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콘크리트에서 쇠똥까지, 벤투 디자인

<중국 디자인이 온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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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창립된 벤투(Bentu) 디자인 스튜디오에는 독특한 입사 조건이 있다. 나이가 25세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기업에서 대졸자를 선호하는 반면 여기서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도 환영이다. 왜 이런 독특한 규정을 두냐고 묻자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만드는 물건은 그 누구도 아직 만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정체도 모르는 물건을 만드는 데 연륜과 경험이 과연 중요할까요? 사회에서의 경험과 고정관념은 오히려 우리의 물건을 만드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그 누구도 만들어본 적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벤투 디자인의 작품들은 소재부터가 독특하다. 바로 콘크리트다. 보통 콘크리트는 건축재로 사용되지만 이들은 콘크리트를 조명, 티팟, 스툴 등 다양한 가구 소품에 적용하고 있다.

그중 콘크리트와 건설 폐기물을 재활용한 샹들리에 <치에(且)>는 벤투 디자인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1.jpg?type=w1200 콘크리트와 대나무 재료를 섞어 만든 샹들리에 <치에(且)>


군더더기 없는 유려한 곡선의 디자인이 매우 고급스럽다. 재질은 거친 콘크리트지만 대나무와 금속을 사용하면서 온화한 느낌을 자아낸다. 차가운 콘크리트의 물성이 따뜻한 느낌의 재료로 상쇄되는 것이다.

이런 재료의 혼합은 계속된다. 다음 조명 <시엔(线)>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이 결합한 형태다.

2.jpg?type=w1200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재료를 섞어 만든 조명 <시엔(线)>



콘크리트의 묵직한 질감과 플라스틱의 가벼운 질감이 조화를 이룬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콘크리트 조명의 느낌을 반짝이는 플라스틱의 재질로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낸 것이 독특하다.

나무 역시 콘크리트와 잘 어울리는 재질이다. 밝은색의 나무를 다듬어 다리로 만들고 콘크리트 원판을 얹은 테이블 <부(不)>는 이케아 제품처럼 나사와 브래킷으로 조립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전통적인 재료의 나무와 현대 재료인 콘크리트가 조화를 이룬다.


3.jpg?type=w1200 콘크리트와 나무를 섞어 만든 조립식 테이블 <부(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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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폐콘크리트를 활용한 벤투 디자인 제품들은 마치 건설 현장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주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으로 현대의 생활 공간에 무리 없이 잘 어울린다. 보통 리사이클링 디자인의 경우 재료를 재활용하는 데만 의의를 둘 뿐 디자인 자체의 조형 감각은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벤투 디자인 제품들은 원재료가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디자인 자체만으로 우수하다. 그래서 벤투 디자인 제품들이 폐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소비자들의 놀라움이 커지게 되고 다시 한 번 이 제품을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콘크리트를 재료로 사용하고자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는 모두 만류했다고 한다. 누가 버려진 콘크리트를 제 돈 주고 사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벤투 디자인은 공사장에 버려진 콘크리트 덩어리의 내재된 아름다움을 보았다. 콘크리트의 회색은 더할 나위 없이 심플하면서도 모든 팔레트의 색이 혼합된 복잡하고 오묘한 색인 데다 취향을 타지 않기 무심한 색이라 모든 이가 무리 없이 소유할 수 있다. 폐콘크리트를 재활용하는 것 역시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였다. 그들은 중국의 빠른 산업화와 더불어 건물을 짓다 남은 수많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리고 남은 콘크리트로 만든 제품이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결국 환경을 파괴하는 제품이 그만큼 덜 팔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며 이런 행보가 지속된다면 서서히 그 가치가 드러날 것이었다.

벤투 디자인은 콘크리트로 최대한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강구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사실 아트 오브제로서가 아니라 양산 시스템에서 콘크리트는 제조나 운송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들은 장기간의 연구 끝에 폐콘크리트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제작 기술을 창안했고 특허까지 얻으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이 특허 기술을 대중에게 전부 공개했다. 그러자 벤투 디자인처럼 콘크리트를 응용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는데, 오히려 벤투 디자인에서는 이런 모방이 시장을 넓혀주고 리더로서의 자신들의 역할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중국 기업다운 발상이다.

현재 벤투 디자인의 목표는 콘크리트 외에 버려지는 재료들로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 범위는 실로 다양한데, 도자기 공장에서 나오는 폐도자기 역시 그들이 주목하는 디자인 재료다. 매년 공장에서 버려지는 도자기 폐기물은 400톤에 육박하지만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쓰레기일 뿐이다. 게다가 중국의 도자기는 과거 실크로드를 주름잡던 중국 문명의 요체였지만 현재는 과거의 도자기 형태만 답습할 뿐 새로운 형태에 대한 대안이 없다. 벤투 디자인은 이러한 두 가지 문제에 주목하여 버려지는 도자기 폐기물과 콘크리트를 결합해 도자기 타일을 만들어냈다. 이런 벤투 디자인의 행보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해볼 만하다.


5.jpg?type=w1200 도자기 폐기물과 콘크리트를 결합해 만든 도자기 타일


버려지는 플라스틱 파이프 역시 벤투 디자인이 즐겨 활용하는 디자인 재료다. 플라스틱 파이프는 색깔이 입혀지고 얇게 변형되어 조명의 기둥이나 램프 파이프 등으로 이용된다. 콘크리트에 벤투 스타일로 덧입혀진 <관따오(管道)> 조명은 어느덧 벤투 디자인을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7.jpg?type=w1200 플라스틱 파이프로 만든 조명


내침김에 그들은 쇠똥을 이용한 디자인<펀짜오(粪造)>에도 도전했다. 예로부터 티베트 사람들은 야크라는 동물의 똥을 발효시켜 불을 피우거나 약을 만들거나 건축재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생존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벤투 디자인은 이러한 쇠똥발효공법을 차용하여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친환경적이고 자원을 절약하는 벤투 디자인의 행보를 살펴보면 디자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발견하게 된다.

쇠똥을 발효시켜 벽돌을 만드는 기법에서 착안한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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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는 중국어로 본토(本土), 즉 토박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디자인의 근원이 결국 안으로 향해야 하며 본질로 회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순수하고 깨끗하며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디자인에 있어 장식을 배제하고 재료의 순수성과 기능, 그리고 목적에 충실하고자 한다. 또 디자인의 재료를 선택하는 데 분별을 경계한다. 세상에 귀한 재료와 천한 재료는 없으며 쓰레기와 보물, 진흙과 보석의 가치가 동등하다고 믿는다. 풀 한 포기, 흙 한 컵이라도 디자인에 적합하다면 그 내용과 정신이 찬란하게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벤투 디자인의 맥락은 불교와도 맞닿는다. 불교에서는 궁극적인 연화장세계로 가는 것을 ‘본토로 돌아가셨다’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벌이는 일체의 시비(是非), 선악(善惡), 미추(美醜) 등을 구분 짓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아무런 심미적 판단 없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직관적으로 볼 것을 강조했다. 또 모든 사물에는 불성이 있고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존중할 것을 설파했다. 이렇게 하찮은 재료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궁극적으로 환경으로 향하는 벤투 디자인의 핵심에는 바로 이런 불교의 생각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15.jpg?type=w1200 H시리즈의 찐슈(金属) Metal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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