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Mar 02. 2017

08. 예루살렘 데이와 아라비안나이트

<도널드 트럼프의 빅뱅>

도널드 트럼프의 중동 전략은 한마디로 친(親)이스라엘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이러한 태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2국가 해법’ 제거를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아, 지구 상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두 군데 중 한 곳은 점점 전쟁 직전의 위험에 이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오히려 버락 오바마의 2국가 해법이 중동 평화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네 차례에 걸친 중동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에 세워놓은 질서를 미국이 개입해서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것이 중동 평화를 가져오는 결과 대신, 제5차 중동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본다. 이스라엘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국가 해법은 버락 오바마가 추진한 중동 문제 해법이다. 버락 오바마는 중동 질서를 4차례에 걸친 중동 전쟁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중동 지형이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정리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을 반대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 기권으로 채택에 이바지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유엔을 ‘친목 단체’라고 비난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중동 전쟁으로 획득한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와 가자지구, 요르단의 요르단 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시리아의 골란 고원 등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왔다. 정착촌 건설 목적은 주로 러시아와 에티오피아 등에서 이주해온 집 없는 유대인들을 정착시켜 인구, 주택, 토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점령 지역을 자국 영토화하려는 것이다. 물론 아랍 국가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래서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은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데, 버락 오바마가 이 문제에 뛰어들어 유대인 정착촌 반대 의사를 밝히고, 유엔 결의까지 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보기에 버락 오바마의 2국가 해법은 전 세계를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몰고 갈 오판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중동 문제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미국이 결정 과정에 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아랍 국가들이 구소련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알려졌지만, 미국이 아랍 국가들의 편을 든다고 아랍 국가들이 미국에 우호적으로 돌아설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가 미국 행정부의 전통적 대중동 정책을 파괴했다고 비판한다.

버락 오바마가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고 오랫동안 버틴 것이나 2국가 해법을 펼치는 것, 중동 문제에서 일관성을 보이지 않다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서둘러서 발을 뺀 것, 핵무기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이란 등에 경제 금융 금수 조치 해제를 선포한 것 등은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밝혀질 일이고, 버락 오바마가 서둘러 중동 문제를 정리하려 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유럽연합 해체의 배경에 중국이 있듯, 버락 오바마가 우왕좌왕한 중동 문제의 배경에도 역시 중국이 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세계는 지금 중국 주도적으로, 혹은 중국 상대적으로 움직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문제에 어떻게 중국이 개입돼?”라고 의문을 표시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이다. 전 세계에서 차이나 타이밍이 시작되었고, 중동 문제도 그중 하나다.

2016년 1월 16일, 버락 오바마가 이란의 경제 금융 제재를 해제한 것은 대중동 대외 정책의 실패를 뜻한다. 시진핑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발표 이후, 버락 오바마는 쫓기듯 이란 경제 제재 해제를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는 미국의 국익을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 대통령이 되었고, 국제 정세와 미국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철학을 갖추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는 인권 문제에만 집착했는데,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밖에 몰랐다는 뜻이다. 버락 오바마는 컨트리 음악의 황제 케니 로저스의 명곡 “몽상가와 사랑에 빠지지 마세요(Don’t Fall In Love With A Dreamer)”가 생각날 정도로 순진했다.

2013년 1월, 재선을 통해 2기 내각을 시작한 버락 오바마는 피봇 투 아시아를 내세우며 중동 철수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진핑은 오히려 2013년 9월부터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로 묶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천명했다. 버락 오바마가 중동 철수를 생각할 때, 시진핑은 중동을 아시아와 유럽 두 대륙을 잇는 징검다리로 활용할 계획을 선포한 것이다.


중동에 대해 일관성 없이 오가던 버락 오바마는 시진핑에게 크게 한 방을 얻어맞았다. 시진핑의 일대일로는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원대한 계획이었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고, 종국에는 아프리카까지 3대륙을 철도와 해로로 묶겠다는 초국가적 발상이었다.

시진핑이 이런 계획을 천명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지도자로서 준비해온 노력과 실크로드라는 선례 때문이다. 지도자가 되기 전부터 시진핑은 세계 패권 쟁취의 전략을 궁리했다. 그리고 2,000년 전부터 존재했던 실크로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진핑은 초원으로 변한 실크로드를 연결할 생각을 한 것이다.

시진핑의 일대일로는 크게 육상 2개 노선과 해상 1개 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육상 노선 가운데, 중국 북서부 우루무치에서 시작되는 중앙아시아 노선에 바로 이란이 있다. 이란은 우루무치-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이란-터키-베를린으로 이어지는 중앙아시아 노선의 중심부다. 시진핑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이란은 중앙아시아 노선의 동서 교차점이다.

2013년 9월, 시진핑이 일대일로 계획을 밝혔을 때 미국과 유엔은 이란에 대해 경제 금융 제재를 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 활용 계획을 밝혔다. 버락 오바마는 시진핑이 미국을 의식하지 않고 세계경제 통합 계획을 밝힌 것에 놀랐다.

그러자 시진핑의 이런 결심을 지지라도 하듯, 2015년 4월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란에 대한 방공 미사일 수출 금지령을 해제했다.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당하며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서 도발한 것이다.

미국은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에 위협을 주는 이란에 무기를 파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경제 위기에 놓인 러시아를 더는 막을 수 없었다. 어설프게 블라디미르 푸틴을 공박하려던 버락 오바마는 러시아의 방위 산업 출구를 열어버렸고, 중동 질서는 중동 질서대로 망가뜨렸다. 게다가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중동을 놔두게 한 것이다. 이것이 뒤늦게 미국이 이란 경제 금융 제재를 해제한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가 볼 때 버락 오바마는 중동을 전쟁의 위기로 내몰았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취해온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가 통과시킨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결정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또 로널드 로더 세계유대인회의 회장과 접견하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요시 코헨 국장과 비밀 회동했다. 이와 함께 친이스라엘계 극구파 데이비드 프리드만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에 임명했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비호하면 이스라엘은 제5차 중동 전쟁을 도발할 수도 있다. 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이 다시 예루살렘데이를 선포하고 환호할지, 경제 금융 제재로 암흑 속에서 아라비안나이트를 지속했던 아랍 국가들이 승전가를 부를지 알 수 없다. 중동은 지금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나마 미국에 다행스러운 일은 도널드 트럼프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호 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가 주도한 경제 제재 때문에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독단적으로 중동 문제에 개입할 수 없고, 러시아의 지원 없이 아랍 국가들은 개전할 수 없다.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은 시진핑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의 실현에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세계경제의 패권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가면 중국을 상대하기 버거운 러시아는 급속히 침체된다. 도널드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호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중동 평화가 달려있다. 전 세계가 극우 지도자로 바뀌는 것은 경제가 정치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결국 경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월급 생활자도 땅 투자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