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킹 토크>
인간은 본능적으로 높은 곳에 있어야 안정을 찾는다.
언젠가 후배가 SUV를 몰다가 세단으로 바꾼 뒤 불평을 늘어놓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훨씬 좋은 차로 바꿨는데 왜 불만이 많을까? 궁금했는데 이유는 단 하나였다. 예전처럼 앞을 시원하게 볼 수 없기 때문이란다.
시야가 확보되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앞서 원시시대 때를 언급했던 것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높은 곳에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 조상들이 느꼈던 것과 똑같은 감정의 상태가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앞의 시야가 확보되어야 앞으로 벌어질 갑작스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앞을 잘 볼 수 있어야 무언가 다가올 때 알 수 있고, 그것을 알 수 있어야 인간의 보호욕구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존본능이나 보호본능까지도 충족시켜 주는 것이 바로 ‘높은 곳’의 시선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아주 쉽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 <미생>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장면이 바로 그렇다. 주요 인물들이 갈등이 생길 때마다 회사 건물 옥상정원에서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세상을 내려다보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던 장면, 기억하는가?
우리가 높은 곳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돈이나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서열 문화’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서열이 없는 곳은 없다. 직장은 당연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묘한 순서가 있다. 나의 직업상 내가 갑일 수도 있고, 을이 될 때도 있다. 이게 반복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남들보다 위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서열이 밀렸을 때 느끼는 억울함과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처럼 누구나 서열 경쟁으로 인한 감정노동에 힘들어 한다. 사실 서열 경쟁에서 최종 승자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이런 끝도 없는 갈등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 내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단군 이래로 가장 풍요로운 시절이라는 대한민국이 삶의 만족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20대들은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고, 노년층은 빈곤이라는 삶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의 원인은 잔인한 서열 문화 때문이라고 해도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어제의 경쟁을 어렵게 뚫고 왔더니 오늘의 경쟁이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다. 이걸 어떻게 넘겨야 하나? 생각을 하면 한숨만 나오지만 이미 더 어마어마한 경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살다간 흔적도 없이 타버려서 재만 남을 것 같다. 최소한 나를 위해서, 나를 위로해 줄 하나만큼은 항상 준비해야 한다. 내가 나를 위해 미소를 지으려면….
나이가 많을수록 등산을 좋아한다면 나만의 근거 없는 주장일까? 확실히 나이와 등산과의 상관관계는 있어 보인다. 연세 있는 분들이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인생의 절정기가 지난, 그래서 절정기의 서열보다도 한참 내려간 지금의 모습을 위로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 아닐까? 물리적으로라도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심리적인 위로를 받으려는 무의식적 행위가 아닐까?
수시로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 보라. 그러면 세로토닌은 확실히 증가한다. 그러면서 나부터 위로하라. 이 방법이 최선이나 최고의 방법이어서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이에게 자동으로 남아 있는 본능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부터 실천하자.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