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존재를 환영하고 참여시켜라.

<무기력의 비밀>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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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대한 고마움이 환대의 출발이다. 가정에서는 있어주는 것만으로, 학교에는 와준 것만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만일 우리에게 아이들이 없다면 학교에 그 아이가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깊은 불행에 빠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니 교문에서 그리고 현관에서 환영을 표시하고 축하하고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

환대를 표현하는 것은 헨리 나우웬(Henri J. M. Nouwen)신부의 말처럼 적대감을 전환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환대는 무기력한 아이들을 향하던 적대감, 내적 연대의 단절을 풀고 함께 새로운 작업을 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숨을 멈추고 겨우 기어서 드나들던 아이들에게 숨 쉴 터전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우리는 자신을 환영하지 않는데 억지로 가서 앉아 있을 때의 거북함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와 있다는 기분,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 있다는 기분, 소외되고 배제하려는 자리에 매달려 있는 기분, 백로들이 모인 곳에 끼어든 까마귀 같은 기분을 느끼면 무기력은 한층 강화된다. 단지 무기력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잠자던 적개심마저 깨어난다.

“네가 무엇을 하든 네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다.”
“이곳이 바로 마땅히 네가 있어야 할 자리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존재와 소속에 대한 환대를 해줌으로써 즐거움의 싹이 터질 수 있다. 환대는 존재를 활력 있게 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강력한 도구다.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환대의 경험이 지속적으로 아이들에게 전해져야만 한다.

미국의 국립 중도탈락센터에서 학교를 중단한 학생들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은 학교의 무관심과 학교에 올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대당한 경험이 학교를 중단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별 탈 없이, 큰 어려움 없이 지내는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오는 일이 아주 가벼운 일상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이 괴로움일 수도 있다. 지난밤 사이에 많은 일을 겪은 상태에서 정말 간신히 도착한 것일 수도 있다.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으로, 게임을 하다가, 가기 싫은데 부모님과 실랑이를 벌인 뒤에, 친구랑 사이가 나빠진 상태에서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복잡하고 우울한 심경으로 간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집에 들어오기까지도 학교에서 혼나고, 친구들과 다투고, 알아듣지 못하는 수업 시간을 참아내고, 줄곧 미움과 무시를 받다가,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서 몇 시간을 긴장하고 지내다가 돌아온 아이들이 적지 않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보면 일상이 험난했던 시대에 비하면 크고 대단한 일이 아니겠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편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오면 큰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잠시 쉬라고 말해주고, 편하게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등교와 귀가는 환영의 의례가 되어야 한다. 환대 여부는 환영에서 판가름이 난다. 환영받는 존재라는 느낌, 인사를 해주는 것, 잘 왔다고 해주는 것이 환대의 핵심이다. 그리고 정말 아이들이 온 것은 환영해줄 만한 일이다. 환영의 방식은 다양하다. 온 것을 알아주는 일부터 오늘도 잘 지내보자는 하이파이브,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해달라는 당부, 혹시 중간에 가고 싶으면 꼭 말하라는 안내까지, 친절함은 환영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아침부터 괜히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와 있다는 느낌, 빨리 나가고 싶은 곳에 할 수 없이 얹혀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


참여시켜 심장을 다시 뛰게 하라

아이가 환영받는 존재로 탈바꿈한 뒤에는 할 일을 주어야 한다. 많은 학교에서 학급 운영 방식으로 1인 1역을 시작한 지 오래다. 선생님을 도울 수 있는 가벼운 일로 학급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고, 집에서도 부모를 도울 만한 가벼운 일들이 많다. 아이가 무기력함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는 해야 할 일이 없다고 느끼거나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는 배제와 소외, 무시에 민감하도록 만든다.

참여의 방식은 꼭 필요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일을 주는 것이 좋다. 애당초 어려운 일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을 것이기에 쉽고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가벼운 일부터 하게 한다. 쓸모없음과 무가치함과 무존재감에 시달렸던 아이들에게 가볍게 할 수 있는 일로 학급과 가정에 동참하게 하거나 선생님과 부모님을 도울 수 있는 존재로 여길 수 있게 하는 일은 작은 변화지만 자신에 대한 입장을 조금씩 바꿀 수 있게 해준다.

무기력한 아이들이 참여하게 하는 바람직한 방식은 공헌과 기여다. 비록 집이나 학교에서 부모나 선생님이 바라는 큰 것은 당장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작지만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학급과 가정을 관리하고 보살피는 일 가운데 가벼운 것부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관계적인 공헌과 기여는 아이들에게 학급과 가정에서 지위를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지위야 달라지지 않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 아이는 변화를 느낄 것이다. 이런 관계적 공헌과 기여가 아이의 재능과도 연관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만일 아이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로 결정했다면 나머지는 부모나 선생님의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어떤 선생님은 아침 조회 시간에 날씨나 미세 먼지를 반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도록 제안하거나 학급 게시판에 단어의 뜻을 하나씩 써서 알려주는 일, 학급 신문에 실을 인터뷰를 하는 일, 그날그날 급식에 대한 평가 등을 하게 한다. 그러다 보면 차츰 아이의 창의성이 빛을 발해서 나중에는 자기가 학급신문 편집장을 하겠다고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진료를 받으러 오는 학부모 한 분은 집에서 여러 기기들을 충전하는 일,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는 일, 현관 앞에 메모판을 설치하는 일, 청소 일부를 돕는 일, 엄마의 종교 활동과 관련한 문서를 만들어주는 일 등을 제안했다고 한다. 비록 공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가족과 집안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용돈도 받고 가족 관계도 좋아진 사례다.

참여가 확장되면 아이들은 점점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주인의식이 생긴다. 소속감은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자신감을 제공하는데, 특히 공헌과 기여에 의한 참여를 통한 소속감 강화가 효과적으로 발휘되면 스스로 할 일을 찾게 된다. 그러면서 배제와 소외감이 만들어낸 깊은 상처가 조금씩 치유될 수 있다. 할 일이 없는 사람에서 할 일이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생기는 변화는 엄청나다. 할 일을 준 사람과 조직에 충성심이 생기기도 하고, 학교와 가정에서 참여 정도가 확대되면서 그 부분에 격려를 받으면 아이들의 변화는 지속적인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한마디로 자신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지므로 죽은 채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행동은 때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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