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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2. 2018

03. 축구와 여자, 어느 쪽이 더 좋습니까?

<미친 발상법>




축구와 여자둘 중 하나만 골라!

에드워드 드 보노는 “수평적 사고를 지속하려면, 다음에 제시한 세 가지 조언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 세 가지 조언은 이렇다.

첫째사물에 대한 관점을 미리 정해놓아라.
어떤 문제를 떠올릴 때 의식적으로 3~5개 정도 사물에 대한 관점을 가지는 방법이다. 매번 관점과 사고 패턴 등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사전에 3~5개 정도 사물에 대한 관점을 결정해두고 어떤 문제라도 그 3~5개의 견해를 대입시켜보는 것이다.

예컨대 ‘A의 입장, B의 입장, C의 입장에서 사물을 관찰한다’라고 정했다면, 모든 문제에 대해 A, B, C 세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억지로라도 해석을 덧붙이는 것이다. (참고로 평소 A와 B, C는 서로 다른 생각이나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쉽게 말해 이런 형식이다.

“A라면 ○○할 것이다.”
“B라면 □□할 것이다.”
“C라면 ◇◇할 것이다.”

이는 다각적인 관점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둘째사물 관계를 의식적으로 뒤집어라.
소변을 보고 손을 씻는 게 아니라, 소변을 보기 전에 먼저 손을 씻는다. (사실 이게 옳은 방법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흔히 마스크를 한다. 그 이유는 외부로부터의 균을 차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자신의 균(바이러스)을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밀폐 용기는 외부로부터의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기체가 외부로 세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의식적으로 사건 및 사물에 대해 정반대 시각을 가져본다. 이게 바로 리프레이밍이다.


셋째두 가지 방침이 있다면 세 번째 방침을 따르라.
상반된 양쪽 의견을 모두 수용하거나 모두 배제한 제3의 의견을 도출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할머니요.”

지혜의 대명사 솔로몬도 그러했다. 두 여인이 솔로몬 앞에 한 아기를 데리고 와 서로 자신의 아기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솔로몬이 이렇게 말했다.

“너희의 주장만으론 아기 엄마가 누군지 알 수 없구나! 그렇다면 이 아기를 둘로 나눠 공평하게 가지도록 해라.”

오늘날이라면 ‘DNA를 감정하라’라는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또한 증거가 불충분한 상태라면 상식선에서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이를테면 ‘두 사람이 아기를 함께 키워라’ 혹은 ‘두 사람 모두 믿기 어렵다. 이 아기는 국가가 맡아 키운다’라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고, 좀 더 세밀한 판단을 위해 ‘다음 재판 때까지 기다려라’라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솔로몬은 A 엄마도 B 엄마도 아닌, 자식에 대한 애틋한 모정(母情)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했다.

서양에 솔로몬이 있다면 동양에는 송나라 때 명판관으로 이름을 날린 포청천이 있다. 그가 등장하는 희곡 《회란기(灰記)》에 이런 글이 있다. 이는 <중앙일보>(2011. 7. 7.)의 기사를 재인용했다.

▶▶ 마 씨 집안의 첩(妾)이 아들을 낳았는데, 이를 질투한 정실부인이 남편을 독살하고 첩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또 남편의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첩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며 동네 산파와 이웃을 매수해 거짓 증언을 하도록 했다. 첩과 그 오라비가 억울함을 호소하자 포청천은 땅바닥에 동그라미를 하나 그린 다음 아이를 그 안에 세웠다. 그러고는 첩과 정실부인에게 아이의 양팔을 각각 잡게 하고 원(圓) 밖으로 끌어내는 쪽이 친모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실부인은 사력을 다해 아이를 잡아당겼으나 첩은 아이가 아파하는 것을 보고 아이를 놓아버렸다. 그러자 포청천은 첩이 진짜 어머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솔로몬이든 포청천이든 문제의 초점 대상을 바꿈으로써(제3의 선택) 지금까지 전혀 생각지 못한 기발한 발상을 이끌어냈다.

일전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일본 국영 NHK 방송에 출연한 ‘다케다 노부히로(武田修宏)’를 발견했다. 그는 전직 국가 대표로 J리그 역대 최다 득점 5위의 기록을 가진 대단한 골게터다. 오락 방송의 사회자가 그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축구와 여자, 어느 쪽이 더 좋습니까?”

곧바로 다케다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양쪽 모두입니다.”

그러자 스튜디오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야유를 보냈다. 사회자는 청중들의 반응을 의식한 듯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하나만 골랐으면 좋겠네요.”

잠시 고심하던 다케다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축구입니다.”

청중들은 신체 건강한 남성으로서 이성에게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하겠지만, 전직 국가 대표였고 장래 일본 축구 대표의 감독을 노리는 축구인이라면 말이라도 ‘축구’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케다는 그런 청중들의 바람에 정확히 반응했다.

그러나 이걸로 끝났다면 다케다의 발상 전환 능력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곧이어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저에게는 축구가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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