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아이디어는 책상에 없다.

<완주의 조건, 열정으로 갈아신어라>

by 더굿북

‘신발에 미친 사나이’ 못지않게 자주 듣는 말이 ‘신발 발명가’라는 말이다. 신발산업에 뛰어든 이후로 나는 여러 가지 독특하고 기발한 신발을 시장에 내놓았다. 끈 없는 신발인 핸즈프리, 얼음에도 미끄러지지 않는 아이스그립, 맨발같이 편안한 네스핏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양쪽의 치수가 다른 짝짝이 신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크기 조절 신발, 치매 예방 신발, 자동차의 현가장치 기능을 신발창에 접목해 균형을 유지해주는 IST 기술 등 수많은 신발과 새로운 기술을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발명가가 아니다. 발명가가 될 만한 소질도 능력도 없다. 나의 전공은 발명과는 전혀 무관한 경제학이며, 수학이나 과학은 대학에 입학한 후로는 담을 쌓고 살았다. 지금도 회계 장부에 적혀 있는 숫자들을 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원래부터 나는 셈에 약할 뿐만 아니라 손재주도 없는 편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발명가보다는 ‘관찰가’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위에 열거한 제품과 기술들은 모두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TV에 나온 북극곰을 보다가 아이스그립 기술을 착안했고, 축구 선수인 박지성의 울퉁불퉁한 발을 보고 ‘맞춤 신발’을 구상했다. 나에게 ‘보는 것’은 곧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길을 걸을 때나 차를 탈 때 눈에 들어오는 대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내가 도쿄 출장길에서 거대한 거미 조각상을 보고 ‘거미 신발’을 고안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기업의 임직원이든 자영업자든 마찬가지다. 어떤 직업을 가졌든 단단히 미쳐야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흉내만 내려 한다면 영원히 1등이 될 수 없다. 불고깃집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옆 동네의 횟집이 잘되는 것을 보고 업종을 바꾼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영업 아이템과 사업 전략 없이 그저 소문과 유행만 믿고 따라갔다가는 쪽박 차기 십상이다.

무슨 일이든 흉내를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잘 닦아놓은 길을 가는 것 역시 비슷하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또 이를 자신의 영역에 접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각자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연구해야 한다. 아이디어와 창의력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라. 그러면 답이 보인다.”

관찰은 사물 또는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힘을 지니고 있다. 나는 식당에 가서도 수저를 보고 신발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KTX를 탈 때는 기차 바퀴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언제 어디서든, 모든 사물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

KakaoTalk_20161004_130340323.jpg?type=w1200 손을 대지 않고 신발끈을 조절할 수 있는 신기술 "핸즈프리"



나는 사람들의 신발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가발을 만드는 사람이 주위 사람의 머리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신발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직업을 가졌는지, 어디를 자주 가는지, 또 어떤 자세로 걷는지를 파악한다. 특별한 것을 발견하게 되면 이를 꼭 수첩에 기록한다. 이 관찰일지는 신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의 산실이다. 사실 히트 상품 대부분은 관찰과 꼼꼼한 메모에서 비롯됐다. 양손을 사용하지 않고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도록 한 ‘핸즈프리’ 기술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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