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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피타고라스는 왜 만물이 수라고 했을까?

<철학 콘서트>

by 더굿북

윤회 사상에 의하면 영혼은 몸을 바꾸어가며 떠돈다. 혼이 윤회의 쇠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혼이 정화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혼이 정화될까? 혼의 정화는 우주적 질서에 동화됨으로써 가능하다. 혼의 정화를 위해서는 먼저 우주적 질서를 알아야 한다. 우주적 질서, 너는 무엇이냐?


하루는 피타고라스가 대장간을 지나게 되었다. 그는 망치들이 내는 소리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주의 깊게 망치 작업을 관찰했다. 그는 망치들의 무게에 비밀이 숨어 있음을 간파했다. 그는 망치들의 무게에 따라 각기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제 피타고라스는 망치 무게들의 비례관계에 주목했다. ‘우주의 조화는 수의 비례에 있어!’ 그는 마침내 한 옥타브의 여덟 음계에 들어 있는 수적 비례관계를 밝힌다. 피타고라스는 화성학의 원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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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아가 음의 조화처럼 우주적 질서에도 이 수적 비례관계가 내장되어 있다고 보았다. 피타고라스는 마음을 정화하는 리듬과 멜로디를 부지런히 찾았다. 피타고라스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들은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음악을 들었다. 그들에게 음악은 영혼을 정화하는 방편이었다.

우주를 처음으로 코스모스(cosmos)라고 부른 사람 역시 피타고라스였다. 피타고라스는 별들의 배열과 움직임에도 수적 비례가 성립함을 탐구했다. 우주는 순수한 수의 세계였다. 오직 이성적 사유를 통해서만 지각될 수 있는 수의 세계 말이다. 피타고라스는 선포한다. 세계는 수다.

수학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를 잇는 다리다. 수학은 자연을 이해하는 학문일 뿐만 아니라 자연 너머에 있는 신적 존재와 소통하는 수단이었다. 그는 수학을 통해 불변의 실재에 대해 숙고했다. 그렇게 수학에 집중하면 마음은 평온해지고 정화되었다.

피타고라스는 인간의 지식을 예찬했다. 물질은 유한하나 지식은 무한하다. 물질적 자산은 남에게 주면 줄어들지만, 지적 자산은 남에게 주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지식은 남에게 줄수록 더 명확해지고 풍부해진다. 지식은 영원하다. 지식은 이웃을 배려하고 인류에게 도움을 준다.

코페르니쿠스가 출현하기 이전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피타고라스학파의 사람들이다. ‘태양은 우주의 불이며,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낮과 밤이 생기고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계절의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좋으랴. 피타고라스학파의 태양중심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설에 밀려 이후 2000년 동안 잊힌다. 16세기가 되어 코페르니쿠스가 등장하고 나서야 태양이 다시 우주의 중심이 된다. 근대 과학혁명의 배후에는 피타고라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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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과학 문명의 원조는 피타고라스였다. 각도의 크기에 따른 직각삼각형의 두 변의 관계를 말해주는 ‘사인(sine)’과 ‘코사인(cosine)’ 역시 피타고라스 정리에 토대한다. 원의 방정식을 ‘x2+y2=r2’로 표기할 수 있는 것도 피타고라스 정리 덕분이다.

그렇다면 소리의 운동, 빛의 운동은 뭐냐? 모두 파장(wave) 운동이다. 전파도 파장이다. 그런데 사인과 코사인이 아니었다면 파장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이나 했겠는가? 현대의 전파 문명 저 깊숙한 곳에도 피타고라스의 발견이 의연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활용하지 않던가?

피타고라스는 직각삼각형의 정리를 발견한 후 소 100마리를 신에게 바쳤다고 한다. 우리도 서양 과학 문명의 원조에 감사의 제를 바치자. ‘철학’이란 말을 만들어준 스승, 세상을 수학으로 보는 법을 가르쳐준 이 스승에게 소 100마리를 바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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