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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1. 2018

01. 검색어에는 인간의 욕망이 드러난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자신의 성생활에 대해서 속속들이 진실을 털어놓을 만큼 설문조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인의 행동양식에 관한 정보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 있고 권위 있는 정보원으로 여겨지는 ‘종합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성애자인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연간 50회 섹스를 하고 그중 콘돔 사용률은 16퍼센트라고 한다. 계산해보면 연간 약 11억 개의 콘돔이 사용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성애 남성들은 매년 16억 개의 콘돔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정의상 이 숫자는 동일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실을 말하는 쪽은 누구인가? 여성인가 남성인가?

둘 다 아니다. 소비자 행동을 추적하는 세계적인 정보 기업, 닐슨(Nielsen)에 따르면 매년 판매되는 콘돔은 6억 개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면 양에서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은 이뿐만이 아니다. 결혼한 적이 없는 남성들은 연평균 콘돔 29개를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 내에서 기혼자와 미혼자에게 팔리는 콘돔 전체를 합친 수보다 많다. 기혼자들 역시 섹스 횟수를 부풀리고 있는 것 같다. 65세 이하 기혼 남성은 설문조사에서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섹스를 한다고 응답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은 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기혼 여성은 남성보다는 조금 적다고 응답한다.

그러나 구글 검색은 기혼자들이 섹스에 훨씬 의욕적이지 못한 그림을 보여준다(나는 이쪽이 훨씬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구글에서 드러나는 결혼생활의 가장 큰 불만은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섹스 없는 결혼생활’이 ‘불행한 결혼생활’보다 3.5배 많이 검색됐고 ‘사랑 없는 결혼생활’보다는 여덟 배 많이 검색됐다. 결혼하지 않은 커플조차 종종 섹스를 하지 않는 데 불만을 갖는다. ‘섹스 없는 관계’에 대한 구글 검색량은 ‘폭력적인 관계’에 버금간다(이 자료는 모두 익명으로 제시된다는 점을 강조해야겠다. 구글은 당연히 특정 개인의 검색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구글 검색은 설문조사에서 그리는 탈인종 유토피아와는 현저히 다른 미국을 보여준다. 구글 트렌드에 처음 ‘깜둥이(nigger)’를 입력해봤을 때가 기억난다. 나를 순진하다고 말해도 좋다.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모욕적인가를 고려했을 때 나는 검색량이 적으리라고 생각했다. 틀린 생각이었다. 미국에서 ‘깜둥이’ 또는 그 복수형인 ‘깜둥이들’이 포함된 문장은 ‘편두통’, ‘경제학자’, ‘레이커스(Lakers)’ 같은 단어와 검색 빈도가 거의 비슷했다. 랩 가사가 결과를 왜곡하지는 않았을까? 아니었다. 랩에서는 언제나 그 단어를 ‘nigga(s)’라는 식으로 사용했다. 미국인들은 왜 ‘깜둥이’를 검색할까? 사람들은 종종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비웃는 농담을 찾으려 했다. 사실 ‘깜둥이’라는 단어와 함께 검색하는 단어의 20퍼센트가 ‘농담’이었다. 그 외에도 ‘멍청한 깜둥이’, ‘깜둥이가 정말 싫어’라는 문구가 흔히 검색됐다.

매년 이런 검색이 수백만 건씩 이뤄졌다. 많은 미국인들이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충격적일 만큼 인종차별적인 질문을 하고 있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충격적인 정보가 나왔다.

오바마가 처음 당선되던 날, 대부분의 실황 방송이 오바마에게 찬사를 보내고 이번 당선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그때, ‘오바마’가 들어간 구글 검색 100개 중 하나에는 ‘kkkKu Klux Klan’(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의 극우 비밀결사단체)나 ‘깜둥이’가 포함돼 있었다. 그리 심각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근사한 가족이 있고 세계 최고의 권력을 잡게 될 이 젊은 이방인에 관해 검색할 비인종차별적 이유 수천 가지를 생각해보라. 당선일 밤,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백인 국수주의자들의 사이트, 스톰프런트(Stormfront)의 검색과 가입이 평소보다 열 배 많았다. 일부 주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보다 ‘깜둥이 대통령’을 더 많이 검색했다. 

전형적인 정보원에서는 숨겨졌지만 인터넷 검색어에는 사람들의 악의와 미움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런 검색은 인종주의의 영향력이 적다는 사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2012년 나는 도널드 트럼프를 사업가이자 리얼리티 쇼 출연자로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가 4년 후에 만만찮은 대선 주자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악질적인 검색들은 이민자에 대한 공격성, 화, 분노처럼 사람들이 가진 가장 나쁜 성향을 이용하는 후보자의 성공과 어렵지 않게 연결 지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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