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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Sep 08. 2017

01. 시대를 초월하는 인문교육의 교사

<인간의 길, 10대가 묻고 고전이 답하다>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 서사시의 영웅들

하이데거와 부버의 눈으로 읽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 시대를 초월하는 인문교육의 교사

호메로스(Homeros, 생몰년도 미상)


감동과 재미, 무한 판타지의 세계로의 초대

‘일리아스’는 트로이의 성 ‘일리온’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일리온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일리아스》 에서 우리가 만나는 지역은 상당히 넓습니다. 서사시의 이야기는 아가멤논, 메넬라오스,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등이 살고 있는 그리스 땅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스의 바다로 알려진 에게 해(海)를 지나 헥토르와 파리스의 나라 ‘트로이’로 흘러갑니다. 트로이는 소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지금의 터키 땅과 일치합니다. 유럽의 남부와 아시아의 서부를 아우르는 고대 문명의 현장이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그리스의 여러 왕국 중 가장 강성한 나라는 ‘미케네’였습니다. 미케네의 국왕 아가멤논이 총사령관을 맡아 그리스 연합군을 이끌고 트로이로 진군합니다. 친동생인 스파르타의 국왕 메넬라오스가 아내 헬레네를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빼앗긴 까닭에 그에 대한 복수심과 헬레네를 되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전쟁의 명분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명분일 뿐입니다. 역사학자들의 해석에 따르면 기원전 1250년경에 그리스가 교역의 요충지인 트로이를 정복하여 유럽과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광대한 교역로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점령군의 사령관 아가멤논은 엘렉트라,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테스의 아버지입니다. 이 삼남매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으로도 아주 유명합니다. 아가멤논이 지휘하는 1천 척의 전함을 타고 ‘에게’ 해를 건너온 10만 명의 그리스 연합군을 맞아 총사령관 헥토르가 이끄는 트로이 군대는 일리온 성을 지켜 내기 위해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사투를 벌입니다. 배수진을 친 것처럼 결사적으로 항전하는 트로이 군대의 방어전이 10년 동안 계속됩니다. 그리스 연합군의 용맹과 무예를 대표하는 장군 아킬레우스에 맞서 혈투를 벌이는 트로이 왕자 헥토르의 장렬한 최후를 비롯한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호쾌한 무용담은 독자의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와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나누는 아름다운 사랑은 손익계산과 목숨의 위협을 초월하는 세기의 사랑으로 우리의 인생 노트에 ‘순수’라는 두 글자를 새겨 줍니다. 연인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친구 간의 우정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리아스》의 장엄함과 감동과 재미를 보존하려는 듯이 이어지는 또 하나의 대작이 있습니다.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을 지닌 《오디세이아》입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제2부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트로이의 목마’ 등 지혜로운 계략으로 트로이 정벌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오디세우스. 그가 트로이 원정을 마치고 자신이 국왕으로 다스리던 이타카 왕국으로 돌아오는 바닷길에서 만나는 모험의 이야기들은 상상의 한계를 초월하여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못지않은 무한한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리더십을 가르치는 멘토

아가멤논,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헥토르 등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단점과 결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제우스, 헤라, 아폴론 등의 올림푸스 신들을 믿고 있는 것을 보면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뒤꿈치를 가시에 찔려 맥없이 쓰러지는 아킬레우스처럼 약점과 결점을 가진 남자들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참지 못하여 아킬레우스가 사랑하는 여인 브리세이스를 강제로 빼앗았던 아가멤논처럼 성격의 결함도 뚜렷한 영웅들입니다. 살다가 늙어서 병들어 죽기도 하고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세월 속에서 기쁨과 슬픔의 반복을 경험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보통 인간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그들이 진정한 ‘영웅’의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의 외모, 초능력, 권력, 전략과 전술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계의 격랑(激浪)을 뛰어 넘으려는 불굴의 의지로 절망과 공포에 맞서 싸우며 인생의 세파를 헤쳐 나갔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라면 서사시의 영웅들을 인간다운 “실존(實存)”의 주인공이라고 예찬했을 것입니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그들은 인생의 항해를 가로막는 “한계”라는 높은 파도에 부딪쳐 그 장벽을 뚫고 나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순간에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들은 “한계”라는 험난한 풍랑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선택하고 포착” 하였습니다. 그러한 긍정적인 가능성의 빛을 미래의 승리를 향하여 과감히 “던지는” 인생의 항해를 펼쳐 나갔습니다.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 하이데거의 눈에 비친 서사시의 영웅들은 인간다운 “실존”의 주인공으로 칭찬받을 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극기 ’라는 말은 그들의 인생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아닐까요?

그 누구보다도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로부터 배울 수 있는 지도자의 미덕은 적지 않습니다. 자애로움, 지혜로움, 인내심, 의지력, 정성 등은 이 시대의 지도자들이 본받고 계승해야 할 값진 유산입니다. 동료들을 자신의 몸처럼 아끼는 오디세우스의 헌신에서 사랑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애타게 기다리는 이타카의 궁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디세우스는 동지들과 끊임없는 모험과 고난을 겪게 됩니다. 절박한 운명의 낭떠러지에 서게 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족 ‘퀴클로페스’와 그 종족의 일원인 ‘폴리페모스’그리고 마녀이자 괴물인 ‘세이레네스’를 만나 목숨을 잃을 뻔했던 위기의 상황들이 잊을 만하면 반복됩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상대방과 장소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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