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pr 02. 2018

02. 다르게 살고 싶다면 다른 길을 걸어라.

<당신이 만나는 기적>



완벽한 시기에 완벽한 기회가 
내 앞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좋은 기회일수록 위험도 크다.

여기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엄마이다. 매일 남편과 다섯 아이를 위해 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한다. 그래서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는 컴퓨터나 휴대폰을 볼 여유가 없다. 늦은 밤, 다섯 아이가 모두 침대에 누워야만 간신히 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시장가치 8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의 CEO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모회사에 매년 600억 달러를 벌어다 준다. 정말 대단한 여성이 아닌가?

그녀는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허구의 ‘슈퍼맘’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수전 보이치키(Susan Wojcicki)는 하버드 대학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다.


유튜브 최고경영자, 수전 보이치키(Susan Wojcicki)


 이후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에서 MBA까지 마쳤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데니스 트로퍼(Dennis Troper)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60만 달러를 들여 신혼집을 장만했는데 대출금 상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차고를 세놓기로 했다. 세입자는 스탠퍼드 대학의 대학원생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었다. 이들은 수전 부부에게 인터넷 검색엔진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고 임대 월세 1700달러로 욕실과 식기세척기도 사용할 수 있었다.

1998년 9월 4일, 구글(Google)이 탄생했다. 월세 1700달러에 욕실과 식기세척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빌린 차고에서 말이다! 얼마 후, 페이지와 브린은 수전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세계적인 대기업 인텔(Intel)에서 일하던 수전에게 구글은 수많은 검색엔진 중에서도 이제 막 생겨난 작디작은 하나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이봐, 청년들! 월세나 잘 내라고!” 하며 웃었다.

1999년의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하던 수전은 문득 만약 구글이 없다면 업무 수행이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검색엔진도 많았지만 구글만 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이에 그녀는 인텔에서 제시하는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구글에 합류하여 열여섯 번째 직원이 되었다. 첫 번째 직함은 마케팅 팀장이었지만 말이 팀장이지 경비 지원도 없고, 부하직원도 없었으며, 심지어 월급도 받지 못했다. 오로지 밝은 미래만 보고 일해야 했다. 당시 임신 4개월에 접어든 그녀는 구글의 유일한 여성 직원이었다.

그녀는 돈 한 푼 없이 어떻게 구글을 마케팅했을까? 우선 그녀는 연줄이란 연줄은 모두 동원해서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 구글의 검색창을 띄워 인지도와 접근성을 높였다. 또 구글의 로고와 첫 화면을 대폭 수정해서 좀 더 간편하고 친근하게 만들었다. 현재 구글의 첫 화면은 명절, 기념일, 혹은 위인과 관련되었거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날에 이를 기념하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제공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녀의 아이디어다.



둘째 아이를 낳을 때 즈음, 수전은 새로운 광고 프로그램으로 ‘애드센스(AdSense)’를 제안했다. 원래 구글은 검색을 통해 나온 웹페이지에 광고를 띄우고 클릭 수에 따라 광고료를 받았다. 클릭하는 사람이 없으면 광고료 수입도 없는 구조였다. 수전은 광고를 개인 블로그 및 각종 상업적 사이트로 확장했다. 웹사이트를 소유한 사람이 애드센스에 가입하면 구글이 광고를 자동으로 그 사람의 웹사이트에 올린다. 이 사이트의 방문자가 광고를 클릭하면 구글이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아 일부를 사이트 소유주에게 나눠 준다. 그녀는 이를 통해 경쟁하지 않고 손을 잡고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추구했다. 구글은 각각의 웹사이트를 분석해서 해당 콘텐츠와 관련된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방문객의 클릭을 유도한다. 즉 무차별로 쏟아지는 광고 홍수에 스트레스를 받는 네티즌의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그들이 관심을 보이는 광고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반감을 일으키지 않고 클릭 수를 늘릴 수 있다. 현재 매년 140억 달러의 수입을 거두는 애드센스를 기획하고 성공시킨 사람이 바로 다름 아닌 수전이다.

그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구글 왕국을 위해 또 하나의 신대륙을 개척했다. 바로 구글 비디오(Google Video)였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콘텐츠는 대부분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되었을 뿐, 영상은 드물었다. 구글은 영상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구글은 네티즌이 직접 영상을 올리는 방식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구글 비디오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수전은 마침내 신대륙을 찾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유튜브(YouTube)가 이곳을 이미 선점한 것을 알게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신대륙에 발을 내딛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땅을 점령한 사람이 있는 격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유튜브를 주목하고 있던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한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중국 대학생 두 명이 기숙사 방에서 몸을 비비 꼬면서 우스꽝스럽게 팝송 〈As long as you love me〉를 부르는 내용이었는데 인터넷 역사상 최초로 100만 뷰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본 수전은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결심을 했다.

얼마 후, 이사회에 참석한 수전은 우선 자신의 판단 착오를 인정한 뒤, 16억 달러를 들여 유튜브를 인수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유튜브는 동영상 공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영리 웹사이트로, 직원 스물다섯 명에 수입은커녕 매달 적자만 기록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는 거라곤 산더미처럼 쌓인 각종 저작권 분쟁뿐이었다. 이런 사이트에 16억 달러나 들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수전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반대를 물리치고 유튜브 인수를 밀어붙였다. 2006년 10월 9일, 구글은 16억 5000만 달러에 유튜브를 인수했다. 이즈음에 수전은 세 번째 아이를 낳았다. 구글에 흡수된 유튜브는 그녀의 셋째 아이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해 현재 시장가치가 800억 달러를 넘는다.

이후 수전은 넷째 아이를 낳을 즈음에 더블클릭(Double Click) 인수를 추진했고, 다섯 번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유튜브의 CEO가 되었다. 매번 출산할 때마다 그녀의 일도 한 단계씩 더 발전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줄이지 않았으며 매일 저녁 6시가 되기 전에 귀가해서 직접 저녁을 준비했다. 수전은 여직원들의 처우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구글은 원래 12주이던 유급 휴가가 최장 18주까지 확대되었으며, 자녀를 키우는 여직원을 위한 특별 휴가도 있다. 또 아이를 출산하면 500달러의 지원금과 함께 5개월에 걸친 유급 출산휴가를 받는다. 이뿐 아니라 아빠가 되는 직원 역시 7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받는데, 힘든 아내를 돕고 아기를 돌보며 소중한 가족과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다.

수전은 어떻게 아이를 임신한 채로 구글에 합류할 용기를 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때 아마 미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인생에서 완벽한 때에 완벽한 기회가 눈앞에 있는 날은 없어요. 기회는 언제나 미처 손을 쓰지도 못할 매우 의외의 순간에 나타나는 것 같아요. 예쁜 리본이 묶인 아름다운 선물 상자 안에 담겨 얌전히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에요. 좋은 기회일수록 위험도 크고 도전의 강도가 만만치 않죠. 하지만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충분히 알아본 다음에 결정을 내리면 이미 늦거든요. 잘 모르는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모든 만남을 마지막인 것처럼 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