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메뚜기 (마지막 회)

<기묘한 사람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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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열심히 일하는 이민자 에드바르트가 있었다. 노르웨이 사람인 에드바르트는 큰돈을 벌려고 미국으로 갔다. 미국 동쪽 3분의 1 부분에만 유럽인이 정착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미국 서쪽 땅 대부분은 마지막 빙하기 이후로 그곳을 돌아다녔던 사람들이 여전히 차지하고 있었다. 중앙의 비옥한 땅은 ‘변경’ - 아주 큰 기회와 아주 큰 위험이 있는 야생의 땅 - 으로 불렸는데, 에드바르트는 이 곳에 정착했다. 에드바르트는 노르웨이에서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팔았고, 그 돈으로 당시 ‘다코타 자치령’이라 불리던 곳에 땅을 샀다. 이곳에는 노르웨이에서 온 사람들이 이미 많이 정착해 있었다. 그리고 농기구도 샀으며, 단순한 집을 짓고 작은 농장을 세웠다. 몇 년 동안 힘들게 일했고, 조금 번영을 이루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에드바르트에게 아내를 구하고 가정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 건강한 젊은이의 결혼은 자연의 섭리지!”

그러나 에드바르트는 결혼에 동의하지 않았다. 농장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내에게 줄 마음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에드바르트가 생각하기에 사랑이란 비효율적인 것이며 더 중요한 일들에 방해가 되는 것이었다.

노르웨이에서 청년일 적에 에드바르트는 친한 친구가 어떤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노르웨이에 있는 가족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여자 때문에 모험과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삶을 내던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노르웨이에서는 돈을 벌 수 없었고, 이제 에드바르트의 옛 친구는 아내와 자식들을 근근이 먹여 살리고 있었다. 젊은 혈기 때문에 타협과 곤궁의 삶을 선고받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운명이 늘 그렇듯, 에드바르트도 여자를 만나 마음을 빼앗겼다. 에드바르트의 마음에도 농장과 아내 둘 다 사랑할 여유가 있었으며, 에드바르트는 그 여자와 결혼했다. 에드바르트의 작고 굳은 마음이 잔뜩 부풀어서 터질 것 같았고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아이를 갖자고 말했을 때 에드바르트는 싫다고 했다. 농장과 아내와 아이를 어떻게 다 사랑할 수 있어? 그러나 아내가 임신했을 때 에드바르트는 마음에 차오르는 기쁨에 스스로도 놀랐다. 그리고 아이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홉 달이 지나고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난산이었고, 에드바르트의 아내는 쇠약해졌다. 아이도 온전하지 않았다. 심장이 너무 커서 심장이 있는 쪽 가슴이 다른 쪽 가슴보다 눈에 띄게 컸다.

에드바르트가 의사에게 물었다. “살 수 있을까요?”
의사가 대답했다. “지나 봐야 알죠.”

에드바르트는 의사의 말에 만족할 수 없어서 아이와 함께 에릭을 찾아갔다. 노인 에릭은 아주 현명한 사람으로 노르웨이에서 이름 높았던 주술사였다. 에릭이 아이의 몸에 양손을 댔다. 그리고 곧 눈썹을 치켜세우며 소리쳤다. “기묘한 아이야!”

에드바르트가 말했다. “그건 의사한테도 들었어요. 심장이 너무 커요.”

에릭이 말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야. 그렇지만 아이의 특별한 면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나려면 몇 년이 지나야 해.”

에드바르트가 말했다. “그렇지만 살 수는 있죠?”

에릭이 대답했다. “지나 봐야 알지.”

아들은 살았지만 아내는 점점 약해지기만 했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에드바르트는 처음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가 점점 화가 났다. 실용적인 삶을 살겠다는 계획이 사랑 때문에 방해받게 내버려 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제 일해야 할 농장과 돌봐야 할 갓난아이만 남고, 자신을 도와줄 아내는 없었다! 또한 아이에게도 화가 났다. 기이하고 유별나고 약하게 태어난 것에 화가 났고, 특히 제 어머니를 무덤으로 보내며 태어난 것에 화가 났다. 그것이 아이의 잘못이 아님은 에드바르트도 알고 있었다. 갓난아이에게 화를 내 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화나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에드바르트가 현명하지 못하게도 자기 마음에 꽃피게 두었던 사랑은 모두 비탄으로 변했고 이제 그 비탄이 담석처럼 에드바르트의 안에 자리 잡았지만, 어떻게 없애야 하는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에드바르트는 아이 이름을 올리라고 짓고,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웠다. 올리는 학교에 들어가서 영어를 배우고, 에드바르트가 잘 모르는 과목들을 배웠다. 어떤 면에서 올리는 에드바르트의 아들임을 잘 알 수 있었다. 에드바르트와 닮았으며 에드바르트만큼 열심히 일했다. 학교에 있거나 잠을 잘 때만 빼고 항상 아버지 옆에서 땅을 갈고 경작했으며,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 올리는 낯선 아이였다. 미국 억양이 있는 노르웨이 말을 했다. 세상은 자신을 위한 좋은 것들로 차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미국적인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올리는 너무 큰 심장, 즉 마음에 휘둘렸다. 올리는 금세 사랑에 빠졌다. 일곱 살이 되었을 때는 이미 같은 반 여학생, 동네 여자아이,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는 열다섯 살 연상의 젊은 여자에게 청혼했다. 새 한 마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면 며칠을 두고 새 때문에 울고 훌쩍였다. 저녁 식탁에 오른 고기가 동물에서 나온 것을 안 뒤에는 두 번 다시 먹지 않으려 했다. 올리의 내면은 물렁물렁하기만 했다.

진짜 문제는 올리가 열다섯 살이 된 때에 시작됐다. 메뚜기 떼가 온 해였다. 그때껏 다코타에서 그런 광경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해를 모두 가릴 만큼 빽빽한, 몇 킬로미터 너비로 펼쳐진 메뚜기 떼는 신의 저주 같았다. 사람들이 집 밖을 걸어갈 때마다 발밑에 밟혀 죽는 메뚜기가 수백 마리였다. 메뚜기들은 녹색을 띤 것이면 뭐든 먹어치웠다. 풀을 다 먹은 뒤에는 옥수수와 밀을 먹었고, 그마저 다 먹어치우자 나무와 옷감, 가죽, 풀로 이은 지붕까지 게걸스레 먹었다. 들판에 있는 양들의 털까지 먹어치웠다. 어떤 사람은 옷 등판을 메뚜기 떼에게 먹히고 말았다.

에드바르트를 비롯해 변경에 사는 정착민들의 생활이 모두 파괴될 위기의 재앙이었다. 정착민들은 메뚜기 떼와 싸우기 위해 모든 일을 시도했다. 불, 연기, 독약을 써 보았다. 무거운 석조 롤러를 굴려서 메뚜기들을 짓이겼다. 에드바르트 농장 근처 마을에서는 열 살이 넘는 사람이면 누구나 죽은 메뚜기를 매주 15킬로그램씩 쓰레기장으로 옮기도록 정했다. 어기는 사람은 벌금을 내야 했다. 에드바르트는 그 일에 열심히 임했지만, 아들 올리는 메뚜기를 한 마리도 죽이지 않으려 했다. 올리는 바깥에서 걸을 때에도 실수로 메뚜기를 죽이지 않도록 발을 끌며 걸었다. 에드바르트는 그런 아들의 모습에 정신이 산란해질 지경이었다.

에드바르트가 올리에게 소리쳤다. “저놈들이 우리 농작물을 다 먹어치웠어! 우리 농장을 망치고 있어!”

아들 올리가 대꾸했다. “그냥 배가 고파서 그러는 거예요. 일부러 우리를 괴롭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메뚜기들을 일부러 괴롭히는 건 공정하지 않아요.”

에드바르트는 화를 참으려 애쓰며 말했다. “공정은 여기 나올게 아니야. 살다 보면 살아남기 위해서 죽여야 할 때도 있어.”

올리가 말했다. “이 경우는 아니죠. 메뚜기들을 죽인다고 좋아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에드바르트의 얼굴은 완전히 빨개졌다. 에드바르트가 땅에 있는 메뚜기 한 마리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그 메뚜기를 으깨!”

올리가 말했다. “안 해요!”

에드바르트는 엄청나게 화가 났다.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손바닥으로 때렸지만 아들은 계속 메뚜기를 죽이지 않겠다고 했고, 에드바르트는 허리띠로 아들을 때리고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다. 저녁밥을 먹을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다. 에드바르트는 벽 너머에서 올리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엉망이 된 농장에서 메뚜기들이 안개처럼 떠올랐다. 에드바르트는 아들을 향한 마음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올리가 메뚜기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정착민들 사이에 퍼졌다. 사람들은 화를 냈다. 마을에서는 올리 아버지에게 벌금을 물렸다. 올리의 급우들은 올리를 꼼짝 못하게 잡은 뒤 메뚜기를 먹이려 했다. 올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길에서 올리에게 욕을 퍼부었다. 아버지는 너무 분하고 창피해서 아들과 아예 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올리에게는 친구도 말할 사람도 없어졌다. 올리는 너무 외로운 나머지 어느 날 애완동물을 들였다. 그 애완동물이란 올리와 함께 있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 즉 메뚜기였다. 올리는 메뚜기에게 옛날 노르웨이 신의 이름을 따서 토르라고 이름 붙이고 담배 상자에 넣어 침대 밑에 숨겼다. 저녁밥 부스러기와 설탕물을 먹이고, 잠잘 시간인 늦은 밤에 토르와 얘기했다.

토르에게 속삭였다. “모두가 너를 미워하지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그저 천성대로 행동했을 뿐이야.”

‘찌르륵찌르륵.’ 메뚜기가 날개를 맞비벼 대꾸했다.

“쉿!” 올리는 쌀알 몇 개를 메뚜기 옆에 살그머니 놓고 상자를 닫았다.

올리는 어디를 가든지 토르를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토르는 햇빛이 쏟아질 때 올리의 어깨에 올라앉아 찌르륵거렸고 올리가 휘파람을 불면 즐거워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올리는 그 작은 벌레를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의 아버지가 토르 상자를 발견했다. 분노한 에드바르트는 메뚜기를 홱 낚아채 벽난로로 가서 불길에 던졌다. 높은 비명이 한 번 울리고 나직이 탁 소리가 났다. 토르는 죽었다.

올리가 죽은 친구 때문에 울자, 에드바르트는 올리를 밖으로 쫓아냈다. “내 집에서 메뚜기 때문에 누가 우는 꼴은 못 봐!”

올리는 들판에서 떨며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에드바르트는 자신이 너무 심했다고 자책하며 밖으로 나가서 아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아들은 보이지 않고 엉망이 된 밀밭 고랑에서 자고 있는 거대한 메뚜기와 마주쳤다. 그 징그러운 모습에 에드바르트가 움찔했다. 마스티프종 개만큼 큰 몸집에, 허벅지는 크리스마스 햄처럼 굵고, 더듬이는 말채찍만큼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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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트는 집으로 달려가서 총을 가져왔다. 괴물 앞으로 다시 와서 총을 쏘려 하는데, 메뚜기 떼가 몰려와서 둘러싸고 몇 마리는 총구멍으로 들어가 구멍을 막았다. 날아다니는 메뚜기들은 에드바르트 앞에서 떼 지어 글자 모양을 만들었다.

올리.

에드바르트는 깜짝 놀라서 총을 떨어뜨리고 거대한 메뚜기를 뚫어져라 보았다. 거대 메뚜기는 이제 인간처럼 뒷다리로 서 있었다. 눈은 메뚜기 같은 검은색이 아니라 올리의 눈 같은 파란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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