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결혼했을까>
처방2
불안정형 애착 유형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회피형 애착 유형으로, 누구와도 친밀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타입이다.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자신을 방어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과도 진정한 감정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성가신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상대방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표면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타입이다.
두 번째는 불안형 애착 유형으로, 회피형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지나칠 만큼 친밀한 관계를 요구한다. 일단 가까워진 상대와는 항상 같이 있으려고 하거나,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든다. 조금이라도 자신을 소홀히 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곧바로 언짢은 기색을 드러낸다. 당연히 배우자에게 의존하고 기대려는 성향이 강하다. 상대방의 애정이 식었다거나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공격적인 태도로 돌변해 화를 내거나 상대방을 외면하기도 한다.
불안형은 냉정하고 담백한 관계를 좋아하는 회피형과 달리 끈끈하고 깊은 관계를 요구하므로 언뜻 보면 정이 많고 한결같은 사랑을 줄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에 십상이다. 불안형은 잠시라도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의외로 변덕스럽다. 원인은 다르지만 안정적인 유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결과적으로 회피형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불안형 애착 유형 역시 애정 결핍과 관련 있지만 회피형과는 약간 다르다. 불안형 애착 유형은 사랑을 받을 때와 받지 못할 때의 차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엄마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어떤 때는 넘치도록 사랑을 줬다가 어떤 때는 차갑게 거부하거나 심하게 혼내는 식이다. 자신을 매우 사랑해주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도 불안형 애착이 형성되는 한 원인이다.
이 외에도 불안형과 회피형은 전혀 다른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면, 걱정이나 스트레스로 힘들 때 불안형은 지나칠 정도로 괴로움을 호소하고 상담을 청하는 등 주변의 동정이나 도움을 얻으려고 한다. 반면 회피형은 곤란한 문제가 생겨도 그 일을 주위에 알리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마음을 닫아버리거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행동해서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에도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보이는 반응도 대조적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불안형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상대방을 도우려고 애쓴다. 자기 일을 내팽개치고 그 사람이 해야 하는 일까지 대신하려고 한다. 이처럼 상대방의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도를 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어 도와주고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친절함이 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회피형은 냉담하고 성가신 일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에게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곤란한 일이 생겨 상대방이 도움을 요청하면 외면해버리고 만다. 누군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면 친절하게 도와주는 대신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귀찮은 일에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게 화가 나기 때문이다.
애착 유형에 대한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앞서 소개한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애착 유형의 관점에서 보면 A 씨는 전형적인 불안형이다. 심리적으로 항상 남편에게 의지하고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만을 바란다.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면 될 일까지도 남편에게 시시콜콜 이야기하며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를 기대한다. A 씨가 남편에게 이렇듯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래, 잘했어”라는 인정과 지지를 얻기 위함이다. 한편, 남편 K 씨는 완벽한 회피형이다. K 씨는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나 정서적 유대 관계를 맺는 데 서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불편해하며, 힘든 일이 있을 때 남에게 털어놓거나 의논하지 못한다. 그래서 회사 업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면서도 이를 아내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서 속으로만 삭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애착 유형의 차이는 이들 부부가 사이좋을 때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문제가 생기자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아내 A 씨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남편에게 의논하고 도움을 청했다. 소중한 자식에게 생긴 문제에 온통 정신을 빼앗긴 A 씨에게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편, 남편 K 씨는 자신의 상황이나 괴로운 점을 이야기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고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편을 보며 A 씨는 K 씨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매달릴수록 회피형인 남편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귀찮아하며 화를 내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이처럼 아내는 따뜻한 말이나 지지를 바라는데, 남편은 아내를 비난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상처의 골이 깊어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비극적인 엇갈림은 애착 유형이라는 관점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들 부부는 감정이나 행동 반응의 형태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유명한 책 제목처럼 판이하게 다르다. 만약 남편이 자신의 힘든 상황을 말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만 끙끙거렸다는 사실을 A 씨가 알았더라면, 아내가 신세 한탄을 하고 불평을 늘어놓는 이유가 자신을 탓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였다는 사실을 K 씨가 알았더라면 이들의 부부 사이가 이토록 심하게 어긋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부 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을 경우, 이는 대개 어긋난 애착 유형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애착 유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부 관계에서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고 다시 끼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