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신책산책]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by 더굿북
여행, 성장하는 나를 위한 최고의 선택
hji.jpg?type=w1200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의 저자 안시준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여러 신간 중에서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여행기를 소개하는 책이 한 달에도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오고, 저마다 독특한 일정과 방법과 이야기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 책이 눈에 띈 이유가 뭘까? 제목을 곱씹으며 책 표지를 들여다보니, 자신감이란 단어가 떠오르더군요. 어떤 여행을 했기에 자신 있게 ‘최고의 공부’라는 책 제목을 정할 수 있었을까요?

안시준 저자는 지금 어엿한 사회적 혁신 기업 ‘한국갭이어’의 대표입니다. 그는 사람들 속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다양한 세상을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스무 살 홀로 떠났던 무전여행을 시작으로 다섯 번의 국내 무전여행과 일본 무전여행을 감행하죠. 이 여행으로 자신감을 얻은 후 더 넓은 세상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200만 원을 들고 세계 여행을 떠납니다. 16개월 39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강도, 납치, 교통사고, 지진, 사기, 축구 폭동 등 수많은 사건·사고를 겪는데, 세상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며 스스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학교에서는 배우기 힘든 인생의 지혜와 삶의 긍정을 깨닫게 되죠.

여행에서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청춘들을 만납니다. 그들이 자기 삶의 방향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여행하는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세계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는 스펙을 쌓고 회사에 취직하는 것 대신 갭이어를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2012년 ‘한국갭이어’를 창업합니다. 이후 ‘세바시’ 출연, 서울시의 ‘1일 시민 시장’ 등으로 각종 언론에 소개되면서 이 시대 ‘청년 멘토’로 자리 잡습니다. 지금은 갭이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1년에 몇 달은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바쁘게 뛰고 있으며, 갭이어 컨설팅과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합니다.

hhgg.jpg?type=w1200


함께 읽으면 좋을 괴테의 소설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를 읽으며 문득 괴테가 떠올랐습니다. 괴테는 자기가 직접 그린 그림과 글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을 썼고,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라는 유럽 최고의 교양 소설을 썼는데요. 이 저작들의 바탕이 여행이었던 거죠. 그중에서도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여행기가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를 읽으며 연결된 책이었습니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한 명의 시민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 청년 ‘빌헬름’이 집을 떠나며 겪는 인생 이야기입니다. 빌헬름은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었는데요, 자신이 마주해야 할 시민사회의 편협한 안목과 아량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떠납니다. 그는 연극을 좋아했기에 여행에서 만난 유랑극단에 뛰어들게 되는데요. 극단에 소속되어 다양한 사람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괴테의 성찰이 담긴 소설

‘수업시대’라는 명칭이 독특한데요. 중세 독일은 직인 조합이 있었는데, 직인(직업인)이 되려면 우선 스승을 찾아가야 합니다. 스승 밑에서 수년간 도제로 수업을 받은 뒤 직인으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기술과 인격을 닦아야 비로소 마이스터(장인)로 독립할 수 있었죠. 빌헬름은 집을 뛰쳐나오기 전, 연극에서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집을 떠나서는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죠. 괴테는 이 과정을 ‘수업’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수많은 실패와 역경 가운데, 빌헬름은 단단한 인간으로 성장합니다. 몸소 부딪치고 깨어지며 인생의 여러 가지 양상을 체험하며 어엿한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어른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어쩌다 어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괴테 자신의 체험을 배경으로, 유년시대에 연극을 좋아하게 되면서 방황하며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길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를 읽으며 떠오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연결하는 책읽기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빌헬름을 떠올렸습니다. 안시준 작가, 칭찬해주고 싶은 저자이고, 책입니다. 책을 쓰기 위한 경험이 아니라, 여행으로 세상을 몸소 부딪쳐 겪어내고 나서, 매일 가슴 벅찬 삶을 사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쓴 책이라는 느낌이 페이지마다 느껴졌습니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차이가 있다면 소설과 에세이라고 할까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는 1770년대에 시작됩니다. 초고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1777년~1786년)이라 불리던 미완성의 연극 소설이었습니다. 이후 괴테는 이 소설을 뒤로하고 이탈리아 여행을 떠납니다. 괴테의 그림과 글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은 예술가로서의 생애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죠. <이탈리아 여행>은 지금 우리가 접하는 여행 에세이의 원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 여행에서 괴테는 수업하는 화가로서 1천 매에 이르는 아름다운 스케치를 그립니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온 후, 1794년부터 쉴러와 우정을 맺는데, 프리드리히 쉴러는 괴테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히는 극작가이자 시인입니다. 괴테는 절친한 친구이자 협력자인 쉴러의 격려와 비판을 받으며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1790년대 중반 완성하게 되죠. 따라서 빌헬름은 어쩌면, 괴테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빌헬름의 성장 과정은 괴테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인격의 성장이겠죠. ‘현재에서의 완성을 지향하는’ 독일 고전주의를 확립한 괴테에게, 빌헬름은 지성인의 성장 모델이었던 것이죠.


저자 직강,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에세이로서의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는 안시준 저자 직강입니다. 안시준은 다른 많은 사람처럼 여행을 꿈꿨습니다. 그런데 안시준이 선택한 여행은 우리가 흔히 ‘여행책’에서 만나는 품격, 품위, 명품으로 점철된 여행이 아니올시다. 저자가 선택한 여행은 '무전여행'입니다. 천박한 표현으로, 밥과 잠을 빌어먹으며 다니는 여행입니다. 그런데 그저 먹고 자면 그만이 아닙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가를 지급합니다. 먹은 곳에서 설거지하고, 잔 곳에서 청소합니다. 다만 먹고 자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고 꿈을 나누며 소통합니다. 안시준의 여행은 빌헬름의 그것과는 다른, 21세기를 살아내는 젊은이의 고뇌와 열정이 담긴 여행입니다.

kl.jpg?type=w1200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에서 뽑은 8가지 키워드

책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 보았습니다. 저자의 글이라는 우물 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보물들을 8가지로 제한할 수는 없겠지만, 여행이라는 경험은 저자의 주장처럼 최고의 인생 공부가 될 수 있겠군요.

1. 변화
“여행은 나를 바닥부터 변화시켰다. 애써 쏟아부어도 채워지지 않던 깨진 독 같던 마음에 뭔가가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뻥 뚫려 있던 마음속으로 들어온 건 신뢰였다. 나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마음, 세상은 살만하다는 믿음. 그렇게 나는 여행을 통해 세상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우게 되었다.”

2. 개성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다. 세상을 생생하게 느껴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는지도 보고 싶었다.”

3. 규칙
“무전여행을 시작하기 전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한 번 재워준 곳에 또 가서 잠자지 말기. 둘째, 한 번 얻어먹은 집 가지 말기. 셋째, 먹을 걸 얻어먹었거나 잠자리를 받은 집에선 그 대가로 반드시 일해주기. 세 가지 규칙을 보란 듯이 지켰을 때 오는 성취감은 짜릿했다.”

4. 성취
“조그만 마을에라도 들어가 쉬어야 하는데 그냥 쭉 달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목적지를 향해 한없이 달렸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지쳐서 더는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표지판이 보였다. 위험한 비포장도로가 끝난 곳은 최종 목적지였던 땅끝이었다. 땀이 식을 무렵에야 가라앉았던 감정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쁨, 희열, 감격이 뒤섞여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성취감은 오기를 부릴 때와는 달랐다. 손끝까지 찌르르, 전율이 느껴졌다.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5. 감사
“눈을 감자 집안 여기저기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창문이 덜컹대는 소리, 어머니가 나를 찾는 소리. ‘아! 집에 왔구나. 가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감사한 마음이 흘러넘쳤다. 평소엔 모르고 지나쳤던 소소한 일상이 크게 다가왔다.”

6. 멈춤('휴식'일 수도 있고, '재정비'이기도 한 것)
“가차 없이 그만두고 돌아오는 법을 익혔다. 멈춰 선다고 약해지고 쓰러지는 게 아니었다. 앞을 보고 끝을 향해 질주하다가도 한번 멈춰 서는 방법을 터득하자 다음 일정은 더 쉬웠다. 잠시 멈춰 서서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보고 아닐 때는 뒤돌아갔다. 걸어온 길을 재정비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찾기도 했다.”

7. 직업에 관한 관점
“여러 나라를 돌아보니까 세계인의 공통된 심리는 외로움이더라고. 여행하다 뼈에 사무치도록 외로운데 돈도 없어 누군가에게 전화도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때 한 여행자가 와서 말을 걸어 주고, 나를 꼭 안아주었어.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질 수가 없더라고. 교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언젠가 고국인 미국에 돌아가면 껴안아주는 직업을 얻고 싶다고 했다. 껴안아주는 직업? ‘스너글(Snuggle)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들었어. 누군가에게 ‘바싹 파고들다’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포옹하는 걸 의미해. 내가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 위로를 돌려주고 싶어.’ ‘밀크 테이스터’에 이어 훨씬 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직업에 관한 생각이 한 번 더 전복되는 느낌이었다. 세상에는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있었다.”

8. 맷집
“여행은 내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선물은 ‘맷집’이다. 잽을 하도 많이 맞다 보니 어느 순간 쓰러졌다가도 또다시 이겨내는 힘이 생겼다.”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에는 아름다운 문장, 정제된 언어와 같은 문학적 감성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경험을 통해 얻은 성장에는, ‘진짜 가치가 무엇일까’에 관해 생각하게끔 하는 힘이 있지요. 반드시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넘어, ‘내 삶에서 이런 가치를 찾아본 적이 있던가?’, ‘내가 추구하는 내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와 같이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질문에 이르게 됩니다.

다가오는 2017년 봄, 내 인생을 바꿀 여행 한번 계획하면 어떨까요?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_ 헤르만 헤세

매거진의 이전글05. 플루언트 vs.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