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위한 엔딩노트>
친한 사람을 잃었을 때 우리의 마음속을 차지하는 감정은 무거운 상실감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충격과 슬픔, 그 사람과 더는 만날 수 없다는 안타까움 등 여러 가지 감정에 휘말리다 보면 앞으로 나아갈 힘조차 나지 않습니다.
뻥 뚫린 마음을 메우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깊고 어두운 동굴 속에 처박혀 있는 듯 숨이 막히는 느낌……. 어느 시대나 친한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막대한 스트레스를 가져다줍니다.
남겨진 사람은 얼마간 그 죽음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죽음을 인정해버리는 순간 소중히 쥐고 있던 무언가가 툭 하고 손밖으로 떨어트릴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시작합니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말수가 적어지고, 가족 관계가 삐끗 틀어지고, 친구와의 사이도 멀어집니다. 상실감을 품고 있는 사람은 그때까지의 일상이 무너지기에 십상입니다.
그리고 이 상실감으로부터 ‘후회’의 감정이 몰려옵니다. 더 좋은 병원으로 갈 걸, 괜히 싸우지 말 걸, 좀 더 자주 병문안 갈 걸,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걸……. 그 사람의 마음은 이런 후회의 감정으로 가득 차 마침내는 ‘자신에 대한 원망’과 ‘주변에 대한 무관심’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저는 상실감을 어떻게든 버려야 한다고 강요하지 못합니다. 그 슬픔과 외로움을 충분히 느끼시기 바랍니다. 울 만큼 울다 지치면 배가 고파질 것입니다. 배가 고파지면 뭐든지 드십시오. 배가 고프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머리는 혼란에 빠져 있어도, 몸은 매우 솔직합니다. 그것이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약은 ‘시간’입니다. 저도 가족을 잃었을 때 표현하기조차 힘든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점차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한, 내일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이런 상실감은 결코 혼자서 떠안지 말아야 합니다. 혼자서 고민할 일이 절대 아닙니다. 몸부림치며 괴로워할수록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뿐입니다. 자신을 책망하거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 하다못해 옆에 있어 줄 사람이라도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상실감은 금방 사라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단념’이라는 감정으로 바뀝니다. ‘이제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런 변화에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을 잃은 직후의 슬픔보다는 덜할 것입니다.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입니다. 만남과 이별은 각각 나름대로 ‘배움’을 얻을 기회입니다. 이별 없는 만남은 없고, 만남 없는 이별도 없습니다. 이처럼 거듭되는 만남과 이별을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데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언제까지고 슬퍼하기만 하면 저세상으로 떠난 고인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는 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고인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상실감을 품고 있는 한편으로 내일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현세를 열심히 살아가다가 돌아가신 분을 가끔 떠올리는 것이 이 세상을 사는 여러분에게나, 저세상으로 떠난 분에나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