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내 아이를 위한 인문학 교육법

<칼 비테 교육법>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스운 일처럼 느껴진다. 왜냐하면 칼은 로하우에서 정식으로 학문적인 수업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첫째, 학문은 대학교에서 배우는 것이고 둘째, 시골 목사에게는 학문적인 지식이 거의 없었다. 나는 가장 필수적인 지식은 갖추고 있었고 부족한 학문적인 지식은 책에서 구하면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수많은 책과 거기 실린 동판화, 비싼 실험 도구와 설비를 갖추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런 것은 기꺼이 포기했다. 

그럼에도 칼에게 수많은 학문적인 지식을 알려주었다. 자연사, 화학, 물리, 고대나 근대 지리 같은 영역에 속하는 전문적인 학술 용어를 쓰지 않고 말이다. 칼은 사고를 시작하자마자 자연사의 전 영역에 정통했다. 우리 정원과 숲이 그 공부에 동기를 부여했다. 

아주 향상된 게오르그 크리스찬 라프(1748~1788, 독일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개척한 작가이자 교육자)의 판본(1780년 라프가 저술한 《어린이를 위한 자연사》)은 칼의 장난감이 되었고 할레, 라이프치히, 메르제부르크에는 이상한 동물이나 볼거리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우리의 여행을 이런 목적에 활용했다. 

바다와 어민들, 광산과 갱도, 용광로, 증기기관, 공기 펌프, 현무암 광산, 산꼭대기에 분화구처럼 파인 지형 등은 나에게 수업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심지어 집도, 이슬방울도, 기압계도, 온도계도, 불을 지피는 시끄러운 소리도, 창문에 끼는 습기도 그랬다. 이렇게 수백 가지 현상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얼마나 많겠는가. 자연사, 물리, 화학을 듣거나 나중에 대학에서 공부한다면 말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지리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 마을 탑에서 보이는 곳으로 최대한 서둘러 칼을 데리고 다녔다. 게다가 이미 할레, 메르제부르크, 라이프치히 같은 곳으로도 칼을 데리고 다녔다. 날씨가 좋을 때는 종이 몇 장과 연필을 가지고 칼과 함께 마을 탑으로 올라갔다. 우선 우리는, 아니 나보다는 칼이 종이 한가운데에 우리 마을의 윤곽을 대충 그렸다. 거리의 비례가 어느 정도 맞도록 아주 작게. 그러고는 가장 가까운 마을인 리베나우를 점으로 찍고 사방에 보이는 다른 마을들을 계속 표시했다. 아울러 마을 이름도 썼다. 잘 강, 엘스터 강, 숲, 풀밭, 들판 등 모든 것을 투박하게 그렸다. 모두 그리고 나서 칼의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칼의 어머니는 그 그림에 평을 써주었다. 우리는 탑에 두 번 올라갔고 마침내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 정확한 지도를 완성시켰다. 그러고는 잘 강 주변을 담은 지도와 비교하여 우리가 그린 지도를 바로잡았다. 칼이 지리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갖고 지리를 좋아하도록 내가 한 일은 이것이 전부다. 

나중에 칼은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반드시 그곳의 위치와 거리를 어림잡아 지도를 그렸다. 또한 칼은 도시나 지방에 대해 읽거나 들으면 곧바로 샅샅이 찾아보았다. 칼은 이미 아홉 살 때부터 부유한 가정의 아이도 갖추기 힘든 지도들을 수집품으로 갖고 있었다. 칼과 나는 지도를 최대한 많이 샀다. 또 선물로도 많이 받았다.

그밖에 칼은 당빌 경(1697~1782, 프랑스의 지리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이 출간한 지도도 갖고 있었다. 고대 작품을 읽을 때는 반드시 그 지도를 펼쳐두고 찾아보았다. 나는 산책할 때나 여행할 때마다 역사적인 그림이나 동판화를 활용해서 칼에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메르제부르크에 있는 K. v. S.는 뛰어난 실험 기구를 활용해서 칼에게 천문학을 가르쳐주었다. 그전에 이미 나는 망원경 없이 가능한 모든 것을 했다. 칼은 아홉 살부터 이 모든 분야에서 상당히 앞서갔다. 그래도 칼이 지리적 지식과 물리적 지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우리는 지리나 물리라는 용어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일부는 칼이 놀라지 않도록, 또 일부는 칼이 자만하지 않도록. 칼은 이런 인위적인 용어를 어느 정도 익힌 후에는 아주 신속하게 배웠다. 주격, 복수, 가정법 같은 용어도 마찬가지였다. 칼이 그런 것을 배울 수 없을 때도 나는 가르쳤다. 칼은 사물을 익히자마자 용어는 곧바로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