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May 25. 2017

02. 인간은 천성적으로 일부일처제를 거부한다?

<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이상한 짓을 한다. 손을 잡고, 하루종일 붙어 다니기도 하고, 결국에는 커플이 된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같이 살고, 한 이불을 덮는다. 가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기도 한다. 그리고 서로의 손가락에 금반지를 끼워주는 이벤트를 한다. 그때는 가족, 친구, 동료들이 모두 참석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몸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이 순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상대에게 다른 사람이 생기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태가 심각해진다. 다른 사람과의 섹스는 합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문제이다.

왜 그런 것일까? 다른 동물들은 이성교제 문제를 사람과는 아주 다르게 본다. 예를 들어, 청어는 서로 약속하는 게 없다. 전혀 아무것도. 그들은 서로 알지 못한 채로 성적인 충동에 의해 교미한다. 그저 아무런 조건 없이. 반면 뻐드렁니쥐(bles mole)는 거의 교미를 하지 않는다. 한 명의 여왕과 몇명의 수컷뿐이다. 나머지는 그냥 쳐다보고, 집지키는 일만한다.

포유류는 평생 한 파트너만 갖는 비율이 겨우 3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을 나열하자면 아구티(Agouti), 마라(Mara), 여우원숭이, 수달, 비버 정도이다. 

아구티, 마라


여우원숭이, 수달, 비버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일부일처제를 고집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게 왜 가끔 깨질까?

동물 세계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남녀 관계가 있다. 일부일처(monogamy, 한 수컷에 한 암컷–펭귄, 긴팔원숭이, 대부분의 인간), 일부다처(polygyny, 한 수컷에 여러 암컷들–고릴라, 바다사자, 닭), 일처다부(polyandry, 한 암컷에 여러 수컷들–꿀벌, 일부 비단원숭이 류, 물떼새 류), 다부다처(polygyandry, 여러 수컷들과 여러 암컷들이 파트너로–보노보)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어떤 형태로 갈 것인가는 다양한–때로는 모순적인–개개의 욕구에 따라 결정된다. 암컷은 이론적으로 많은 수컷이 있으면 좋겠고 수컷은 그 반대로 암컷이 많았으면 한다. 일부일처제는 양쪽이 공평하게 타협을 본 결과이다.

2013년 캠브리지대의 연구에 의하면 질투와 라이벌 의식이 생긴 것은 몇몇 동물류가 진화과정에서 일부일처제가 된 것이 계기라고 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암컷들은 서로 붙어 다니지 않고 간격을 두고 멀리 떨어져서 홀로 다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것은 현명한 전략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수컷이 여러 암컷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연구팀 역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영장류가 커플을 이루는 이유가 라이벌 수컷에 의한 영아 살해를 막기 위한 것임을 알아냈다. 포유류의 암컷들은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기간에는 대부분 섹스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새끼가 죽으면 암컷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서 임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수컷이 암컷 옆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일부일처제를 선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새끼의 양육 때문이다. 새끼를 돌보고 보호하는 기간이 길수록 일부일처제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소나 양 등의 목초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곧바로 풀을 뜯어먹을 수 있다. 그들에게서는 일부일처제를 볼 수 없다. 부모가 붙어 있어봤자 뭘 하겠는가? 자손 번식의 기회만 줄어들 뿐이다. 하지만 새 종류의 대부분은 그와는 반대로 많은 돌봄이 필요하다.

펭귄목 펭권과의 조류, 황제펭귄


 어떤 때는 30초마다 한 번씩 벌레를 물어다 줘야 한다. 이는 암수가 모두 투입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새들은 일부일처제이다. 수컷들도 부화 과정에 투입되거나 식량을 조달해야 한다. 진화과정을 볼 때. 부모가 둘일 때 건강한 자손을 후대에 남길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데도 인간은 왜 커플로 사는가? 다른 대부분의 포유류, 그리고 파충류나 물고기와 달리 인간의 아기는 너무 약해서 오랫동안 집중적인 양육을 필요로 한다. 새의 새끼가 알을 깨고 나왔을 때와 같은 상태로 나약한 것이다. 집중적인 부화 기간이 길수록 그리고 부모의 양육 분담이 철저할수록 커플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다.

몇몇 학자들은 인간은 원래 일부다처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다처제는 최상의 조건을 가진 소수의 남자들만이 많은 예쁜 여자들을 가지게 되고 대부분의 평범한 나머지 남자들은 얼마 남지 않은 나머지 여자들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일부일처제는 남자를 구속하려는 여자들의 모략인가? 그게 아니다. 왜냐하면 커플 남녀 관계야말로 남자들에게 섹스의 기회(후손 번식의 기회)가 가장 큰 최상의 옵션인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남자와 여자 양쪽에게 모두 장점이 돌아가는 타협점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도 그게 왜 제대로 안될 때가 있을까? 외도에 대한 경향은 세상에서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 외도를 사형으로 벌하는 나라에서도 외도는 존재한다. 미국 남성의 경우 기혼자의 25~50퍼센트가 혼외 정사를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다. 여성의 경우는 30퍼센트로 나타났다.

사진:  Freepik.com



암컷들은 ‘가정의 행복’ 전략과 ‘남자와의 기쁨’ 전략 사이의 타협을 선택하는 것 같다. 가정에는 든든한 파트너, 밖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의 제공으로 더 강한 후손을 보장해주는 슈퍼맨이 있다. 수컷들도 마찬가지이다. 가정을 가지고도 가끔 한눈을 판다. 일부일처제 동물류도 죽을 때까지 결혼 서약을 지키는 예는 드물다.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사회적 일부일처제와 유전적 일부일처제를 구분한다.

일부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에게 가장 자연적인 전략으로 시리얼 일부일처제(serial monogamy)를 언급한다. 몇 년간 깊은 감정을 갖고 관계를 맺어서 자녀를 낳고, 4~5년 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헤어지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삶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즉 이혼의 위험이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파트너들은 이러한 위험을 감지하기 때문에 서로를 감시한다. 아프리카 앵무새는 절대 바람을 안 펴서 러브버드(lovebird)라고도 불리는데 이들은 항상 어디서든 붙어 다녀서 외도할 겨를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쌍이 늙어서까지 헤어지지 않고 사는 긴팔원숭이도 다른 무리와 뚝 떨어져서 가족끼리만 함께 산다. 흰뺨긴팔원숭이 커플이 듀엣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느낄 수 있다. 노래의 하모니가 아름다울수록 그들의 사랑은 더 깊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짝이 죽으면 남은 짝은 더 이상 노래를 하지 않는다. 긴팔원숭이는 파트너와만 이중창을 부르기 때문이다. 인간도 역시 여러 이벤트를 통해 사랑의 언약을 하곤 한다. 깊은 연정과 강한 질투심이 또한 뒷받침이 되곤 한다. 우리는 파트너의 유일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글쎄, 옆집 이성도 괜찮아 보이긴 한데….’

매거진의 이전글 02. 만나기 전 세 가지 정도 조사해둘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