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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ug 18. 2017

09. 로보 사피엔스가 몰려온다?

<4차 산업혁명은 없다>

로봇의 미래를 전망한 저서 중에서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만큼 자주 거론되는 것도 드물다. 1988년 펴낸 이 책 한 권으로 한스 모라벡(1948~ )은 일약 세계적인 로봇 이론가의 반열에 올랐다.

『마음의 아이들』이 로봇공학의 고전이 된 까닭은 21세기 후반에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로봇이 지배하는 ‘후기생물(postbiological)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대담하고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모라벡은 로봇기술의 발달 과정을 생물 진화에 견주어 설명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1999년 출간된 두 번째 저서인 『로봇(Robot)』에 구체화되어 있다.

모라벡에 따르면 20세기 로봇은 곤충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지만, 21세기에는 10년마다 세대가 바뀔 정도로 지능이 향상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2010년까지 1세대, 2020년까지 2세대, 2030년까지 3세대, 2040년까지 4세대 로봇이 개발될 것 같다.

먼저 1세대 로봇은 동물로 치면 도마뱀 정도의 지능을 갖는다. 20세기의 로봇보다 30배 정도 똑똑한 로봇이다. 크기와 모양은 사람처럼 생겼으며, 용도에 따라 다리는 두 개에서 여섯 개까지 사용 가능하다. 물론 바퀴가 달린 것도 있다.


평평한 지면뿐만 아니라 거친 땅이나 계단을 돌아다닐 수 있고, 대부분의 물체를 다룰 수 있다. 집안에서 목욕탕을 청소하거나 잔디를 손질하고, 공장에서 기계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척척 해낸다.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을 테고, 테러범이 숨겨놓은 폭탄을 찾아내는 임무도 잘 수행할 것이다.

2020년까지 나타날 2세대 로봇은 1세대보다 성능이 30배 뛰어나며 생쥐 정도로 영리하다. 1세대와 다른 점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부엌에서 요리할 때 1세대 로봇은 한쪽 팔꿈치가 식탁에 부딪히더라도 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미련스럽게 계속 부딪힌다. 그러나 2세대 로봇은 팔꿈치를 서너 번 부딪히는 동안 다른 손을 사용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된다. 주위 환경에 맞추어 스스로 적응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3세대 로봇은 원숭이만큼 머리가 좋고 2세대 로봇보다 30배 뛰어나다.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와 함께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다. 요컨대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3세대 로봇은 여러 차례 머릿속으로 연습을 해본다. 2세대는 팔꿈치를 식탁에 부딪힌 다음에 대책을 세우지만, 3세대 로봇은 미리 충동을 피하는 방법을 궁리한다는 뜻이다.

2040년까지 개발될 4세대 로봇은 20세기의 로봇보다 성능이 100만 배 이상 뛰어나고 3세대보다 30배 똑똑하다. 이 세상에서 원숭이보다 30배가량 머리가 좋은 동물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말하자면 사람처럼 보고 말하고 행동하는 기계인 셈이다.

일단 4세대 로봇이 출현하면 놀라운 속도로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기 시작할 것이다. 모라벡에 따르면 2050년 이후 지구의 주인은 인류에서 로봇으로 바뀌게 된다. 이 로봇은 소프트웨어로 만든 인류의 정신적 자산, 곧 지식·문화·가치관을 송두리째 물려받아 다음 세대로 넘겨줄 것이므로 자식이라 할 수 있다. 모라벡은 이러한 로봇을 ‘마음의 아이들(mind children)’이라 부른다.

인류의 미래가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혈육보다 사람의 마음을 물려받은 기계, 곧 마음의 아이들에 의해 발전되고 계승될 것이라는 모라벡의 주장은 실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모라벡의 아이디어는 적지 않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 이론의 선구자인 미국의 마빈 민스키(1927~ )는 1994년 미국 과학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0월호에 「로봇이 지구를 물려받을 것인가?(Will Robots Inherit the Earth?)」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고, 모라벡에게 전폭적으로 공감하는 의견을 개진했다.

21세기 후반, 사람보다 훨씬 영리한 기계인 로보 사피엔스(Robo sapiens)가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사람은 없어도 되지만 로봇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 될는지 누가 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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