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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9. 2016

06. 정보의 분석과 해석

결함이 있는 정보를 걸러내라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이런 가상 인물을 팔로우할 경우, 가상 인물 창조자는 링크를 더하거나 검색 엔진에서 가상 인물의 평판을 높입니다. 미국의 멀티미디어 투자자문회사인 ‘모틀리 풀(The Motley Fool)’에 따르면 트위터 사용자 9억 7,400만 명 중 44%가 한 번도 트윗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또한 가짜 팔로워를 확인하는 ‘스테이터스 피플(Status People)’의 ‘페이크 팔로워 체크(Fake follower check)’ 어플리케이션에 의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팔로워 4,250만 명 중 80%, 레이디 가가의 팔로워 4,130만 명 중 75%가 가짜이거나 사용되지 않는 계정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한 흔한 속임수는 실제 사람이 가짜 프로필을 만드는 것입니다. 목적은 책의 리뷰를 올리고, 정치에 관해 논하고, 과학 연구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등 각양각색입니다. 뉴욕대학의 저널리즘 교수인 찰스 자이페(Charles Seife)는 이런 가짜 인물을 ‘꼭두각시 인형(Sock Puppet)’이라고 부르는데요. 2012년 페이스북은 거의 10%에 달하는 계정 8,309만 개가 꼭두각시 인형 계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대학 찰스 자이페


우리는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확실하게 알지 못합니다. 헐리우드 스타들은 잡지에 사진이 실릴 때가 되면 바비 인형보다도 날씬하고 매끄러운 피부로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이들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 합니다. 그래서 파파라치는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는 전제로 돈을 법니다.

온갖 방향에서 날아드는 거짓말은 사람의 판단력은 물론 신념에까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현상의 좋은 예는 ‘항 백신 로비’ 활동입니다. 이 활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체계적으로 운영되며 특정한 관점을 내세우지만, 이것이 마치 과학적인 것처럼 포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한 수의 사람이 특정한 관점을 주장하면 블로그나 기사에서 그 관점이 마치 과학인 양 제시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항 백신 운동의 대표적인 사례는 홍역 백신과 자폐증 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영국의 의학자 앤드루 웨이크필드의 연구는 12년 동안 이런 주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2010년 2월에 의학 저널 「랜싯⌟은 웨이크필드가 1998년에 발표한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그가 직업상 부정행위를 저질러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기 때문인데요. 안타깝게도 그에 의한 거짓 정보가 무려 12년 동안이나 아이들의 건강과 삶에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위키피디아는 웹 사용자들에게 사실을 ‘창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정보가 거짓말로 출발했더라도 결국 진실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일이 가능한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거짓 정보를 활용해 내용을 수정하고, 주석에 가짜 출처를 명시합니다. 그리고는 위키피디아의 사실확인팀이 눈치 채지 못하길 기다립니다. 다른 웹사이트에 이 내용이 실리기를 기다렸다가 어딘가에 실제로 실리면 위키피디아의 주석에 남겼던 출처를 해당 웹사이트로 수정하면 끝이죠.

얼핏 진실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진실과 거리가 먼 이러한 정보들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읽고 듣는 모든 내용에 회의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상대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무엇보다 정보의 출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실현 가능성이 적거나, 아예 없는 전제를 분석 과정에 도입하는 것은 제약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됩니다. 편견의 영향을 줄여, 볼 수 있는 증거의 범위가 넓어지고 호기심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2014년 7월,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격추된 다음 날, 언론은 이 사건의 잠재적 용의자를 셋으로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 그리고 러시아였는데요. 정보 분석가들이 이런 세 가지 가능성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면 임무 수행에 실패할 것입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고려할 때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나라를 잠재적 용의자로 간주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지만, 분석가라면 전형적인 답만 검토하면 안 되는 것이 정답입니다. 훌륭한 분석가는 ‘결국 뻔한 답이 정답으로 판명될지라도, 가능성이 있는 모든 해답에서 하나씩 오답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정답을 확신합니다.

‘그리고’를 활용한 사고는 상상력의 부재가 발생할 확률을 낮춥니다. 이는 상반된 두 가지 요소가 핵심 목표와 관련해 어떻게 상호의존적일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과 같은 기업은 고객이 ‘혁신’과 동시에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제품을 찾기를 원합니다. ‘안정 그리고 변화’라는 상반된 목표를 관리하는데 실패할 경우, 기업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두 가지 상반된 목적 사이에 ‘그리고’를 집어넣어 상황에 대한 완벽한 그림을 완성해 보세요. 만약 학교 교감이라면 ‘학교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기’와 ‘학교 경비 절감하기’라는 상반된 목표를 확인하는 것으로 출발할 수 있겠죠. 상상력의 부재를 막으려면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이러면 어떨까?(What If?)라는 질문을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이런 과정은 사고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실을 모을 때, 각각의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그 정보 간의 연결점을 찾으려고 하면 결론에 너무 일찍 도달할 우려가 있습니다. 상상력의 문제에 관한 한 자동화된 과정으로 연결점을 찾으려고 하면 상상력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줄어들고 맙니다. 결국, 거짓 정보와 전혀 관련 없는 많은 정보를 떠안게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점들의 배치 형태가 같은 두 개의 그림이 있습니다. 왼쪽 그림의 모든 점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지만, 오른쪽 그림의 점에는 시작 번호와 마지막으로 연결되는 다섯 개의 점에만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그림의 모든 요소를 일일이 확인하더라도 요소 간에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게 됩니다.   

  분석이란 데이터의 진위를 확인하고, 마음을 연 상태에서 그 데이터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 모든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입니다. 이 두 과정을 마친 후에 데이터 간의 연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편견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작용 가능한 편견을 예상하고 제거하며 분석에 임할 수는 있습니다.
    

찰스 자이페의 <가상 비현실>


저널리즘 교수이자, 「가상 비현실」의 저자인 찰스 자이페는 월드와이드웹을 감염시킨 거짓말의 ‘병폐’를 설명하기 위해 전염병학을 예로 들며, “질병이 무서운 정도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 사람을 얼마나 오래 괴롭히는지, 얼마나 빨리 변이를 일으키는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입소문이 난 정보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수년 동안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또한, 우리가 검색어로 사용하는 어휘를 영원히 바꾸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의 신념에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자이페는 디지털 정보를 ‘전염성 있는 질병의 매개체’라고 부릅니다. 이는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병을 옮긴다는 뜻이며, 이 경우 결함이 있는 정보가 질병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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