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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Sep 30. 2024

매사에 진심을 담아서..

착하게 살자.


임차인에게 연락이 오면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은 또 무엇이 말썽인 건지,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그리고 얼마가 깨지게 될지.



지난 여름휴가가 끝나자마자 청주의 임차인에게 연락이 온다. 본인 집에 누수가 발생하여 아랫집 거실 천장에 피해가 생겼다고. 





누수.

말만 들어도 무섭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단골 분쟁인 누수 문제. 누구의 탓을 하기 전에 일단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해 본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누수 부위를 확인해 본다. 



베란다 에어컨 배출수가 나가는 곳의 실리콘이 조금 벌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실리콘으로 땜질을 부탁한다. 이후 추가 피해가 없는지 확인까지 부탁하고.



그리고 며칠 뒤 누수 피해를 받은 아랫집에서 전화가 온다. 



"안녕하세요, 청주 xx 아파트 1401호입니다. 이번에 거실 천장 쪽에 누수가 발생해서 연락드렸어요."



얼마를 부를지 바짝 긴장했지만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 안 그래도 어떻게 연락을 드려야 하나 고민이었었는데! 누수로 인해 신경 쓰게 해서 죄송스럽네요, 피해 상황은 어떤가요~?"



"윗집 에어컨 배관 쪽에서 물이 샌 것 같아요. 지금 피해 상황은 거실 천장 쪽 도배가 훼손된 상태구요"



"그렇군요. 일단 저희 쪽에서도 누수 의심부위에 작업은 해놓았으니 추가적인 누수가 있는지 살펴보시고 다시 연락 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추가 누수 없으면 저희 쪽에서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 받아볼까요? 저희도 과거에 아랫집 도배 다 해 준 적이 있어서 임대인 분 마음 잘 알아요. 최대한 저렴하게 알아볼게요"



"네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추가 누수는 없었고, 며칠 뒤 인테리어 업체에서 견적서가 담긴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손을 바들바들 떨며 견적서를 보는데.



헐.

저렴하다. 바로 진행해달라고 한다.  




도배가 끝나고, 입금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다. 



누수 관련 글을 보면 항상 임차인과 임대인, 그리고 윗집과 아랫집이 책임을 놓고 언성을 높이며 분쟁하는 것만 봐서 쫄았었는데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이 되었다. 



아랫집 또는 임차인과 과실 여부를 따지고 들었다면 아마 쉽게 가지 못했을 것이다. 



늘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 주면 큰일도 작은 일이 되고 작은 일은 더 작은 일이 되는듯하다. 





또 다른 지역의 임차인. 



평소 월세도 정해진 날짜에 따박따박 입금해 주시는 분이다. 좋은 임차인을 잘 만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악덕 임차인을 만나 고생하는 임대인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아무리 악덕이라 한들, 그들도 다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들 입장에선 우리가 악덕 임대인 일 수도 있는 거니까. 



이 집의 경우는 추후 매도 계획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미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손편지와 함께 추석 선물을 준비한다. 계약서 쓰는 날 임차인도 추후 이 집을 매매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었으니. 





임차인에게 선물 잘 받았다는 연락이 온다. 



얼마 안 하는 선물이지만 상대방에게 마음을 표시하기에는 충분하다. 예상도 못 한 사람에게서 온 선물이라면 더더욱.



예전에 지방의 분양권 매도를 위해 비타 오백도 사다 나르고 기억에 남게끔 쪽지도 붙여서 하루 종일 부동산을 돌아다녔던 적이 있다.



그때 한 소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엔 이렇게 아날로그적인 감성 보기 드문데말야.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단체 문자 하나 틱 보내고 말아요, 이렇게까지 지극 정성이니 신경 써야겠어요."



세상이 아무리 흑빛으로 삭막해졌어도 언제나 진심은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저 날 생긴 것 같다. 결국 모든 일에는 사람과 사람이 얽혀 있는 일이니까. 




추석을 앞두고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추석에 근무 일정이 잡혀 가족들과 함께 하지도 못하고 할아버지를 찾아뵙지도 못하니 미리 벌초라도 하기 위해서. 



내가 18살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던 날, 내 손을 잡고 "북꿈이 고등학교 졸업하는 거는 보고 가야 하는데" 말씀하시며 아이처럼 엉엉 우시던 할아버지.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주 찾아뵙진 못했어도 장손인 나를 늘 예뻐해 주셨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가족들 꿈에는 안 나와도 내 꿈에는 종종 찾아오시곤 했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힘든 날에는 할아버지에게 기도를 하곤 했다. 특히 가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나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을 때. 



'할아버지, 제가 이번 일로 어떤 교훈을 얻게 될까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성장통만 주세요. 제가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응원해 주세요' 



라며 늘 할아버지를 찾았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많은 일이 해결이 되며 그 경험 속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그렇게 나는 성장해왔다. 



이번에도 할아버지께 부탁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런데 맨 입으로 부탁하기에는 좀 염치없는 손주 놈이 될 것 같아 직접 벌초라도 해드리고 소주라도 한 잔 따라드리기 위해 산소에 간 것이다.



할아버지. 제 진심 들리죠? 믿습니다 ,, 






진심은 반드시 전해진다고 믿는다. 당장 전해지지는 않더라도 돌고 돌아 언젠가는 반드시.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진심을 다해 산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나는 아니까.

그리고 이렇게 하면 잘될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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