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를 떠나지 않기로 했다>
본업과 동떨어진 자기계발로는 미래의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명확하다. 지금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더욱 몰입하고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발목을 잡아매는 회사라는 우산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을 느끼지 못해서,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앞날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경쟁에서 탈락하고 두려움에 찬 미래를 맞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그것을 이겨 내기 위해서 오히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라니 말이다.
하지만 비록 역설처럼 들릴지라도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자신만의 전문역량을 키우고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미래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큼 가능성이 높은 해결책도 없다. 이것이 바로 ‘자기전문화(self-specialization)’의 개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헤어나고 싶다면 자기계발이 아니라 ‘자기전문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온 일이 내가 가장 잘하는 일
이유는 간단하다. 40대를 코앞에 두고 있거나 40대를 넘긴 직장인들은 적어도 10년에서 20년 혹은 그 이상 한 분야에서 업무를 해온 경력이 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해온 일이 있다면 그 분야가 가장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 있는 분야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대체적으로 1만 시간, 하루 3시간씩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해야만 한다. 그런데 40대를 전후한 직장인들은 이미 10년에서 2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해온 사람들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업무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기도 하지만 대개는 특정한 전문분야에서 전문역량을 쌓아 온 사람들이다. 재무, 생산, 구매, R&D, 마케팅, 영업, 회계, 기획, HR 등 자신의 전문영역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직장생활의 경력이 늘고 직장 내에서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욱 그렇다. 한 부서 또는 하나의 팀을 책임지는 입장이 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전문역량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이 맡은 특정 분야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씩 10년에서 20년 동안 전문업무를 수행해 왔다면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이 적지 않게 쌓였을 테고 이미 전문가로 인정받을 만한 수준에 가까이 와있거나 적어도 그 중간쯤은 와있을 것이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미 1만 시간을 넘겨 전문가의 경지에 올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외부로 표출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미 1만 시간 가까이 왔는지도 모른다.
1만 시간을 채우려면 하루 3시간씩 10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하루 9시간씩이라면 3년 남짓이면 채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미 하루 9시간 이상씩 10년에서 20년간 직장생활을 해온 40대 전후의 직장인들에게는 1만 시간을 채우기 위해 가야 할 시간이 까마득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골인 지점이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달려가면 머지않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 모르다 보니 단순히 ‘1만 시간’ 또는 ‘하루 3시간씩 10년’이라는 말만 듣고 지레 겁을 먹어 시작할 생각도 못 한 채 포기하고 마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이미 40대 전후의 직장인이라면 앞으로 2~3년만 집중하여 공부하고 실력을 쌓는다면 충분히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시간으로 따지면 2000~3000시간이면 충분한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일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더욱 축적하고 이론적인 배경을 탄탄히 하고 경험을 강화해 나가면서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지식,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논리,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고유의 분야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도록 굳건한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점차 자신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 우월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분야,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평범한 은행원에서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로
‘자기전문화’로 성공한 사례를 들어 보자.
책을 통해 본 이야기지만, 고준석 씨는 평범한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에 처음으로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를 맡은 후 2000여 건의 경매물건을 취급하며 번지수만 가지고도 땅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그 덕분에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부동산 전문 컨설턴트가 되었다. 대한민국 1호 부동산 전문가이다.
수많은 대기업 회장을 비롯하여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의 부동산 컨설팅을 수행했고 신한은행의 프라이빗 뱅크 부동산 재테크 팀장을 거쳐 현재는 신한은행의 청담역 지점장으로 근무 중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자신이 졸업한 동국대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이러한 이력만으로도 화려하지만 그의 이력은 아직 더 남아 있다.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주요 일간지에 인기 컬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삼성경제연구소 부동산 재테크 분야 최고의 명강사로 선정될 만큼 인기 있는 강사이기도 하다. MBC, KBS, 한경와우TV 등 대중매체 출연 경험도 많다. 이러한 활동으로도 모자라 《경매부자들》, 《강남부자들》, 《대한민국 집테크》, 《은퇴부자들》 등 일곱 권의 저서를 기술하였다.
그는 아직도 은행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이긴 하지만, 그가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횡행하는 이 시기에 혹시나 자신도 회사에서 잘리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밤잠을 못 이룰까? 굳이 회사에 남아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혼자 설 수 있는 명성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쓰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아도 부럽고 롤모델로 삼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그의 삶은 그가 직장에서 맡았던 부동산 관련 업무를 깊이 있게 파고들며 꾸준하게 전문적인 역량을 축적한 덕분이었다. 만약 그가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경매물건을 살펴야 하는 자신의 업무를 고달프게 생각하고 피하려 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큰 성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직장인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회사와 함께 자기 자신도 성장하여 이제는 회사라는 우산이 없어도 당당히 홀로 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