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07. 2017

04. 경험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알기

<밥벌이 페이크북>

취직하기 힘든 시대다. 하고 싶어도 못해 보는 직상생활 또는 하기 싫어도 그것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세상을 이렇게 만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후배 세대에게 일부 책임감을 느낀다. 또한 곧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입해야 하는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도 참 안타깝다.

내가 취업을 했던 1990년대 중반은 대졸자에게 취직이란 단어는 그리 어려운 단어가 아니었다. 각 회사들은 가을 정기 공채 철마다 학교에 들어와서 취업 설명회를 하고, 제발 우리 회사에 입사하라며 입사 원서를 각 학과 사무실에 뿌렸다. 지금 생각하면 꿈같은 이야기다. 그만큼 취직이 쉬워서였는지 그 당시 대졸 예정자들에게 취직은 졸업 후 항상 제일 나중에 선택하는 선택지 중 하나였다. ‘하다가 안 되면 취직이나 하지 뭐’라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로 대졸 예정자에게 취직할 곳은 널려 있었다. 당시엔 벤처 창업을 하는 사람도 많았고 좀 더 나은 일자리를 갈구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 대학원 학력은 취직을 할 때, 경력으로 인정해 줄 뿐 아니라 연봉도 기존 대졸자보다 조금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또는 고시나 공무원 경쟁률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았다. 진로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하니 당연히 취업 경쟁률이 느슨한 것이 당연했다.

결국 예전엔 인기가 없어 마지막 선택지로 남았던 ‘취업’이 이젠 진로 선택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지가 되어 버렸다. 백 년을 살아야 하는데 겨우 이십 년 만에 진로 선택지가 너무 많이 변해 버렸다. 남은 인생 동안 또 얼마나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올지 우리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 현실에 살고 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 어쩐지 서글프다.

취업의 바늘구멍을 힘들게 뚫은 직장인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취업했지만 대체로 입사한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정신적 고비가 오게 된다. ‘내가 이거 하려고 취업했나? 자괴감이 든다. 나랑 맞지 않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앞이 안 보여, 비전이 없어, 너무 지쳐서 그냥 좀 쉬고 싶어’ 등의 갈등이 엄습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그저 경영 연습이나 해 보고 사회 경험을 위해 취업한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 대부분의 ‘흙수저’들은 직장이란 항상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다. 그나마 취업에 성공하여 몇 년 직장생활을 경험한 우리들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 마치 미로에 빠진 쥐 신세가 된다. 미로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간간이 치즈가 눈에 보인다. 그걸로 배를 채우지만 왠지 모를 허기가 남는다. 미로를 빠져나갈 길을 찾기도 힘들지만 출구를 찾아도 매월 꼬박꼬박 내 앞에 놓이는 치즈 때문에 용기 있게 미로 밖으로 나서지도 못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나이를 먹는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늙는다. 결국 우리는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대장장이 다이달로스가 만든 월급쟁이의 미궁에 갇힌다. 그 미궁엔 인간을 잡아먹는 미노타우르스가 있다. 미노타우르스를 때려잡을 수 있었던 용사 태세우스의 용기와 힘이 없다면 우리는 여간해선 직장생활의 미궁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정말 딜레마다. 입사하기조차 힘든 직장에 막상 들어가도 직장인은 항상 그곳에서 탈출을 꿈꾼다. 가진 것 없이 흙수저로 태어나 이 나라에서 사는 것 자체가 다이달로스의 미궁 속 생활이다. 그렇다면 직장생활의 미궁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두 가지다. 모든 것을 바쳐 거기서 장렬하게 죽는다. 아니면 신화 속 태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리아드네 공주로부터 실타래를 얻고 실천적 계획을 바탕으로 스스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아무 대책도 없는 중도 포기는 논외로 하자. 그건 수많은 취업 준비생에게 책상 한 자리 기회를 없애는 일이라 게임의 규칙에 어긋난다.

미로를 빠져나가게 해 줄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바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많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새끼 백조인지도 모르고 오리들 품에서 평생 자신이 오리라고 생각하며 살기도 한다. 이런 경우 직장에서의 일이 잘 풀리거나 재미있을 리가 없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흥미검사나 적성 검사 따위로는 부족하다. 흥미나 적성 검사 또는 성격 검사는 몇 가지 틀을 만들어 놓고 그 범주 안에 사람을 구분 짓는다. 그 많은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사는데 내가 남과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답을 체크하는 자기 보고식 지필 검사는 참고는 하되 맹신은 말자.


영화에서 찾은 밥벌이 가이드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



상처 받은 정신의 치유 과정을 그린 영화

‘경험을 통해 나를 제대로 알기’라는 주제로 글을 적으면서 문득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이 생각났다.

중년을 훌쩍 넘겨서야 비로소 느껴 보는 중요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을 제대로 직면하는 일’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도 있지만 너무 흔한 말이라 어쩐지 잘 와닿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지피지기’ 하지도 못하며 또한 ‘백전백승’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01. 독서 출발점을 정확히 알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