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과자장수의 두 개의 목표

<나는 언제나 술래>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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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어렵지 한 번 첫 거래를 하고 사람들 사이에 뛰어들자 한 달도 채 안 돼서 익숙해졌다. 그전에 ‘개미와 베짱이’ 학습지 팔 때도 잘 안 되던 건데 이제는 누구보다 ‘신규’를 잘한다. 남들 하루에 하나 하는 걸 열 개씩도 한다. 전부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 앞 슈퍼건 문방구건 간판만 보이면 내 집이다 생각하고 들어간다.

들어가서 과자 사라고 그러고 주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말을 하면서 달고나, 아폴로 팔아야 애들이 꼬이고 애들이 와야 엄마 아빠도 따라 들어온다고 설명한다. 매출도 매출이지만 가게 문턱이 낮아져야 장사가 잘 되는 거라고, 이해를 못 하면 오늘은 갈 데가 많아서 힘들고 다음에 다시 들르겠다고 말하고 가게를 나온다. 담배를 한 대 피고 나서 딱히 갈 데가 있는 건 아니므로 지도책을 보고 다음 블록으로 가본다.

“어, 여기 아직도 사탕 안 파세요? 요즘 다들 파는데.”

여기 매일 지나다니는데 들른다 들른다 하면서도 바빠서 못 들렸다고 명함을 주면서 일단 조금만 팔아보라고 달고나, 아폴로를 주고 수금을 하면서 차에 와서 약도를 그리고, 장부에 연락처를 적는다. 연기 잘했다고 스스로 대견해서 상으로 또 담배를 입에 문다.

100만 원까지 팔아보고 싶다. 이제 10만 원만 더 팔면 100만 원이다. 그러면 10만 원을 번다. 기름값, 식대, 자동차 감가상각비는 포함하지 않는다. 일단 매출이익 10만 원, 100만 원을 팔아보는 게 목표다.

마지막 집에서 본전에 10만 원어치를 팔고 너무 기뻤다. 나한테는 그게 중요했다. 상징적인 의미 말이다. 능곡에서 목표량을 다 채우고 일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해서 담배를 한 대 피웠다. 그리고 길가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두 개비 더 피웠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트럭 창문을 열어놓고 달렸다.

빌린 돈에 대한 원금은 ‘아직’이고 그나마 생활비도 ‘아슬아슬’이다. 저녁 6시까지 일해서 자동차회사, 정유회사, 은행에 가져다주고 밤에 일해서 번 돈으로 겨우 먹고살았다. 일거리는 늘었는데 아직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밤에 일이 끝나도 집으로 가지 않는다. 집에서는 들어오라고 성화다. 이제 막 태어난 아들 보느라 아내가 힘들어서 일찍 들어오라는데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들어갈 수가 없다. 아들이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

성과도 없이 아파트 사이를 헤매면서도 들어갈 수가 없다. 이만큼 하루 일했으면 집에 가서 쉬고, 아들도 보면서 좀 쉬고 싶은데 말이다.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밤 10시가 되기 전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들어가지 않는다. 아들이 있어서 못 들어가겠다. 돈도 못 벌면 일찍이라도 들어오라는데 그래서 더 못 들어가겠다. 도로에서 착잡하게 담배를 피운다.

신규를 할 기운이 없을 때가 있다. 차에서 30분씩 멍청히 있느니 집에 들어가는 게 좋을 뻔했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날은 밤늦게까지 신규가 안 된다. 그래도 한두 군데 무거운 마음으로 간판을 보고 들어가 본다. 그리고 전화 영업하는 아가씨들처럼 명랑하게 말해본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달고나와 아폴로는….”

필요 없다고 해도 괜찮다. 나한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신규를 뚫는 게 하나의 목표라면 저녁 10시까지 일하는 것도 또 다른 목표다. 그러면 항상 목표 중 하나는 채우게 된다. 그리고 그 하나가 두 번째 목표를 대부분 채워준다. 항상 집에서 전화가 온다.

“응. 일이 밀려서 아직 한참이야.”

고작 100만 원 벌면서 세상일은 혼자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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