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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29. 2016

06. 협상할 때 설득력을 발휘하는 법

문전박대 전략과 단계적 설득 전략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걸 협상하는 방법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평범하거나 아주 형편없는 협상가인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거나, 너무 일찍 자기 카드를 다 내보이거나, 아니면 성공적인 협상의 조건이 뭔지 전혀 모르고 있다. 다시 말해, 본인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효과적인 협상 비결은 사실 매우 간단하며 한 문장으로도 요약할 수 있다. 모든 당사자는 자기가 만족스러운 거래를 하여 상대방을 이겼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바로 그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걸 얻어 기분이 흡족한 상태라면 당신이 원하는 것도 기꺼이 내줄 게 분명하다. 여기에서 문제는 대개 우리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내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랬다가는 거래에서 이기기는커녕 자기가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르게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실제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지 알아내거나, 그들이 만족스러운 거래를 했다고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제안을 재구성하는 당신의 능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상대방에게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놀랍게도 대부분은 상대방은 당신이 중요시하는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떤 협상에서든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하고 싶다면 두 가지 핵심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는 협상 상대방이 기대하고 가정하는 바를 파악하는 기술도 포함되며, 그 효과는 확실하게 입증되고 있다. 이 기술을 ‘문전박대 전략(Door in the face technique)’과 ‘단계적 설득 전략(Foot in the door technique)’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이 두 가지 방법은 기본적으로 서로 반대되는 전략이지만, 인간 심리와 욕망이라는 맥락 안에 집어넣으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문전박대 전략


문전박대 전략은 1975년에 치알디니(Cialdini)와 그의 동료들이 시행한 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되었다. 이 방법의 요지는 우선 규모가 매우 크고 약간 불합리하기까지 한 부탁을 한 다음에, 애초에 의도했던 사소한 일을 부탁하는 것이다. 부탁을 받은 쪽은 처음에 제시된 가격을 대폭으로 깎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자기가 협상을 잘해냈다고 여길 것이다. 애초에 시작점 자체가 거절당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말이다.


이 기술을 활용할 때는 매우 규모가 크고 불합리한 제안으로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의 요점은 제안이 거절당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 한 불합리한 제안은 십중팔구 거절당할 것이고 그게 당연하다. 물론 처음에 한 제안은 진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제안이 아니다. 단지 협상하는 상대방의 머릿속에 어떤 맥락을 조성하는 것뿐이다. 당신의 실제 제안은 처음에 했던 제안보다 규모가 작다. 이렇게 규모가 큰 제안부터 내놓아서 그 제안의 불합리함에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게 되면, 두 번째 혹은 세 번째로 하는 제안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이것을 합리적인 제안으로 협상을 시작할 때의 상황과 비교해보자. 당신이 한 합리적인 제안은 약간의 저항에 부딪히거나 완전히 거부당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제안 자체의 장점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아주 불합리한 제안으로 협상을 시작하면 상대방이 생각하는 가능성의 범위가 확대되어 뒤이어 내놓는 작은 제안이 훨씬 현실적이고 수용 가능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일례로 연봉 협상을 할 때 말도 안 되게 높은 액수로 협상을 시작해보자. 그 제안은 물론 거절당하겠지만, 이를 바탕으로 처음 제시한 액수보다 훨씬 적은 당신이 애초에 원하던 실제 연봉으로 서서히 접근해갈 수 있다. 그러면 회사 측은 당신을 상대로 적절한 연봉 협상에 성공했다고 여길 것이고, 당신은 정확히 자기가 원하던 것을 얻어낼 수 있으므로 양측에 모두 유리한 방법이다.


이 전략은 외식할 장소를 고르는 등의 일상적인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거리가 너무 멀거나 가격이 비싸거나 자리가 불편한 식당을 먼저 제시하면, 그다음에 제시하는 당신이 실제로 가고 싶은 식당이 다른 식당을 먼저 제시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처럼 당신이 제시한 식당 두 곳이 서로 대조됨에 따라 상대방도 당신이 고른 식당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단계적 설득 전략


단계적 설득 전략은 1983년에 비먼(Beaman)과 동료들이 시행한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었다. 이 전략은 앞서 설명한 문전박대 전략과 완전히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사소한 부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동의나 승낙을 얻는 것이 설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면 부탁한 사람은 그 작은 호의를 발판 삼아 결국 자기가 원하는 수준이나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나아갈 수 있다.


이는 문전박대 전략과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당신이 할 일은 아주 합리적이고 받아들이기 쉬운 사소한 제안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건 당신이 실제 바라는 제안이 아니다. 진짜 제안할 내용은 그보다 규모가 더 크다. 다만 이런 식으로 사소한 제안을 먼저 해서 사람들이 작은 부분에 대해 긍정의 대답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서서히 제안의 규모를 늘려 당신이 정말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면 된다.


연봉 협상의 경우라면 자기가 원하는 액수의 75% 선에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낮은 수치를 제시하는 목적은 상대방의 동의와 호감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들이 이 액수에 동의하면, 지난 몇 년간 당신이 올린 업무 성과와 실적을 바탕으로 이 부분 저 부분에서 5%씩 추가하기 시작할 수 있다. 이때의 비결은 처음 제시한 75%의 액수에서 시작해 계속 ‘동의’의 고리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단계적 설득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앞 사례와 마찬가지로 저녁 먹을 식당을 정할 때 이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대방이 인도 음식을 싫어한다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다. “오늘 저녁에 외식할래? 중국 음식이 좋아, 아니면 인도 음식이 좋아? 가까운 데로 갈까, 아니면 차를 타고 좀 멀리 나갈까?” “좋아, 그럼 ‘차이나 팰리스’는 어때?”


이 두 가지 전략은 모두 맥락에 중점을 둔 것들이다. 문전박대 전략은 명확하게 불합리한 제안으로 시작하여 처음에는 상대방이 많은 저항을 느끼기 때문에 결국 상당히 폭발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당신이 실제로 원하는 제안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게 포인트다. 그리고 단계적 설득 전략은 양측이 모두 동의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 합의를 발판 삼아 당신이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호감도를 높이는 협상 방법


사실 협상과 호감이라는 단어가 한 문장 안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사람은 격렬하게 진행되는 협상과 갈등 상황에서 감정과 호감을 따로 떼어놓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인간 심리의 깊은 곳에서 작용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뭔가를 바로 협상할 필요는 없다.


문전박대 전략이 어떻게 호감을 높여줄까? 이것은 사실 직설적인 말에 과장하여 대꾸하는 일종의 유머와 같다. 일반적인 문장과 당신이 말하는 ‘비합리적인’ 문장 사이의 대조가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한 친구가 “그 차는 정말 빨리 달려.”라고 말했다고 하자. 이에 대해 당신은 “그래, 진짜 차 꽁무니에 불이 붙을 정도로 빨리 달려.”라는 문전박대식의 대답을 할 수 있다.


단계적 설득 전략은 사람들의 사소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당신의 호감도가 높아진다. 신발이나 커피에 대한 기호처럼 사소한 면에서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보다 심각하고 중요한 사안에 관해 얘기하기가 훨씬 쉬워지고, 그 안에서도 합의점을 찾기 쉽다. 단계적 설득 전략은 당신을 친구처럼 보이게 해주는 일련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하므로 우정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전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보너스는 어떤 상황에서든 적절한 틀을 활용해서 갈등 대부분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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