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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08. 2018

09. O2O의 출발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창업가의 브랜딩>



고객의 직접경험이 반드시 특별한 오프라인 공간이 있어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직접경험이 훨씬 강력할 때도 있다.


가방을 만드는 로우로우는 정작 가방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나 경험 없이 레드오션에 뛰어든 스타트업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가방을 출시하자마자 유명 편집숍에 입점하고 매진사태를 빚게 된 데에는 오프라인의 고객 접점에 기울인 정성이 한몫했다. 로우로우의 이의현 대표는 회사 설립 후 처음 8개월 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 들어오는 주문에 대해서는 화물이나 택배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아무리 컨셉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좋아도 제품은 유통사로 넘어가고 바이어로 넘어가고 점장으로 넘어가요. 그리고 최종 커뮤니케이터는 판매 스태프거든요. 저희는 판매하는 아르바이트 친구들에게 간식 사들고 가서 제품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했어요. 이 가방은 이태리 가죽이고 왁스 코팅을 했고 내부에 무슨 기능이 있는지 등등 상세하게 설명했는데 그게 인상적이었을 거예요. 다른 브랜드는 종이 한 장짜리 설명서만 오는데 상대적으로 저희 브랜드가 달라 보였겠죠. 저도 편집숍 바이어를 했으니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어요. 제품설명을 다 읽어보지도 못하고, 연예인 누가 입는다, 요즘 뜬다 그러면 그냥 입점시키는 식이었거든요. 이런 일방적인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아마 차별화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그들의 노력 덕분에 매장 직원들은 신생기업임에도 로우로우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고객들에게 자신 있게 상품을 추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8개월 만에 가방 시장에서 판매 1위를 했다. 고객들이 로우로우의 제품과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때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결과다.

스트라입스는 ‘찾아가는 맞춤정장’이란 컨셉 아래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패션 전문가들로 구성된 로드테일러(스타일리스트)가 직접 고객을 찾아가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고객의 체형과 피부 톤 등을 고려해 가장 잘 어울리는 제품과 디자인,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사업 초기 스트라입스는 고객들에게 오프라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강남역 인근에 가판을 깔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사이즈를 측정해주었다.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옷을 만들어준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사이즈 측정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질적인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고심한 결과 그다음부터는 온라인으로 사이즈 측정을 신청받은 후 로드테일러들이 직접 찾아가 스타일을 상담해주고 어울리는 옷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고객을 만나는 접점이 제한적이었던 기존의 방식에 비해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한 것이다. 고객에게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순간을 만들어주자 상담 후 구매율은 100%에 육박하게 되었다.

스트라입스는 이러한 고객경험 노하우와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를 넘어 고객들이 찾아올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기성복 착용 시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것이 목둘레와 팔길이라는 점을 확인한 후 이를 세분화해 기성복을 총 90개 사이즈로 구분했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판매하며 ‘찾아가는 맞춤형 남성의류’라는 컨셉을 고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스트라입스와 같은 사례도 있지만,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O2O 사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O2O 비즈니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많은 회사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저조한 실적으로 문을 닫는 곳들도 많았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고객들이 실제 경험할 오프라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온라인 관점에서 어떻게 오프라인을 연결할 것인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패착일 것이다. 브랜드의 매력은 실제 브랜드를 만지고 느끼고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서 얻는 감성적인 교감에 크게 좌우되는데 말이다.

스타트업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을 알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초기부터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한다. 따라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지점이다.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나게 될 모든 접점을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고객과 직접 만나는 계기가 없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러한 ‘고객 접점의 순간(the moment of touch)’을 만들어야 한다.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페이지 등의 디지털 채널을 통해 제품의 스펙이나 서비스의 세부 기능을 소개할 수는 있지만, 브랜드가 담고 있는 총체적인 가치를 전달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거나 오프라인 전용 제품을 론칭하는 이유도 이러한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달 O2O 서비스 배달의민족 앱에는 생뚱맞게도 문구류 카테고리가 있다. 고객들이 ‘B급, 패러디, 키치’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배달의민족 특유의 정서와 유머코드를 담은 문구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것이다. 나아가 온라인에서만 판매하지 않고 ‘배민문방구’라는 팝업스토어를 다양한 공간에서 선보임으로써,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는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도록 했다.

패션 공유 플랫폼 스타일쉐어는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진출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유저들이 쇼핑을 잘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공간, 자신의 물건을 팔 수도 있고 살 수도 있고 여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 중이라 한다. 현재는 그 전 단계로 스타일쉐어의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에 그대로, 집약적으로 전달해주자는 취지로 매년 ‘스타일쉐어 마켓페스트’를 개최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더욱이 온라인 기반의 스타트업이 꾸준히 대규모 행사를 이어온다는 것만으로도 놀랍지만, 서비스 타깃인 10대 후반~20대 여성들 사이에 이 행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할 듯하다. 5만여 명의 유저들과 직접 만나면서 스타일쉐어는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고객과 직접 만나면서 기업은 사업의 본질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인받을 수 있다. 나아가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멘텀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리드잇은 푸드 페스티벌을 통해 콘텐츠 비즈니스를 넘어 커머스 비즈니스, 오프라인 비즈니스까지 음식 관련 비즈니스를 수직계열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스마트스터디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핑크퐁’의 성공을 발판으로 사운드북, 뮤지컬 등 다양한 상품으로 기획하던 당시, 온라인 기반의 사업모델에서 오프라인 상품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이때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짜 팬’을 만난 경험이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자신감을 주었다고 한다.

“2015년 11월에 처음 유아교육전에 나가면서 오프라인 상품을 선보였는데, 당시 저희가 부스를 가장 크게 지었습니다. 그때는 목공을 해서 부스를 만드는 업체들이 거의 없었어요. 저희는 게임쇼를 경험해봐서 당연히 ‘할 거면 크게 해야지’ 했는데 유아시장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전율을 느꼈던 장면이, 저 멀리서 엄마와 아이가 ‘아! 핑크퐁이다!’ 하면서 뛰어오는 모습이었어요. 저희로서는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고 오프라인 상품의 재고 부담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거 가능하겠다’고 느낀 거죠. 오프라인에서 금전적인 이득을 얻는 것은 나중 일이 되겠지만, 적어도 이 지점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발판은 확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더 많은 파트너 업체들에게 연락을 받았고요.”

박현우 대표의 말처럼, 고객뿐 아니라 스타트업에게도 오프라인이 주는 힘은 크다. 오프라인 공간을 통한 브랜드 경험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이다.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시대이지만, 사람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삶의 경험과 스토리로 녹여진 것에 관심을 갖는다. 오프라인 경험으로 디지털의 브랜드 영향력은 더 강해질 것이고,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와 브랜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구체적인 형태와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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