔습니다.
두 저자의 영어 잘하기 비법에 관한 주장은 매우 다릅니다. <플루언트>를 쓴 조승연 저자는 ‘암기가 아니라 사고 패턴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김민식 저자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영어를 잘하는 비결은 역시 외우기다!’라고 주장합니다. 두 저자의 주장이 극과 극이죠. 여러분은 누구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영어 잘하기 비책이 왜 이렇게 다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두 저자가 살아온 삶의 배경 차이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먼저 <플루언트>의 저자 조승연을 살펴봅니다.
‘영어 공부법의 차이’만큼 차이 나는 두 저자의 배경
1. <플루언트>의 저자 조승연, 글로벌 환경에서 자라다.
조승연 저자는 '뉴욕대 경영학교(NYU STERN SCHOOL)를 졸업했으며, 프랑스어를 독학으로 공부하여 프랑스 최고 미술사 학교인 에꼴드루브르에 합격해 2년간 수학'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글로벌 현장에서 영어를 익히고 사용해 왔죠.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독해할 수 있다. 지금은 한문과 중국어를 배우며 동양 언어 공부에 매진하는 동시에 영국 노팅엄 대학 영어언어학 석사 과정을 원격으로 수학하며 언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있다.’고 저자소개에 나와 있습니다. 언어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분입니다.
어떻게 언어적 역량을 키웠는가? 그의 이전 저서와 강연을 보면, 20년간 KBS 아나운서이자, 현재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어머니 이정숙 씨의 교육열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정숙 씨의 저서 <조승연처럼 7개 국어 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 <양육의 신>을 보면 제목만으로도 교육에 대한 열정과 철학을 엿볼 수 있지요.
또한, 조승연은 세계문화전문가(COMPARATIVE WORLD CULTURES AND LANGUAGES EXPERT)라는 타이틀을 가졌습니다. 단순히 언어만 잘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싹튼 문화권의 역사와 철학과 예술, 생활 방식까지의 이해를 바탕으로 책을 쓴다는 말이죠. 자신의 저술과 강연의 토양이 글로벌 문화 위에 우뚝 서 있음을 표현한 최적의 타이틀이라 생각합니다.
2.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 김민식, 30년 독학의 비결
김민식 저자는 유학은커녕 어학연수, 회화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30년 독학으로 습득한 영어 공부 비결을 이 책에 담았다고 소개합니다.
'중학생 때 영어책 한 권 외우고 세운 자존감을 디딤돌 삼아, 부족한 교양은 독서로 채우고, 부족한 외모는 연애로 극복하고, 부족한 경험은 여행으로 메우고, 부족한 연출 기회는 소셜미디어로 때우며 산다. 이 책은 영어라면 기겁하는 분들, 영어 공부에 학을 뗀 분들, 한 번도 영어를 배워본 적 없는 분들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영어 공부해보시라는 힘찬 동기 부여와 열렬한 응원을 전한다.'라고 위트 넘치는 자기소개를 선보입니다.
1987년에 한양대 자원공학과에 입학했으나 엔지니어가 되기엔 학점이 부족했고, 1992년에 한국 3M에 영업직으로 입사했으나 세일즈를 하기엔 끈기가 부족했고, 1995년에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했으나 통역사로 먹고살기엔 시트콤을 너무 좋아했다. 결국, 1996년 MBC 공채로 들어가 버라이어티 《!느낌표》,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혹독한 연출 수업을 받았다는 저자는 글로벌 경험은 없지만, 영어의 왕도는 '암기'라는 철학으로 영어를 정복한 영어 암기 방법론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영어 공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어 유창함의 비밀, 조승연의 조언
“영어 단어를 쓸 줄 안다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처음 본 단어도 척 보고 문맥상의 의미를 눈치챌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잘 아는 단어를 어떤 문장에서 발견하면 그 단어가 왜 그 문장에 쓰였으며 왜 그 자리에 놓였는지를 알아야 한다. 셋째,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말하는 속도에 맞추어 머릿속에서 찾아 입으로 내뱉을 수 있어야 한다.”
- <플루언트>, 조승연 -
“예를 들면, 영어의 cap(caput)은 ‘머리’를 뜻하는 형태소다. 한자로 치면 ‘머리 수(首)’나 ‘으뜸 원(元, 사람의 머리를 크게 그린 한자)에 속한다. capt라는 형태소는 수많은 영어 단어에 등장하는데, 어느 때는 t가 떨어진 cap이라는 형태로, 어느 때는 cap의 프랑스식 변형인 chef라는 형태로 나온다. 예를 들어서 한 도시의 ‘머리 도시(수도)’를 capital city라고 하고, 우리가 건물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돌을 ‘머릿돌’이라고 하듯이 사업할 때 가장 먼저 내려놓는 자본금을 capital이라고 하며, 한 무리의 우두머리, 또는 수장을 captain이나 chief라고 한다.”
- <플루언트>, 조승연 -
플루언트의 저자 조승연의 책에서 발췌한 영어 공부 방법입니다. 영어 공부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그들의 역사와 문화적 지식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죠. 외국 드라마를 원어로 시청하면서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외국 미디어 정보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배경도 역사와 문화의 바탕에서 찾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식민지 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 영어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부터 바꿔야 함을 강조합니다.
다국어 능통함의 비결은 역시 암기, 김민식의 조언
“책 한 권을 외우라고 하면 지레 겁을 먹습니다. 회화 교재 본문을 세 번만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읽고 난 후, 고개를 들고 한번 되뇌어보세요. 뜻밖에 머릿속에 남은 문장이 많을 겁니다. 기억이 안 나면, 영어 대신 한글 번역을 보고 다시 원문을 떠올려보세요. 잘 안 되어도 실망하지 말고요. 첫술에 배부를 수 없잖아요.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게 중요합니다.”
-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
“영어 암송 복습을 할 때, 교재를 보면서 하면 영어 문장이 쉽게 떠오릅니다. 그러면 자주 본 문장이고 익숙하니까 그 표현을 ‘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암송 공부를 할 땐, 책을 보지 말고 눈을 감고 문장을 외우세요. 그게 진짜 공부입니다.“
-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김민식 -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로도 대화할 수 있고, 스페인어까지 공부하고 있는 저자는 자타가 인정하는 어학의 신이라 할 만한데, 그가 다국어에 능통한 비결 역시 기초회화 책을 외우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하루 10문장씩만 외워도 한 달이면 300개의 문장을 숙달할 수 있는데, 이렇게 외운 문장 300개는 ‘복리의 마법’처럼 쌓여 어느 날에는 기적처럼 저절로 입이 열리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어떤 책을 선택하든, 목적은 하나!
<영어책 한 권 읽어봤니?> 책 소개에 보면, 김태호 PD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영어 실력만 향상되는 게 아니라, 이러다 인생이 진짜 바뀔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기 위한 비결만이 아니라 영어 덕분에 인생이 바뀐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면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저자의 주장처럼 “영어 공부의 왕도는 ‘암기’다. 아니다. 영어 공부는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라고 딱 잘라 구분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는 방법은 개인차가 있는 법이니까요. 영어 공부의 왕도는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모국어로 의사소통하듯 매일 꾸준히 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영어 정복의 역경을 견뎌내기 위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전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필요하겠죠. 내년에는 영어 공부가 목표가 아니라 ‘해외여행을 떠나 현지인 친구 사귀기’를 목표로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