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Sep 25. 2017

08. 페이 잇 포워드와 스타트업의 미래

<미래를 보는 눈>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려운 처지에 있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 또는 다른 형태로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이겨냈다면 이는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보통은 도움을 준 사람에게 언젠가 보답하려고 할 것입니다.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으면 나중에 돈을 벌어 몇 배로 갚으려 할 것이고, 다른 도움을 받았다면 좀 여유가 생긴 후 찾아가 보답하려 할 것입니다. 죽어 혼령이 돼서라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으려고 하는 것이 동양적인 미덕입니다.

하지만 좀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본다면 은혜를 되갚는 것은 당사자 간의 관계이므로 사회적으로는 별다른 파급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면 좀 다르게 한번 생각해보죠. 만약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그 고마움을 도움을 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에게 갚고, 그렇게 도움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돕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도움주기는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모두가 남을 돕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것입니다. 도움받은 것을 도움 준 사람에게 되갚는 것을 ‘페이 잇 백(Pay it back)’이라고 합니다. 그게 아니라 도움받은 데 대해 다른 사람에게 갚는 것은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라고 하죠.

‘페이 잇 포워드’는 소설과 영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소설가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Catherine Ryan Hyde)는 1999년 <페이 잇 포워드>라는 제목의 소설을 출간했고, 이 소설은 이듬해에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소설은 <트레버>라는 제목으로 번역됐고, 영화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개봉됐습니다.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2000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은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트레버입니다. 어느 날 학교의 사회 선생님이 숙제를 내는데,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무엇이 있으면 고쳐라.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트레버는 고심하다가 ‘도움주기’를 아이디어로 냅니다. 그가 제안한 도움주기가 바로 ‘페이 잇 포워드’인데, 영어에서는 ‘선행 나누기’를 뜻합니다. 자신이 주변의 세 명에게 도움을 주면, 도움받은 세 명은 각각 다른 세 명에게 도움을 주는 이른바 ‘도움주기 릴레이’를 한다는 것이 트레버가 낸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작은 선행의 실천이 결국 마을과 사회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되갚는 것’과 ‘전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비슷한 노력이 들지만 그 차이는 엄청나게 큽니다. 전자는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차원에 머물고 과거지향적입니다. 반면 후자는 사회적 차원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지속적인 문화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의 차이는 큰 결과의 차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조건 없이 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받는 것도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먼저 주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멘토가 되어 자신이 살아오면서 성공한 경험,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조언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험만큼 좋은 공부가 없듯이 멘토에게 전해 듣는 간접경험은 미래를 개척하는 데 등불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렇게 받은 도움을 멘토에게 되갚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자신의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로 갚는다면 우리 사회에는 자연스럽게 멘토링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창업 문화가 활성화돼 있는 스타트업 천국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페이 잇 포워드’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실패한 창업자를 ‘경험 있는 기업가’로 부를 정도로 실패를 당연시하고 있고,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이른바 ‘페이 잇 포워드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내가 가려는 길을 앞서갔던 선배의 경험은 나의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실패한 경험담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스타트업 지원이 큰 국가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의 기반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상하고 도전하고 창업하는 문화가 활성화돼야 하고, 무엇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정보와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배 스타트업의 생생한 경험담과 멘토링이 절실합니다. 선배들의 과거와 현재, 성공담과 실패담은 후배들이 자신의 미래를 들여다보는 거울로 쓰일 수 있습니다. 성공한 경험은 따라 배우고 실패한 경험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면 됩니다. 언제나 변화를 위해서는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의 미래를 위해 정부나 스타트업 기업들이 나서서 경험의 공유를 제도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페이 잇 포워드 문화를 확산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페이 잇 포워드는 미래 창업 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7. 미래의 삶, 무엇이 중요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