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부채(빚)은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확장할 때, 토지나 부동산을 매입할 때, 외상을 질 때 모두 부채가 동반되죠. 부채를 지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모든 부채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자본만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비전, 대표의 자산 등을 담보로 하여 부채를 일으켜 사업을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나면, 사업 그 자체, 즉 법인의 신용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고로 부채는 사업의 시작과 성장 그 모든 과정에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부채는 잘 관리하지 않으면 스스로 증식해,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회사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 몸에 자라나는 '암세포'와 같습니다.
암세포라고 하여 모두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니고 우리 몸에 전혀 이상이 없는 양성 종양이 있듯이 부채도 잘 활용하면 회사의 원활한 경영활동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채가 지나치게 많이 쌓이게 되거나,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기초체력인 매출과 수익이 떨어지게 되면, 부채는 단번에 회사를 좀먹는 암세포로 변이하게 됩니다. 다음 예시를 봅시다.
연매출이 30억 원, 영업이익이 3억 정도 꾸준히 발생하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런 회사가 법인 명의로 40억원 정도의 부채를 부담하고 있다고 해봅시다. 연이율을 보수적으로 5%라고 잡으면, 이 회사는 1년에 은행에 2억 원을 이자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순이익은 1억 원이 되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매출 중 큰 비중을 담당하고 있는 거래처가 망하면서 연매출이 20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1억 원으로 갑자기 내려앉는 큰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분명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부채가 갑자기 회사의 목줄을 죄어 옵니다. 직원들 월급을 줄 돈도 모자라지만, 은행이 더 무서운 존재이기 때문에 매월 들어오는 돈은 은행 이자를 갚기 바쁩니다. 결국 임금 체불에 지친 직원들은 하나둘씩 퇴사하게 되고, 회사는 시들시들 죽어가게 됩니다. 직원들이 떠나 공장이 텅 비니 새로운 거래처를 뚫을 수도 없습니다. 결국 회사는 파산해 버리고 맙니다.
위와 같은 일은 매우 흔하게 발생합니다. 은행 이자만 없으면 영업이익이 1억원씩 발생하고, 새로운 거래처만 찾는다면 재기를 할 수 있는 회사인데, 일시적으로 현금 흐름이 막혀 '어어' 하다가 회사 전체가 주저앉고 마는 것입니다.
법인회생절차 동안에는 은행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면 거래처가 망하면서 줄어든 현금흐름으로는 이자비용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 바로 암세포와 같은 부채를 잘라내는 법인회생 절차에 돌입하였다면 회사는 연 1억원의 순수익을 바탕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몸에서 암세포를 조기에 발견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충분히 살아날 여력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례의 회사는 암세포가 쑥쑥 자라 회사가 회생할 수 없을 때까지 방치하였고, 결국 회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직원들이 떠나가는 것을 막지 못하여 죽음(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암 말기에 의사를 찾아간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책에서는 법무법인 어프로치의 법인회생 노하우를 바탕으로, 암세포와 같은 부채를 조기에 정리하고, 회사를 죽음으로 몰고 가지 않게끔 잘라내는 작업인 법인회생 절차에 관하여서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법인회생 제도는 채무자 회사뿐 아니라 채권자들에게도 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적당한 관심만 있다면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쓴 이 책으로 인하여 한 분이라도 더 '법인회생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