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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9. 2018

02. 만약 앞차가 밀려 내려온다면?

<미친 발상법>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생각한다’는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것이어야 하고,
‘존재한다’는 끊임없이 발상한다는 것이어야 한다.


앞차가 밀려 내려온다!

질주 본능 폭발! 평일 오전 시원스럽게 트인 고속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달린다. 오랜만에 맛보는 속도감에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온다. 남쪽으로 한참을 달리다 보니 오르막 도로가 나왔다. 중간쯤 접어들자 갑자기 앞서가던 차들의 꽁무니에 하나둘 빨간 불이 들어온다. 그러더니 모두 멈춰 선다.

이때 문제가 터졌다. 바로 앞에 멈춰 서 있던 차가 슬금슬금 뒤로 밀려 내려온다. 급히 뒤쪽을 봤으나 이미 꽉 들어찬 차들로 후진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양옆으로 피하자니 왼쪽은 중앙분리대가, 오른쪽은 차들로 채워져 있다.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진퇴양난’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사용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상식선에서 대략 두 가지 대안을 떠올릴 수 있다.

1. 경적을 울려 앞차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2. 얼른 차에서 뛰어내려 어딘가로 몸을 피한다.

먼저 차의 경적을 울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경적을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앞차가 계속해서 밀려 내려온다면 당신은 황급히 차 기어를 R(후진)로 바꾼다. 그렇게 해 앞차와 당신 차 사이에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앞차가 스스로 멈출 수 있도록 거리와 시간을 확보하게 한다는 계산이다.

경적을 울려 경고를 했음에도 앞차가 계속해 밀려 내려온다면, 제어 불능이나 차에 심각한 트러블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 차가 뒤로 물러나게 되면 그만큼 거리가 벌어져 오히려 앞차에 가속도만 붙여주는 꼴이 된다. 앞차가 당신 차와 부딪혔을 경우 차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재빨리 차에서 뛰어내려 주변의 어딘가로 몸을 피하는 대안은 어떨까? 빨리 움직이면 몸은 무사할 수 있다. 하지만 앞차가 서서히 밀려 내려오면서 당신 차와의 충돌은 결코 피할 수 없다. (<그림1> 참조)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앞차의 후진을 당장 멈추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말인가? 이제 평소 갈고닦은 당신의 두뇌 기량이 발휘될 차례다. 슬금슬금 밀려 내려오는 앞차를 향해 당신 차를 출발시켜 접촉 일보 직전에 차를 멈춘다. 그렇게 되면 밀려 내려오는 앞차의 가속도가 붙기 전에 당신 차와 접촉함으로써 앞차를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림2> 참조)

물론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한다. 앞차의 후진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다면 앞 범퍼가 살짝 긁히는 경미한 피해로 끝날 수도 있다.

또한 당신 차 뒤쪽에 있는 차와 2차 충돌과 같은 대형사고도 피할 수 있다. 결국 ‘밀려 내려오는 앞차와의 충돌을 피하려면 뒤로 물러나는 게 좋다’는 기존 전제에 의구심을 품고, ‘밀려 내려오는 앞차의 가속도가 붙기 전에 그 차를 세워야 한다’는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함으로써 솔로몬을 뛰어넘는 지혜로운 해결책이다.

이를 두고 심리학자이자 수평적 사고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드 보노(Edward de Bono)는 이런 평가를 내렸다.

“전자(前者)의 사고(<그림1>)는 ‘수직적 사고(vertical thinking)’의 결과고, 후자의 사고(<그림2>)는 ‘수평적 사고(horizontal thinking)’의 결과다.”

위와 같은 긴급한 상황 속에서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작업이다. 부디 발상 전환에 대한 두뇌 훈련과 그 능력 계발을 통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냉정함을 되찾아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량을 키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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