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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9. 2018

02. 창의력은 타고난 재능과 오랜 노력의 문제

<천재들의 생각 수업>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어떤 창조적 순간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운이나 우연이 아니라 타고난 재능을 알아차리고 활용하는 것이다. 

“아뇨, 아뇨.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건 그게 아니죠. 너무 직설적이고 차갑다는 느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머뭇거리거나 망설이죠. 자신이 어떤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여겨요. 그저 평범할 뿐이라고 생각하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좋겠군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창의적인 혁신은 우연이나 영감이 아니라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는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누구나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당신은 그런 말로 독자들을 실망시키려고 하는 군요. 사람들이 원하는 건 약사가 조제해 주는 처방약 같은, 꽃이 영원히 시들지 않는 비밀의 장미 정원 같은 마법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요령이죠. 그래서 그들이 더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말이죠. 다시 해봅시다.”
  
만일 창의력을 설명해 줄 유용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발견하고 아주 오랫동안 그것을 계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소질을 갖고 있다. 요령이라고 하는 것은 그 소질을 알아채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계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창의력이 펼쳐진다. 
“글쎄요, 좀 무뚝뚝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어쨌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도움이 되겠죠. 자, 가봅시다.”
  
나의 재능은 연결하는 것입니다.
하버드대학 비교동물학 박물관에 있는 대기실은 마치 회전하는 바퀴의 축처럼, 여러 복도가 만나는 교차점보다 더 작았다. 창문은 없고,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복도 한 쪽 끝에는 파편화된 동물 화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묘지를 방불케 하는 해골과 턱뼈들, 그리고 먼지로 뒤덮인 이빨들이 있었다. 이어진 다른 쪽 복도에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큰 진열장에 조개껍데기 화석, 양치식물 화석, 곤충 화석들이 대분류표에 따라 각각 번호가 붙어 있었다. 다른 방향으로는 강의실이 있었다.
“혹시 저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박사가 다른 쪽 출입구에서 나타나며 말했다. 나는 그가 아프다고 들었기 때문에 건장하고 덩치가 크기까지 한 사람이 불현듯 등장할 줄은 몰랐다. 나는 곧바로 일어나 화석 진열장이 끝없이 펼쳐진 복도를 따라 그를 뒤쫓아 내려갔다. 가는 도 중 박사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몇 걸음 뗄 때마다 멈춰 서고는 했다. 탄원서에 서명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도출한 결론을 봐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그의 비서는 그에게 오후에 온 편지를 흔들어 댔다. 네 명 중 한 명은 그의 명성을 따라 쫓아 다니는 나방처럼, 사인을 해달라고 졸랐다. 마침내 우리는 그의 연구실에 도착했다. 

연구실은 어둡고 귀신이 나올 것처럼 으스스했고, 높은 아치형 천장으로 깊숙한 어둠에 싸여 거대하게 느껴졌다. 이 방은 한때 박물관의 대표적인 전시홀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문서 보관함과 여러 박스들, 그리고 산더미같이 쌓아올린 괴상한 것들이 꽉 차 있다. 

굴드 박사는 구부정한 어깨를 하고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안쪽에 있는 그의 책상까지 가기 위해 나는 미로를 통과하는 사람처럼 그의 발뒤꿈치를 쫓아 따라갔다. 
  
그는 오늘 아침, 몸이 쑤시고 신물도 넘어와 힘들게 일어났다고 했다. 진화의 수수께끼라고 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바싹 뒤쫓는, 의욕이 넘치고 과로를 일삼는 연구원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굴드 박사는 진화를 둘러싼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다. 그는 다윈 이후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어떤 이들은 그런 비유를 마뜩지 않게 여긴다. 

굴드 박사는 책상에 앉자마자 먼저 그의 새 책이 가득 담긴 상자를 치웠다. 나는 기다릴 새도 없이 분위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이런저런 기본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그의 작업 습관이나 관심사, 성공에 대한 생각, 또는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는 이런 질문들을 매우 하잘 것 없는 것으로 취급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신의 창조물 그 자체에 대한 이해에 몰두하고 있는 이 남자에게 창의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그것이 아닌가? 

나는 재능에 관한 질문으로 옮겨 갔고 비로소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보세요, 창의적 과정과 관련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닙니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창의력에 관해서 소위 영감이라는 마법이 질풍노도처럼 밀려오는 것처럼, 이런 말도 안 되는 환상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어요. 헛소리, 완전히 헛소리에요. 낭만주의 최악의 유산이기도 하죠.”
  
굴드 박사는 계속 말했다. 
“창의성에 대해서 내가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자신이 정말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내는 것, 그리고 거기에 매달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주변에 존재했던 진짜 창의적인 천재들을 보세요. 바흐의 경우 매주 칸타타(독창부·2중창부·합창부로 된 성악곡)를 하나씩 작곡했어요. 어떤 때는 피곤하고 또 어떤 때는 아팠겠죠. 하지만 매주 한 곡을 썼어요. 가끔 시간이 별로 없을 때는 전에 썼던 걸 다시 한 번 썼죠. 물론 이 곡들이 모두 다 훌륭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매주 썼다는 점이죠.”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반복적으로 듣곤 하는 내용이다. 어느 맥아더상 수상자는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했다. “특별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세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 말이죠. 비록 자신의 운명이 나쁘더라도 다른 사람의 좋은 운명보다는 자신의 것이 낫습니다.” 또 다른 수상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는 것과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에 관해서 우리 같은 시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만의 경험을 표현함으로써 시를 더 잘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과 가까운 주변에 대해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굴드 박사는 더 자세히 설명했다. “누구나 정말 잘하는 것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그 재능이 선천적이라는 것입니다. 사람 들은 대부분 저처럼 재수 없게 오만하지 않고 상당히 겸손하기 때문에 선천적인 그 재능을 특별하게 보지 않아요. 자신이 늘 잘해왔던 바 로 그것이 재능인데도 말이죠.” 
이제 어색함은 사라지고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중요한 것을 강조했다. 
  
“고된 훈련 없이도 몸을 잘 움직일 수 있는 신체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또는 완벽한 투구 솜씨를 가진 사람, 혹은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제 말은, 그들은 늘 그래 왔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들은 능숙한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여러분은 자신이 잘못하는 것에 대해 증오하거나, 화를 내거나 질투심을 갖거나 아주 불행하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항상 제가 수학을 더 잘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사회생활 초창기에 저는 과학 분야에서 수학 때문에 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제 기억으로는 그 점을 후회스럽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깨닫지 못했던, 제가 더 잘할 수 있었던 어떤 재능이 있었죠.” 
  
그가 더 잘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분명 여러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다. 우선 그는 수많은 강의를 입석 강의실에서만 할 정도로 인기 있는 강사였고 동물학, 지질학, 진화 생물학, 무척추동물 고생물학, 자연사, 과학사 이 모든 분야에 능숙했다. 마치 사자가 평원을 늠름하게 활보하듯이 그는 이런 여러 분야를 섭렵했다. 

그는 또한 탁월한 현장 조사가였다. 겨울마다 카리브 해안에 들어가서 표본 채집용 가방을 입에 물고 바위와 풀들을 헤치고 다닌다. 파리 떼나 뜨거운 열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달팽이 껍데기에 나타난 진화의 연결 고리를 매서운 눈초리로 관찰한다. 진화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달팽이가 완벽한 실험 대상이었다. 그가 평생 가장 좋아하는 신조는 미즈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가 말한 다음과 같은 어구이다. “신은 세부적인 것에 계신다.”
  
게다가 굴드 박사는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양식의 글을 쓰는 에세이 작가이다. 수년간 그는 〈자연사(Natural History)〉라는 잡지에 ‘이러한 생명관(This View of Life)’이라는 제목의 월간 칼럼을 썼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스타일로 재치와 지혜를 엮어 쓴 그의 맥아더상 수상 기념 에세이는 한 번 읽고 나면 수개월 또는 수년간 머릿속에서 울린다. 그는 과학의 엄격함에 인문학적 관점을 결합시킴으로써 갈릴레오 논쟁으로 시작된 오랜 대립, 즉 과학과 철학의 공존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되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자신의 특별한 재능이자 창의적인 노력의 영역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는 다른 더 사소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의 재능은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에세이 작가인 것이죠. 또한 그런 방식으로 저의 전문적인 작업을 구축하는 편입니다. 달팽이 껍질의 일부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까요? 성장비율이 뭘까요? 패턴을 알 수 있겠어요? 저는 항상 이 숲 안에서 패턴을 알아보려 고 하고 그걸 할 수 있다고 저를 격려하죠.” 

“저의 재능은 연관성에 있어요. 어떤 주제에 관해서라도 제가 열심히 고심한다면 그와 관련된 스무 가지 정도를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억지스런 연결이 아닙니다. 에세이나 과학 논문을 쓰는 데 이용할 만한 근거 있는 연결입니다. 제가 《개체발생과 계통발생(Ontogeny and Phylogeny)》이라는 책을 썼을 때, 저는 800여 개의 글 을 읽고 그걸 하나의 가닥으로 연결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런식으로 연결을 하는 것이지요. 최고의 분류체계를 찾는 것 이 하나로 묶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그리고 저는 그게 무엇인지를 알아 낸 겁니다.” 
  
“이것이 저의 재능이라는 걸 알기까지 수년이 걸렸어요. 저는 다만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제가 쓴 에세이가 좋았다는 얘기를 계속 듣게 되면 저는 ‘좋아, 난 글을 잘 쓸 수 있군’하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하는 게 특별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그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죠. 사람들은 안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들은 단지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거예요.”
  
굴드 박사의 특별한 재능, 즉 관련 없어 보이는 것 사이의 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드문 재능은 창의성이라는 문제의 중심을 꿰뚫는 것이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그는 창의성의 다양한 정의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에 정확히 조준을 맞췄다. 그것은 관련 없는 두 가지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런 연결 고리에서 우리는 놀라움을 경험하고 그 놀라움이 우리를 멈칫하게 만들고 생각하도록 한다. 창의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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