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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7. 2017

03. 공장에서 사람이 사라진다.

<2035 일의 미래로 가라>

독일의 목표는 가상세계를 움직여 물리 세계의 공장을 100% 가동하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가상세계를 움직이는 극소수로 충분하다.

     
공장 안에 기계가 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람, 그러니까 일자리가 사라진다. 사람은 직접 근육의 힘으로, 근육으로 기계나 컴퓨터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일한다. 굳이 생산직과 사무직을 구분하자면 생산직은 근육과 감각을 많이 사용하고, 사무직은 뇌와 감각을 많이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생산직은 근육 사용량이 많고 사무직은 뇌 사용량이 많다. 뇌는 주로 좌뇌의 영역인 이성을 활용한다.
     
클라우스 슈바프는 3차 산업혁명 기간의 주된 변화로 사람의 근육과 뇌를 기계가 보조하고 대체해나갔다고 했다. 자동차공장에서 프로그램에 따라 기계가 철판을 자르고, 프레스 장비가 외형을 만들고, 로봇이 용접하는 것이 그것이다.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하고, 3차원 설계도면을 만들고, 공장 내부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이 또한 그것이다. 발전의 방향은 기계가 보조하는 양과 대체하는 비율을 높이는 쪽이었다.
     
그런데 사람의 근육과 뇌를 보조하고 서서히 대체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조차도 자동차산업, 반도체 생산이나 휴대전화 제조와 같은 IT산업에 한정된 일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생산 현장이든 사무실이든 사람이 감각을 통해 작업 현황과 변화를 인지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기계가 대신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공장 전체를 읽어 판단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완전한 자동화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문제의 중심에 사람의 감각과 판단을 기계로 대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상당 부분 해결되고 있다. 기계나 로봇에서 사람의 감각을 대신하는 것이 센서다. 실제로 로봇의 핵심은 정밀한 센서다. 센서가 정밀하지 못하면 정밀한 움직임을 만들 수 없다. 게다가 미세한 오류나 불량을 알아챌 수도 없다. 그런데 이 센서가 공장에서 기계를 활용하는 평균적인 사람의 작업보다 정밀해졌다. 2016년 말을 기준으로 평균 생산능력이 사람보다 25% 이상 높아졌고, 2배 정밀해졌다. 이렇게 ‘공장 안의 기계’가 사람을 넘어섰다.

   
두 번째 제약이었던 공장 전체를 읽어 판단하고 제어하는 가상 공장을 만드는 일은 첫 단추가 풀리면서 거의 동시에 해결되었다. 이는, 문제가 가상 공장 설계의 어려움이 아니라, 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화를 구현해 낼 센서와 같은 장치에 있다는 말과 같다. 작업하는 로봇과 공장을 읽어내는 기술의 공통분모가 센서고, 이 센서가 정밀해져야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공장자동화의 핵심은 센서다. 이렇게 ‘기계 안의 공장’인 가상 공장이 센서 기반 기술혁명으로 불리는 센서라이제이션(Sensorization)으로 완성되고 있다.
     
고성능 센서가 장착된 로봇에 사물인터넷이 가세하면서 공장은 ‘스마트공장(Smart Factory)’으로 급속하게 진화했다. 스마트공장에서 센서가 측정하는 대상은 우리의 감각 대상과 같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감지 범위가 넓다. 온도, 위치, 압력, 신호, 속도, 주파수, 심지어 생물의 생체신호도 감지한다. 놀라운 점은 센서가 감지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비교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처리하는 기술이 동시에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키엔스(Keyence)는 스마트공장용 센서 및 계측기, 검사장비 등을 생산한다. 앞서 설명한 센서를 통해 스마트공장을 만들어가는 회사다. 키엔스의 센서는 스마트공장의 대부분 로봇에 장착된다. 현재는 자동차, 정보통신 분야의 스마트공장에 주로 활용되지만, 제약, 화학, 식품, 기계 등의 분야로 영역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센서 시장 또한 2016년에 이미 120조 원을 넘어섰고, 5년 후인 2021년에는 2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BCC 리서치(BCC Research)는 예측했다.
     
스마트공장의 구축에 직접 관련되는 중요한 다른 한 가지 요소는 자동화된 물류설비다. 그래서 스마트공장에 물류 운반 시스템은 필수다. 또한, 원자재나 제품을 창고에 저장하고 출고하는 물류설비도 완전자동화가 필수다. 다이후쿠(Daifuku)와 같은 자동화 설비 회사는 과거의 체인 컨베이어 시스템을 아마존의 첨단 물류시스템과 같은 혁신적인 설비로 바꾼다. 물류에서 그나마 사람의 영역이던 배송도 곧 로봇이나 드론에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로봇으로 가득한 공장은 물리 세계의 공장이다. 물리 세계의 공장은 컴퓨터 안의 공장인 가상 공장과 연결된다. 쉽게 말하면, 정밀한 기계로 가득한 실제 공장이 컴퓨터로 통제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인간이 할 일은 에러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확인해서 조치하는 일과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이 잘 팔리는지 확인해서 생산량을 조절하는 일이다. 어떤 전문가의 우스갯소리처럼 에러를 감독하는 사람이 졸지 않도록 강아지 감독관 하나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스마트공장, 그러니까 공장자동화는 ‘완전한 공장자동화’로 바로 이행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공정별로 자동화율을 나눠 ‘공정별 공장자동화’로 이행할 것이다. 자동차공장이라면, 현재 5단계나 6단계로 나눠 제작하는 공정을 단계별로 세분하고 단계별로 자동화율을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서서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공장의 위치가 무척 중요해진다.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그 줄어든 일자리가 어디에 있느냐는 더 중요해진다.
     
근로자에게 일자리의 위치는 아주 심각한 문제인데, 그에 비해 기업은 어떨까? 자동화는 기업에 임금이 덜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노동집약적이던 것이 점차 자동화되면 소비자, 물류, 세금, 전기료와 같은 요소가 입지 선정의 중요 요소로 부각한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단체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 중국이 ‘중국 제조 2025’,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내세우며 왜 자기 나라에 공장을 세우려고 전쟁을 벌이는지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한 번 세워진 공장은 이전할 이유가 사라진다. 줄어든 일자리를 뺏기 위한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다음 회에는 <테슬라에 배워야 할 차의 미래>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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