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라.
<감정의 표현에는 책임이 따른다>
영어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만 600개가 넘고,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40개가 넘는 얼굴 근육을 사용한다. 철학자, 심리학자들은 감정의 본질에 대해 오랜 논쟁을 벌여왔다. 그들은 감정의 개념을 탐구하는 한편, 감정이 인지와 판단에 기반을 둔 것인지, 아니면 심리의 변화를 자각하는 데서 오는 것인지에 대해 숙고했다.
감정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을 지킬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감정은 우리가 정작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감정은 개인이 자란 환경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감정의 표현에는 책임이 따른다
때때로 감정은 매우 강력하게 분출되고, 이것이 극단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특히 분노, 열정, 질투와 같은 감정은 더 확률이 높다.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치정 범죄나 그보다 더 극단적인 이야기들은 극에 달한 감정과 연관되어 있다. 한편, 호르몬도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때문에 신체적으로 큰 변화가 생기는 사춘기, 임신기, 폐경기에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이제 감정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제인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책에 싣도록 흔쾌히 동의해준 제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4년 전쯤 제인은 체포되었다. 하지만 여러모로 그녀는 운이 좋았다. 왜냐하면 이로 인해 그녀의 주변 상황이 급작스럽게 악화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실형이 아닌 상담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제인과 사이먼은 대학 시절부터 사귀어 결혼에 골인한 사이좋은 부부였다. 과학자인 사이먼의 직장 문제로 둘은 미국 중부 지방으로 이사했다. 새로운 터전에서 제인은 프리랜서 웨딩 플래너로 일하기로 결심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에 몰두했다. 둘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아주 만족했고, 아기를 조금 미루고 인생을 더 즐기기로 했다. 그러다 30대 중반이 되었고, 둘은 아이를 가질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아이 갖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제인은 3번이나 임신에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유산했다. 마지막 유산 후에는 난소에 문제가 생겨 임신해도 열 달 동안 뱃속에서 아기를 키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제인과 사이먼은 큰 충격에 빠졌다. 값비싼 검사와 치료 비용을 들였지만, 아이를 갖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제인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를 갖겠다는 집착은 점점 더 심해졌다.
사이먼과 제인은 둘 다 대가족 태생이었다. 많은 형제자매가 결혼해 더 많은 아이를 낳았고, 가족모임은 언제나 북적거렸다. 가족이 모일 때마다 제인은 화장실에 숨어 울음을 터트렸다. 어떻게 해도 감정이 제어되질 않았다. 제인과 사이먼의 결혼생활에 큰 스트레스 요인이 생겨났고 제인의 존재감은 바닥을 쳤다. 그녀는 자신이 쓸모없는 여자라는 생각에 빠져들어 괴로워했다.
그녀의 감정이 극으로 치달았던 일이 있었던 것은 쇼핑을 나섰다가 스타벅스에 들렀던 그날이었다. 제인의 바로 옆 테이블에 세 명의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가 앉아있었다. 엄마는 두 명의 아이를 테이블에 앉히고 막내는 유모차에 태워놓은 상태였다. 제인이 부러운 눈으로 이들을 쳐다보고 있을 때, 한 아이가 자신이 마시던 밀크셰이크를 엄마의 무릎에 쏟았다. 그러자 아이 엄마는 제인에게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유모차의 아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제인은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아이 엄마가 화장실로 사라지자 제인은 격렬한 감정적 충동에 휩싸였다. 제인은 지금까지도 그 감정의 강렬함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유모차의 아기를 꺼내 담요로 감싼 다음 가방을 들고 커피숍을 나와 건너편에 있는 공원으로 무작정 갔다. 벤치를 하나 발견하고는 자리를 잡고 앉아 아기를 좌우로 살살 흔들었다. 갑자기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제인은 문득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제인은 아기를 엄마에게 돌려주려고 곧장 커피숍으로 달려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제인을 체포했다. 다행인 것은 아기 엄마가 제인의 이야기를 듣고 고소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과 감정적 반응을 이해하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특히 스트레스가 어떤 감정으로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유발할 수 있는 감정 중 하나는 분노다. 최근 직장에서도 분노관리라는 용어가 예전보다 훨씬 자주 사용되고 있다. 내가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관찰한 바로는 다수의 관리자가 감정의 회복탄력성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 해 전, 공공부문 조직의 정리해고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내가 맡았던 팀은 정리해고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상부로부터 내려오는 정보도 크게 부족해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생겼다. 팀원들의 신경은 주기적으로 날카로워졌다.
함께 일했던 한 고위 간부는 자신의 감정 상태를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수동적인 공격으로 가끔 비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근심에 휩싸이게 했다. 그러다가 완전히 이성을 잃고 직원들에게 소리를 질러 기분을 몹시 상하게 했다. 자신의 고함에 여직원이 울기라도 하면 그의 분노 수치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직원에게 그가 보인 반응이나 말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이 정리해고로 인한 불확실성과 압박감보다 그의 감정적 반응에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해주었지만 내 이야기를 듣고도 자신이 어떤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정리해고라는 상황이 주는 압박감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고,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조차도 잊게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