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움직이는 예술, 알렉산더 칼더처럼

<내 아이를 위한 그림 육아>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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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모빌

신생아를 위한 육아용품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흑백 모빌이다. 100일 이전에는 흑백 모빌, 100일 이후에는 컬러 모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엄마들 사이에서 공식처럼 인식되고 있고 천으로 만든 흑백 모빌과 특정 브랜드의 움직이는 컬러 모빌은 중고 육아용품 사이트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품목이기도 하다.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자동으로 돌아가는 커다란 모빌은 ‘아, 육아용품이 이렇게까지 발전했구나’ 싶을 만큼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보통 아이가 색을 인지하지 못할 때 침대 위에 걸어두는 흑백 모빌의 생김새는 단순하다. 동물 모양 혹은 기본 도형 모양이나 달 모양의 천에 흑백 도트 무늬나 줄무늬가 들어가는 형태다. 흑백 모빌 만들기는 심심한 산후조리원의 필수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엄마들의 인기 태교 활동이기도 하다.

나 역시 출산 준비를 할 때 흑백 모빌을 구입하기도 했고 산후조리원의 모빌 만들기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산후조리원에서 만드는 모빌은 사실 거의 완성된 일반적인 형태의 모빌에 무늬를 붙이고 줄을 연결하는 정도라서 엄마가 만들었다는 표현이 민망할 만큼 모든 사람의 결과물이 똑같았다.

사실상 ‘엄마가 만들었다’는 특별함이 전혀 없는 모빌을 왜 굳이 만들어야 할까, 이왕 만들 거라면 정말 엄마의 마음이 담긴 엄마만의 흑백 모빌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좀 다른 형태의 모빌을 구상하게 되었다.

그때 머릿속을 지나간 작가가 키네틱 아트3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였다.

해마다 참여하는 아트페어에 칼더의 작품이 종종 나오기도 한다. 마치 소음처럼 자신을 보아달라고 아우성치는 듯한 화려한 미술품들 사이에서 칼더의 작품은 유독 모던한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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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칼더의 말처럼 움직임을 조형 요소로 끌어들인 기하학적 형태의 칼더 작품은 당시 미술사조를 뒤흔든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였다.

기하학적이며 아름다운 칼더의 흑백 모빌이 눈에 아른거리고 칼더의 작품 같은 모빌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몇 가지 재료와 형태를 머리로 빠르게 구상했다.

박스와 시트지, 전기테이프 등의 간단한 재료로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에서 영감을 받은 엄마표 모빌이 완성되었다. 침대 머리맡에 모빌을 걸어주며 작은 공기의 변화에도 몸을 움직이는 모빌을 통해 엄마의 특별한 정성이 아이의 눈으로 전해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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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00일 이전, 잠을 많이 자는 아이가 눈을 뜨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엄마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든 모빌이었다. 하루는 한 번도 웃지 않던 아이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다. 웃음소리에 놀란 남편과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 갔는데, 아이의 시선이 꽂힌 곳은 모빌이었다. 모빌의 작은 흔들림이 아이의 웃음보를 간질였던가 보다. 어른들에게는 단순한 육아용품이 아이에게는 웃음을 주는 유일한 세계일 수도 있다. 모빌을 보며 터져 나오던 웃음과 교감이 엄마의 기억에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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