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멈춤이 직관을 부른다.

유레카를 외치다

by 더굿북
억지로 발명하게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탈을 부추기는 편이 효율적이다.”
- 프랭크 타이거(Frank Ty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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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Matthew McConaughey)는 타스가 블랙홀에서 알아낸 양자 데이터를 딸인 머피(Jessica Chastain)에게 전송할 방법을 찾는다. 이것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중력방정식(우주의 곡률반경 = 우주의 질량과 에너지)을 해결할 열쇠이자, 인류 생존의 해답이 담긴 데이터다. 쿠퍼는 양자 데이터를 모스부호로 바꿔 시계 초침의 움직임으로 보낸다. 머피는 쿠퍼의 도움으로 과제를 해결하고 종이 뭉치를 던지며 이렇게 외친다. “유레카(Eureka)!” 절정으로 치닫는 「인터스텔라(2014)」의 한 장면이다.

‘유레카’는 ‘알겠어, 알아냈어.’의 의미를 지닌 단어다. 이 단어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의 일화가 담겼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안다. 아르키메데스가 깨달은 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비중(比重, Specific Gravity)’이다. 비중은 ‘어떤 물질의 질량과 이와 같은 부피를 가진 표준물질과의 질량 비율’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아르키메데스가 비중을 떠올리는 과정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서 태어났다. 당시 이 섬의 도시인 시라쿠사(Siracusa)를 지배하던 왕 히에론(Hieron) 2세는 자신의 왕관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왕관을 제작하라고 준 순금을 직공이 전부 사용하지 않고 빼돌렸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이 직공을 의심해서 다 만든 왕관을 부숴 순금 덩어리로 다시 만들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히에론 2세는 아르키메데스에게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히에론 2세나 아르키메데스나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왕관을 부수지 않고 이를 확인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키메데스는 고민을 잠시 접고 욕조에 몸을 담그기로 했다. 그런데 욕조에 들어가는 순간, 물속으로 들어간 자기 몸의 부피만큼 물이 흘러넘치는 것이 아닌가? 비중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아르키메데스가 벌거벗은 채 욕조를 박차고 나와 “유레카!”를 외치며 뛰쳐나갔다는 일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물질은 질량과 부피를 가진다. 그리고 각 물질은 같은 질량이라면 부피가 달라진다. 그러니 왕관과 같은 무게의 금덩어리를 물에 담가 비교하면 왕관이 순금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금보다 가벼운 물질을 섞었다면 부피가 늘었을 것이다. 직공이 이런 상황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소문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직공이 가벼운 은을 섞어 왕관을 만들었으니 그 직공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대략 짐작이 될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또 다른 일화로도 유명하다. 여러분도 잘 알듯이 그는 자신이 발명한 지렛대를 항상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나에게 지구 밖의 어딘가에 발붙일 곳과 충분한 길이의 막대를 준다면 지구를 움직여 보이겠다.”고 장담했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우주복도 필요하고 산소도 필요할 텐데…….” 어쨌든 아르키메데스는 대단한 상상력의 소유자였다. 주변의 모든 것들을 하나로 연결해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을 조준하는 데 탁월했다. 그러니 욕조에 들어가는 일조차 상상력에 연결되었다.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유레카!”는 주인공 쿠퍼의 딸 머피의 대사이자 아르키메데스의 대사이지만, 인류를 구원할 미해결 과제인 중력방정식은 아인슈타인이 만든 것이다. 사실 아인슈타인은 뛰어난 물리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수학에는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학적 증명을 위해 뛰어난 수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천재 물리학자가 모르는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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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인슈타인은 벽에 부딪히면 하던 일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생각을 멈추고 바이올린을 꺼내 들었다. 연주회를 할 정도로 바이올린에도 뛰어났던 아인슈타인은 무아지경에서 연주하며 물리학의 과제들을 다시 들여다봤다. “유레카!”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아인슈타인에게 해답이 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해답이라는 확신은 들었지만, 증명할 길이 없었다. 다시 수학자들에게 해답이 맞는지 도움을 청해야 했다.

수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 다리를 놓았다. 그런데 정작 궁금해진 것은 수학자들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해답을 어떻게 알았을까? 과정을 생략하고 해답을 얻어내는 방법이 어떻게 존재한다는 말인가?’ 아인슈타인은 그 방법이 ‘멈춤’에 있다고 했다. 멈추고 다른 환경에 들어가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인슈타인에게는 바이올린 ‘연주’였고 아르키메데스에게는 ‘목욕’이었다. 하지만 어떤 환경으로 들어가든 이들이 공통으로 가져간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열정’이다. 열정의 끈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마치 「인터스텔라」에서 가족애, 인류애와 같은 ‘사랑’이 끊임없이 두 주인공 사이에 작용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멈춤’은 어떤 작용을 할까? 첫째,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보게 한다.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고정된다. 복잡한 문제는 대개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되어 일어나는데,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정되면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멈추고 다른 일에 몰입하다 보면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볼 기회가 생긴다.

꿈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꿈속에서는 논리적인 현실의 장벽이 다 사라진다. 자기 생각대로 꿈을 꿀 수도 없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상상이 가능해진다. 1846년에 재봉틀을 발명한 미국인 일라이어스 하우(Elias Howe)는 바느질하는 아내를 위해 재봉틀을 고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결책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토인에게 붙잡혀 한 시간 안에 재봉틀을 발명하지 않으면 사형을 당할 운명에 처한다. 재봉틀을 발명하지 못한 하우는 결국 사형장에 끌려간다. 형장에서 창을 겨누며 다가오는 토인의 창끝이 햇빛에 반짝이는데, 그 창끝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바늘의 앞쪽에 구멍을 뚫어 실을 들여보내고 그 실을 옷감의 안쪽에서 엮으면 바느질이 된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처럼 꿈이 발명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둘째, ‘멈춤’은 생각 너머의 직관을 불러낸다. 아인슈타인은 직관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직감과 직관, 사고의 심연에서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심상이 먼저 떠오른다. 말이나 숫자는 이것을 표현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멈춤에서 나오는 직관이다. 아인슈타인은 이것을 표현하고 정리해내는 숫자를 뛰어난 수학자들만큼 다루지 못했을 뿐이다.

쿠퍼가 삼차원의 세계로 데이터를 전송할 방법을 찾은 곳은 오차원의 공간이었고, 그 도구는 이차원적 데이터 전송방식인 모스부호였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직관을 심연으로부터 불러내 해답을 얻는 과정에 활용한 것은 바이올린 연주였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치기 직전에 사고의 장소가 된 곳은 욕조였다. 이들은 ‘멈춤’과 ‘분리’에서 해답을 얻었다.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고, 새로운 것은 새로운 환경에서 더 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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