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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유아용 세제나 용기는 안전할까? (마지막회)

<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

by 더굿북

아기를 키우는 엄마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것이다. 젖병을 세제로 씻을지 아니면 그냥 삶는 것이 좋을지. 아이 입에 닿을 젖병에 세제를 쓰기에는 꺼림칙하고, 그렇다고 삶으면 플라스틱 재질의 젖병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유아용 세제다. 순한 원료만 사용해서 만들었으니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말 유아용 세제는 더 순하고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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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용 세제 뒷면의 성분표시를 보자. 고급알코올계(음이온 계면활성제), 천연추출물, 방부제 등이 표기되어 있다. 여기서 고급알코올계라는 단어가 유독 눈길을 끈다. ‘음이온’이라는 표현도 그렇다. 왠지 기존의 다른 세제보다 좋은 성분을 첨가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음이온 계면활성제는 대표적인 계면활성제로 거의 모든 세제에 들어간다. 유아용 세제는 사실상 우리가 흔히 주방에서 사용하는 주방 세제와 주요 성분은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 유아용 세제뿐만 아니다. 비누, 샴푸, 주방 세제, 세탁세제 등 이 제품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각기 다른 원료로 만들어졌을까? 지금 당장 주방 세제의 뒷면을 보라.

고급알코올계 계면활성제, 음이온성 계면활성제, 천연추출물이라고 쓰여 있을 것이다. 고급알코올계 계면활성제나 음이온성 계면활성제는 가루형 세탁세제, 요즘 인기가 좋은 액체형 세탁세제,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샴푸, 보디워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석유계 계면활성제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이 계면활성제는 모든 세제의 원료로 배합된다. 여기에 천연추출물 조금과 방부제, 때로는 색소나 형광표백제를 섞으면 세제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제는 각기 다른 용기에 담겨 유통될 뿐이다.

샴푸 상표를 붙이면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고, 주방 세제 상표를 붙이면 식기를 세척할 때 쓰고, 세탁세제 상표를 붙이면 세탁기에 빨래와 함께 넣고 돌릴 뿐 그 속의 주요 성분은 거의 유사하다.

합성세제의 화학물질도 문제지만 이를 보관하는 플라스틱 용기와 필름도 문제다. 플라스틱 강화제인 비스페놀A, 플라스틱 연화제인 프탈레이트는 수십 년간 세제를 담는 용기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특히 비스페놀A라는 물질은 젖병, 빨대, 컵, 주스병 등에 사용되며 비스페놀A를 실용화한 합성성분인 폴리탄산에스테르는 합성세제 용기의 내부 코팅재로 사용된다. 이런 합성수지가 고열이나 마모 등으로 파손될 경우 그 성분이 제품에 조금씩 스며든다.

실험용 쥐를 가두는 플라스틱 상자와 먹이통을 세척할 때 합성세제를 사용하는 바람에 비스페놀A의 위험성을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의 실험실 직원이 상자를 세척할 때 합성세제를 사용했는데 그로 인해 플라스틱 상자와 먹이통에서 스며 나온 비스페놀A가 쥐들의 몸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비록 소량이었지만 비스페놀A에 노출되었던 암컷들의 난자 중 약 절반에서 염색체 수가 늘거나 줄었다. 기존의 동물실험 연구에 의하면 임신 기간 소량이라도 비스페놀A에 노출될 경우 향후 유방암, 전립선암, 생식기관 이상, 행동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2007년 8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투명 플라스틱, 식품용 캔의 내부에 접착제로 사용하는 에폭시수지, 젖병 등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비스페놀A를 위험물질로 규정했다. 같은 날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독성연구프로그램(NTP)에서도 비스페놀A가 조기 사춘기(Early Puberty)나 전립선암, 유방암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프탈레이트는 고무 오리, 비닐 샤워커튼, 의료용 튜브와 링거 백 등 다양한 제품에서 플라스틱 연화제로 사용된다. 그런데 각종 방향제, 보디로션, 매니큐어액, 샴푸 등 수백 종의 개인 생활용품에서도 프탈레이트가 발견되었다. 용기에서 스며든 것이다.

2006년 덴마크 연구진은 프탈레이트가 모유 속에 다량 함유될 경우 생후 1~3개월 된 남자아기의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버드대에서 불임클리닉의 남성 환자 약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소변에서 프탈레이트 성분이 검출된 남성들은 정자 수가 적고 정자의 활동성도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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