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세상을 앞서 통찰하라.

<제갈량처럼 앞서 가라>

by 더굿북

유비가 천하를 구할 계책을 묻자 제갈량이 이같이 대답했다.
“동탁이 나라를 어지럽힌 이래 천하의 군웅이 각처에서 일어났습니다. 세력범위가 주와 군에 걸쳐 있는 자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조조는 원소보다 명성도 미미하고 병력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원소를 물리치고 약자에서 강자가 된 것은 천명만이 아니라 인간의 지혜 덕분이었습니다. 지금 그는 이미 1백만 대군을 거느린 채 천자를 옆에 끼고 제후들을 호령하고 있으니, 진실로 그와는 선두를 다툴 수 없습니다. 또 손권은 강동을 점거한 지 이미 3대를 지났습니다. 나라가 요새와 같이 험하고, 백성들이 잘 따르며, 어질고 능력 있는 자들을 등용하고 있으니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도모할 대상이 아닙니다.”
_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천하 혼란기를 앞서 통찰한 제갈량의 전략
- 자신을 발탁해 줄 사람을 찾을 때까지 학문 실력을 연마한다.
- 세상의 혼돈을 헤쳐나갈 대책(천하삼분지계)을 마련한다.


제갈량이 태어나 청년이 되던 때의 시기는 동한 말기로 황제는 어리석고 무능하기 그지없었고 조정은 극도로 부패했다. 환관들이 득세하였고, 황제는 공개적으로 매관매직을 일삼았다. 공개적 거래가 불가능하면 뒷거래까지 했다. 도탄에 빠진 나라 곳곳에서는 수많은 농민봉기가 일어났다. 181년에 태어난 제갈량이 네 살 되던 184년에는 대규모 황건적의 난이 폭발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제갈량은 세상의 혼돈을 인식했고, 상대적으로 평온한 융중의 산촌에서 명사와 인재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때를 기다리며 오랜 시간 정진을 했다. 그 때문에 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마침내 제갈량을 만나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방안을 묻자 오랜 시간 고심하고 연구해 온 대책인 ‘천하삼분지계’를 내놓을 수 있었다.

사가들은 이를 두고 융중에 있는 제갈량의 초가집(草廬)에서 나온 대책이라는 취지에서 흔히 ‘초려대’ 또는 ‘융중대’로 부른다. ‘천하삼분지계’ 또는 ‘융중대’는 조조와 손권이 이미 중원의 북쪽과 동쪽에 웅거하고 있는 만큼 지금의 호북성인 형주와 사천성인 익주를 근거지로 삼아 중원의 서쪽에서 삼국이 솥발처럼 정립(鼎立)하는 구도를 만들라는 게 골자다. 당시 유비는 제갈량의 초가집을 3번이나 찾아간 뒤에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나름 크게 기뻐했을 것이다. 곧바로 곁에 있던 사람들을 물린 뒤 이같이 물었다.

“한왕실이 기울고 무너지는 상황이오. 간신들이 주상의 명을 훔쳐 전횡하는 까닭에 주상이 피난을 가는 몽진(蒙塵)을 해야만 했소. 나는 덕력(德力)을 헤아리지 않은 채 나름 천하에 대의(大義)를 펴고자 했으나, 지혜와 술책이 모자라 마침내 실패에 처하는 창궐(猖獗)을 당해 오늘에 이르게 됐소. 그러나 뜻만은 아직 버리지 않았소. 내가 어찌해야 좋을지 말해줄 수 있겠소?”

한왕실을 조속히 부흥시키고자 하는 유비의 절박한 심경이 절절히 드러나고 있다. 이때 제갈량이 내놓은 대책이 바로 ‘천하삼분지계’이다. 이 계책은 나름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삼국정립 방안을 담고 있다. 「제갈량전」에 따르면 당시 제갈량은 조조 및 손권과 맞설 수 있는 비책을 이같이 제시했다.

망해가던 유비를 급속히 부상케 한 제갈량의 비책
- 천하를 삼분할 계획을 세워라.
- 먼저 풍요로운 땅 익주를 쟁취하라.
- 그러기 위해 손권의 오와 손잡으라.


“형주는 북쪽으로 한수와 면수를 차지하고, 남쪽으로는 해변에 이르는 광대한 땅의 산물을 이용할 수 있으며, 동쪽으로는 오군과 회계군과 접하였으며, 서쪽으로는 파촉과 통하니 이곳은 무력을 쓸만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이곳을 차지한 유표는 이를 지킬 능력이 없으니 이는 하늘이 장군에게 도움을 주시는 것입니다. 장군께선 이곳을 취할 뜻이 있으신지요? 익주는 지세가 험하고 비옥한 땅이 천리나 되는 하늘이 내린 땅으로 한 고조가 여기를 근거로 황제가 되셨습니다.”

“그러나 이 땅을 차지한 유장은 어리석고 약하고, 북쪽의 장노도 그 위에 있지만, 그 많은 백성과 부유함을 아끼고 살필 줄 모르는 까닭에 지혜롭고 능력 있는 선비들이 현명한 군주를 바라고 있습니다. 장군께선 한나라 왕실의 후손으로서 천하에 신의를 중시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영웅들을 포용하고 현자를 목마른 사람처럼 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형주와 익주를 동시에 차지한다면 지형적 장애에 의존하면서 서쪽으로 융족(戎族)과 화목하게 지내고, 남쪽으로 이월(夷越)을 위무하고, 밖으로는 손권과 사이좋게 지내고, 안으로는 내치에 힘을 쓰십시오. 이어 천하에 변고가 생기면 1명의 상장군에게 명해 형주의 군대를 이끌고 완현을 거쳐 낙양을 향하게 하고, 장군은 친히 익주의 군사를 통솔해 진령 이북의 평원지대인 진천에 진출하십시오. 그러면 백성들 가운데 그 누가 감히 대나무 소쿠리 밥과 물병(簞食壺漿)으로 장군을 환영하지 않겠습니까? 실로 이리하면 가히 패업도 이루고, 한실도 부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형주의 유표와 익주의 유장을 몰아내고 두 곳을 차지함으로써 삼국정립의 상태를 만들어 놓은 뒤 칼을 갈다가 때가 왔을 때 조조와 손권을 치면 능히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아무런 근거지도 없이 떠돌이 신세에 있던 유비로서는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비책이다.

원래 제갈량이 언급한 대나무 소쿠리 밥과 물병을 뜻하는 ‘단식호장’ 구절은 『맹자』 「양혜왕 하」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전국시대 말기 제선왕(齊宣王)이 연나라를 격파한 뒤 맹자에게 연나라를 취할 뜻을 드러내자 맹자가 이같이 말했다.

“연나라를 취해 그곳 백성들이 기뻐할 것 같으면 취하십시오. 옛사람 중에 주무왕이 바로 그리했습니다. 그러나 그곳 백성들이 기뻐하지 않을 것 같으면 취하지 마십시오. 옛사람 중에 주문왕이 바로 그리했습니다. 대국이 대국을 공격할 때 그곳 백성들이 ‘단식호장’으로 환영할 때 어찌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는 수화(水火)로 인한 고통을 피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만일 물이 더욱 깊어지고 불이 더욱 뜨거워지면 백성들은 다른 나라로 옮겨갈 것입니다.”

제갈량이 ‘천하삼분지계’에서 ‘단식호장’을 언급한 것도 맹자가 제선왕에게 충고한 것과 비슷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형주와 익주의 군사를 이끌고 양로(兩路)로 북벌에 나설 때 그곳 백성들이 ‘단식호장’으로 장군을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그렇다. 결과적으로 나중에 형주를 지키던 관우가 전사하면서 기본 틀이 어긋나기는 했으나 “1명의 상장군에게 명해 형주의 군대를 이끌고 완현과 낙양을 향하게 하고, 장군은 친히 익주의 군사를 통솔해 진령 이북의 평원지대인 진천에 진출하십시오.”라는 전략 자체는 시대를 앞서가는 탁월한 통찰력에서 나온 것이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는 당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통찰에서 나온 천하통일 방략이다. 왜냐하면, 기울어가던 유비 세력을 재정립하여 삼국을 정초하고, 나아가 그 이상의 원대한 꿈까지 꾸게 할 수 있는 미래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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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수 있는 만큼 원대한 꿈을 꾸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준비해 보라. 독일의 문호 괴테가 이렇게 말했다.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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